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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투병 중인 아버지 반대가 불출마 결정에 영향 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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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놓고 장고를 이어가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당 대표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김성룡 기자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놓고 장고를 이어가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당 대표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김성룡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이 당 대표 선출 방식을 ‘100% 당원 투표’로 개정하자 일약 당심 1위 주자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지난 6일 ‘부채 탕감’ 저출산 아이디어로 대통령실과 공개 충돌한 뒤 출마와 불출마 사이를 오가다 결국 19일 만에 당권 경쟁 무대에서 퇴장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출마가 분열의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있고, 국민께 안 좋은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불출마한다”며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 심정으로 그만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출마하리란 예상을 깨면서다.

지난 13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외교부 기후환경대사에서 해임된 뒤에도 좀처럼 출마의 뜻을 굽히지 않았던 까닭이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 20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개 사과했고, 연휴 도중 선거캠프 사무실 임대 계약까지 알아보는 등 출마 채비도 해왔다.

하지만 전날(24일) 네 시간 동안 참모진 회의에서 불출마 의견이 비등하는 등 출마를 말리는 의견이 커지자 결국 불출마로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남편 김재호 부장판사의 출마 반대설은 “사실이 아니다”며 “노환으로 투병 중인 부친의 반대가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여권 관계자는 “설 연휴 동안 많은 원로도 불출마를 권유했다”고 전했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 배경으론 우선 저출산위 부위원장직과 당권이란 두 마리 토끼를 저울질한 게 패착이라고 여권 인사들은 입을 모은다. 나 전 의원은 “비상근·무보수·명예직이기 때문에 다른 직을 겸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당 안팎에서 두루 “잘못된 처신”이란 비판을 받았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중요한 정책을 다루는 장관급 직책을 두 개나 줬는데, 자기 정치에 이용했다는 비판이 (대통령실에서) 매우 강했다”며 “전당대회 출마를 두고 대통령실과 거래를 하려는 듯한 태도도 문제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척지는 모양새가 되면서 당내 고립이 심화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윤 대통령에 13일 서면으로 사표를 내고 바로 해임당하자 이튿날 “해임은 대통령 본의가 아니고 참모들의 이간질 때문”이라고 주장한 게 결정적이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현역 의원은 단 한 명도 나 전 의원 편에 서지 않았다. 이 과정에 ‘상가 투기 의혹’ ‘남편의 대법관 예정설’까지 거론되며 상처만 크게 입었다. 타이밍도 놓쳤다. 지난 13일 저출산 부위원장직 해임 때나 14일 윤 대통령 해외 순방 전에 출마든, 불출마든 결정했어야 했다. 결심을 미루면서 지지율 1위도 김 의원에게 내줬다. 지난 22~23일 조사해 25일 발표된 YTN·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도 나 전 의원은 김기현 의원(25.4%), 안철수 의원(22.3%)에게 밀려 16.9%를 기록했다.

다만 나 전 의원이 막판 불출마로 정치적 퇴로를 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4월 총선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재입성하는 게 현실적인 과제인데, “(윤 대통령과) 다리를 완전히 불사르진 않았다”는 평가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이 결국 이 정부에 채권을 가지게 된 것”이라며 “총선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재기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도 이날 불출마 선언 이후 측근들과 2시간 넘게 오찬을 함께하며 “이게 끝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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