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기자의 V토크] 엄한 스승 고희진, 쑥쑥 크는 정호영

중앙일보

입력

KGC인삼공사 미블블로커 정호영. 사진 한국배구연맹

KGC인삼공사 미블블로커 정호영. 사진 한국배구연맹

KGC인삼공사 미들블로커 정호영(22)이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미들블로커 출신 고희진 감독의 강한 지도로 쑥쑥 성장하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흥국생명과의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5-19, 25-23. 22-25. 25-19)로 승리했다. 엘리자벳이 25점, 정호영이 21점을 올렸다. 블로킹 3개에 공격성공률 62.1%를 기록한 정호영은 지난 9일 GS칼텍스전에서 세운 개인 득점 신기록(18점)을 뛰어넘었다.

경기 뒤 만난 정호영은 "(세터 염)혜선 언니 덕분에 예쁘게 받아먹었다. 실수가 있었는데 더 처리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며 "그동안 못 이겼던 흥국을 잡아 좋다. 경기 중반 어려웠는데 승점 3점을 따내 좋다"고 했다.

KGC인삼공사 미블블로커 정호영. 사진 한국배구연맹

KGC인삼공사 미블블로커 정호영. 사진 한국배구연맹

정호영은 이날 속공은 물론 장신(1m90㎝)을 살려 띄워놓고 때리는 오픈 공격을 연이어 성공시켰다. 채선아와 이소영, 노란의 안정된 리시브 덕분에 찬스가 많이 생겼다. 정호영은 "처음엔 블로커가 따라붙는 걸 신경 썼는데, '2명이 뜨든 3명이 뜨든 위에서 때리면 되지'라는 생각이다. 감독님도 블로킹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연습하던 대로 때리라고 하신다"고 했다.

정호영은 지난 시즌까진 주전이라고 할 수 없었다. 한송이와 박은진과 거의 비슷하게 출전했다. 그러나 올해는 미들블로커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코트에서 보내고, 득점도 제일 많이 올렸다. 속공 2위, 득점 16위다. 정호영은 "경기를 풀로 뛰니까 기록이 당연히 좋아졌다. 공격 득점은 세터 언니가 도와주면 늘어나는 거고, 블로킹이 좀 더 향상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호영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고희진 감독(왼쪽). 연합뉴스

정호영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고희진 감독(왼쪽). 연합뉴스

고희진 KGC인삼공사 감독은 "좋은 신체조건을 갖고 있고, 똑똑하다. 헐렁이처럼 보여도 내 얘기를 빠르게 이해한다. 그래서 정호영이 좋아질 거라는 판단을 했고, 꾸준히 뛰게 하려 했다. 두렵기도 했다. 한송이를 넣어 안정적으로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싸우려면 정호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 감독은 "속공이 나는 포인트가 있는데, 그걸 이해시키는데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선수들도 이해하기 때문에 뿌듯하다. 경기 도중 나무라기도 했다. 잘 될 때는 좋은데, 안 될 때 평균 이하로 떨어지면 안 된다.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오늘 경기가 호영이에게 아주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4세트에 살아나서 잘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정호영은 "경기 중에도 질책을 더 많이 하신다. 정신을 차리라고 하는 얘기라 감사하다. 집중력이 초반에 떨어지는데, 처음부터 잘 하라는 얘기라 귀담아 듣고 있다"고 했다. 이어 "몸에 입력해서 나오는데 시간이 걸린다. 머리로 이해해도 운동은 반복에 반복을 해야 내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세터 염혜선은 후배 기를 살렸다. 염혜선은 "호영이에게 자주 (양)효진 언니처럼 잘 해보자고 한다. 충분히 할 거 같아 연습이나 야간 훈련 때 '만들어주자'는 말을 많이 했다. 믿음도 쌓였다. '서로 눈만 봐도 아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잘 맞아간다"고 말했다.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는 KGC인삼공사 정호영. 사진 한국배구연맹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는 KGC인삼공사 정호영. 사진 한국배구연맹

정호영은 선명여고 시절 아웃사이드 히터와 미들블로커를 겸했다. 장신에 서브 리시브까지 해 '제2의 김연경'이 될 수 있는 재목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 초기 고전했고, 이영택 당시 감독과 상의해 미들블로커로 정착했다. 정호영은 "고등학교 때도 사실상 말만 레프트지 센터에서 공격을 더 많이 했고, 블로킹도 더 많이 참여했다. 미들블로커가 훨씬 편하다고 생각한다. (서브를)받는 게 약하니까 팀에 보탬이 되는 게 나은 것 같다"고 했다.

정호영은 포지션 변경, 그리고 부상으로 고생했다. 그래서 경기에 뛰는 게 즐겁다. 그는 "조바심보다는 코트 안에 오래 있어서 행복하다. 시즌을 통으로 날린 적도 있고, 밖에서 본 적도 있어서 경기 뛰는 게 즐겁고, 계속 뛰고 싶다"고 했다.

정호영은 체육인 집안이다. 아버지 정수연씨는 농구선수, 어머니 이윤정씨는 배구선수 출신이다. 동생 정소율도 올 시즌 수련선수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정호영은 "부모님은 칭찬보다 질책을 한다. 어머니가 배구선수다 보니 모든 경기를 보신다. 상대 센터의 좋은 점이 있으면 메모해서 보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