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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토요일 출석' vs 檢 '100쪽 질문'…서초동, 집회로 갈리나

중앙일보

입력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차 검찰 출석을 앞두고, 이 대표와 검찰의 물밑 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장동ㆍ위례 개발 비리 사건으로 조사받는 이 대표는 28일 토요일을 출석일로 정해 검찰의 이틀 조사 요구를 차단했다. '방탄 프레임’을 끊는다는 차원에서 이번엔 ‘나 홀로 출석’을 선언했다. 반면에 검찰은 25일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을 재차 소환해 이 대표 조사를 대비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안팎에선 “검찰이 이번 조사를 끝으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오후 설 명절을 앞두고 서울시 마포구 망원시장을 방문,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오후 설 명절을 앞두고 서울시 마포구 망원시장을 방문,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①토요일 고른 이재명, 검찰 질문지는 100쪽

이 대표와 검찰의 신경전은 출석일을 둘러싸고 일찌감치 시작됐다. 당초 중앙지검은 이 대표 측에 27일과 30일 양일간 출석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대표는 해당 요청을 거부하는 대신 28일에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주중에는 일을 해야 되겠으니까 27일이 아니고 28일 토요일에 출석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검찰 소환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검찰 소환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중앙지검은 이 대표 조사에 최소 2회 출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약 10년에 걸쳐 이뤄져 온 대장동 개발 사업의 특성상 자료 자체가 애당초 방대해서 이 대표에게 확인해야 할 게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대표 측은 “검찰이 보내온 출석 요구서 공문엔 복수의 날짜가 아니라 27일 하루만 적혀있었다”며 검찰의 주장을 일축했다.

조사 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이 대표 조사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준비한 질문지만 100쪽에 달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이 대표가 그 많은 질문에 일일이 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대표는 대장동ㆍ위례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문서로 정리해간 뒤 이에 기초해 답변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10일 성남지청 조사에서도 이 대표는 대부분 답변을 6쪽짜리 입장문으로 갈음했다. 당시 검찰은 이 대표가 사실상 진술을 거부했다고 받아들였다.

②‘의원 병풍’ 없다…이번엔 나 홀로 출석

국민의힘은 지난 10일 이 대표의 출석에 대해 “지도부를 대거 대동해 병풍처럼 세워두는 뻔뻔함”(박정하 수석대변인), “조폭 같은 느낌”(안철수 의원)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당 지도부를 포함해 국회의원 40여명이 성남지청으로 몰려간 걸 꼬집은 것이다. 민주당 안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적잖게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경기도 성남지청에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경기도 성남지청에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번엔 이 대표는 지난 18일 “변호사 한 분을 대동하고 가 당당하게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당 국회의원을 향해선 “여러분은 그 시간에 당무, 국정에 충실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당내에선 “굉장히 잘한 결정”(조응천 의원), “본인이 나가서 대응하는 게 맞을 것”(정성호 의원) 등 지지가 이어졌다.

다만 28일 민주당 의원이 서울중앙지검 앞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개별 의원 사이에선 “나는 조용히 따라가려 한다”(초선)라거나 “당 대표 의견도 있지만, 의원들 개인의 생각도 있다”(재선)는 반응이 나온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28일 민주당 모든 의원은 검찰청으로 나가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③또 서초동 집회…조국 사태 재현하나

2019년 10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 인근에 설치된 경찰 펜스를 사이에 두고 '제8차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위)와 '문재인 퇴진, 조국 구속 요구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10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 인근에 설치된 경찰 펜스를 사이에 두고 '제8차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위)와 '문재인 퇴진, 조국 구속 요구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 출석 당일 서울중앙지검이 위치한 서초동은 이 대표 지지 인파와 반대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룰 전망이다. 민주시민촛불연대는 28일 오전 8시 30분 서초동으로 모이라는 내용의 포스터를 제작해 홍보전에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지난 19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과 당원이 함께 마음을 모아주실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 경우 2019년 10월 이른바 '조국 사태' 때의 서초동 집회가 재현될 수 있다. 당시 조국 전 장관 지지자 수천 명은 주말마다 서초동 반포대로에 모였다. 반대 측 맞불 시위도 있었다. 지난 10일에도 성남지청 앞엔 이 대표 지지자 수백명과 반대 측 수백명이 모여 밤늦게까지 세력 대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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