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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꼬막 수출과 어민들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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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경호 내셔널팀장

최경호 내셔널팀장

“참꼬막? 설 대목엔 가격이 너무 뛰어 못 내놓을 정도지.”

지난 11일 오후 전남 보성군 벌교시장. 상인 최미옥(60·여)씨가 꼬막이 든 망태기를 가리키며 한 말이다. 그는 “참꼬막은 겨울철 별미지만, 명절 전후론 없어서 못 팔곤 한다”고 말했다. 이날 벌교시장에서는 참꼬막 1㎏(80~100알)이 3만5000원대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8000원보다 25%가량 값이 올랐다.

꼬막값이 뛴 것은 채취량이 줄어든 여파다. 보성군에 따르면 1990년대 매해 1만t 넘게 생산된 벌교 참꼬막은 2005년 8000t까지 줄었다. 2012년 4000t대로 줄어들었고 2016년 200t, 지난해엔 64t까지 떨어졌다. 벌교는 국내 참꼬막의 90%가량을 생산하는 최대 산지다.

보성군 어민들이 참꼬막을 캐고 있다. [사진 보성군]

보성군 어민들이 참꼬막을 캐고 있다. [사진 보성군]

국내산 꼬막량이 급감한 것은 중국 수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96년 시작된 수출을 위해 대규모 채취를 한 게 화근이었다. 90년대 후반까지 1만t이 넘는 참꼬막이 중국에 팔려갔다. 이후 꼬막 개체 수가 눈에 띄게 줄더니 현재는 15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수출에 따른 남획에 이어 수온 상승과 어민들의 고령화 등도 채취량 감소로 이어졌다. 장동범(68) 보성군 하장마을 어촌계장은 “예전에는 한 사람이 20㎏짜리 74포대(1.5t)까지 캤는데 중국 수출 이후 작황이 확 나빠졌다”고 했다.

자연산 꼬막이 줄자 지자체와 어민들은 양식에 눈을 돌렸다. 보성군은 2014년부터 종묘배양장을 건립해 참꼬막 치패(稚貝)를 어가에 생산·보급하고 있다. 사업 후 총 1.3t 이상의 인공치패를 공급했으나 갯벌에서 양식 성공률은 여전히 낮다. 깨알보다 작은 치패를 뿌린 뒤 3~4년이 흐르는 동안 폐사하거나 천적에게 잡아먹히기 일쑤다.

보성군이 꼬막 양식에 관심을 쏟는 것은 특정한 어패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어서다. 단순히 꼬막 개체가 줄어드는 것을 넘어 갯벌의 생태 및 보존과도 직결된다고 본다. 한정된 갯벌에서 남획이나 연작(連作)을 할 때 발생하는 폐사나 어패류 껍질도 갯벌을 위협하는 요소다. 김철우 보성군수는 “인공 치패·종패 보급을 늘리면서도 갯벌복원과 자연정화를 통한 어족자원 회복을 추진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어민들은 꼬막 양식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참꼬막은 시중에 많이 유통되는 새꼬막과는 달리 양식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어린 꼬막을 공급받은 어가 대부분이 체계적인 관리 기술이나 경제적 여건이 취약한 점도 과제다.

중국 수출 후 위기에 몰린 벌교 참꼬막이 항구적인 갯벌보존을 통해 옛 꼬막 산지의 명성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벌교갯벌은 2021년 7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해양생태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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