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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조가 있는 아침

(160) 아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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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아내
이일향(1930∼)

촛농이 타 흐릅니다
내 눈물이 흐릅니다

새하얀 모시 적삼
풀이 서고 싶었는데

아내란
참 고운 그 이름
아 허공의 메아리여
-우리 시대 현대시조 100인선 95 ‘이승 밖의 노래’

가까워서 소홀하기 쉬운 부부

이일향 여사는 이설주(李雪舟) 시인의 딸이다. 경북여고를 졸업하고 사회적인 혼란 속에서 부모가 이끄는 대로 성주 토박이 신안(新安) 주씨(朱氏) 가문의 인용과 결혼했다.

출판업에 성공한 남편은 원양어업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니 사조산업이다. 일에 여념이 없던 남편이 갑자기 쓰러졌고 2년이란 세월을 깨어나지 못한 채 1979년 10월 9일, 눈을 감고 말았다. 그때 그녀의 나이 49세였다. 절망 속에서 자살 기도까지 하는 딸을 시조의 길로 이끈 이는 아버지였다.

이 시조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읊은 사부가(思夫歌)다. 잘 살고 싶었는데, 마치 신의 질투처럼 한창때 남편을 잃은 절절한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부부애처럼 헌신적이고,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 너무도 가까워서 소홀히 하기 쉬운 나의 아내, 나의 남편을 생각하며 보석처럼 귀한 1월을 보낸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