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등번호 23번, 이니셜은 MJ…배구계 조던 꿈꾸는 20세 괴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선두 질주를 이끄는 ‘스무살 괴물’ 김민재. 고졸 프로 2년 차 미들블로커인 그는 어린 나이에 선배들을 제치고 당당히 주전을 차지한 것은 물론 속공, 블로킹 등 개인 기록에서도 리그 상위권에 올라 있다. 김현동 기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선두 질주를 이끄는 ‘스무살 괴물’ 김민재. 고졸 프로 2년 차 미들블로커인 그는 어린 나이에 선배들을 제치고 당당히 주전을 차지한 것은 물론 속공, 블로킹 등 개인 기록에서도 리그 상위권에 올라 있다. 김현동 기자

이름은 축구대표팀 수비수와 같은데, 등번호는 농구 황제와 똑같다. 배구판에 혜성처럼 등장한 ‘스무살 괴물’ 김민재(20·대한항공·키 1m95㎝)가 주인공이다.

남자 프로배구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은 올 시즌도 순항 중이다. 25일 현재 단독 선두를 달리며 3년 연속 우승을 바라본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한선수·정지석·곽승석·임동혁 등 국가대표급 멤버가 건재한 덕분이다. 여기에 새로운 피가 가세했다. 고졸 프로 2년 차 미들블로커 김민재가 성장하면서 전력이 더욱 강해졌다는 평가다.

김민재는 올 시즌 24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속공 3위(62.0%), 블로킹 8위(세트당 0.533개) 등 개인 기록에서도 모두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해 실수가 잦은 편이지만, 뛰어난 체공 능력을 활용해 차분하게 포인트를 쌓고 있다. 그 덕분에 어린 나이에도 선배들을 제치고 당당히 주전을 꿰찼다. 최근 경기도 용인 대한항공 체육관에서 만난 김민재는 “초등학교 때부터 육상·축구 등 다양한 운동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운동 신경과 점프력이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재는 인하부고 3학년이던 2021년 대학 진학 대신 과감하게 프로행을 선택했다. 결국 대한항공이 2라운드 1순위로 그를 지명했다. 축구대표팀 수비수 김민재(나폴리·1m90㎝)와 이름이 같다고 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축구 수비수 김민재처럼 체격이 좋은 데다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게 주 임무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김민재는 “축구대표팀 김민재 선배님의 하이라이트 영상이나 경기 중계를 종종 찾아본다.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비교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했다.

김민재

김민재

지난해 등번호 4번을 달았던 김민재는 올시즌부터 23번을 달고 뛴다. 농구 황제 조던이 달았던 바로 그 번호다. 한국배구연맹은 지난해까지 1~20번까지로 등번호에 제한을 뒀는데 올해부터는 99번까지 달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자 김민재는 조던을 연상시키는 23번을 선택한 것이다. 조던이 워싱턴 위저즈에서 세 번째 은퇴를 선언했던 2003년에 태어난 김민재는 “당연히 조던의 플레이를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하이라이트를 본 적은 있다. 조던이 남긴 어록도 찾아봤다”고 했다.

김민재가 조던을 우상으로 삼게 된 건 토미 틸리카이넨(핀란드) 대한항공 감독 덕분이다. 김민재는 “감독님께서 나를 조던과 같은 이니셜인 ‘MJ(Minjae)’로 부른다. 자연스럽게 조던의 활약상을 찾아보게 됐고, 그러다 보니 등번호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민재는 부평동중 3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다. 늦깎이 배구 선수인 셈이다. 중3때 그의 키는 이미 1m90㎝를 넘었다. 김민재는 “배구 선수가 되기 전엔 스포츠 클럽 활동을 열심히 했다. 농구·축구·플라잉 디스크·카바디·풋살 등을 했다. 심지어 킥복싱 선수 제안도 받았다”고 했다.

대한항공 틸리카이넨 감독은 김민재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장광균 코치가 그를 붙잡고 기본기부터 다시 가르쳤다. 그 덕분에 김민재는 프로 첫해인 지난 시즌 최종전에서 18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올 시즌엔 개막전부터 쭉 스타팅 멤버로 나섰다. 김민재는 “(한선수·유광우 등)세터 형들도 많이 도와준다. 감독님은 ‘자신 있게 하라’고 말씀하신다. 캐스퍼 코치님은 블로킹할 때 손 모양에 대해서 자세히 가르쳐 주셨다”고 했다.

모처럼 나타난 대형 미들블로커의 등장에 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올스타 팬 투표에서 김민재는 당당히 남자부 2위에 올랐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엔 벤치에서 팀이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올 시즌엔 나도 팀 우승에 기여하고 싶다. 대한항공의 트레블(컵대회·정규리그·챔프전 우승)을 위해 몸을 던지겠다”고 밝혔다.

배구 괴물 김민재는…

생년월일 = 2003년 4월 4일
출신교 : 부평동중-인하사대부고
체격= 키 1m95㎝, 몸무게 87㎏
포지션 = 미들블로커(센터)
소속팀 = 대한항공 점보스
경력 = 2021~22 드래프트 2라운드 1순위 입단
       2022~23 올스타 투표 남자부 2위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