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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놓친 ‘차세대 샤라포바’ 195㎞ 강서브로 호주오픈 4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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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시속 195㎞의 강서브를 무기로 호주오픈 4강에 진출한 엘레나 리바키나. [AP=연합뉴스]

시속 195㎞의 강서브를 무기로 호주오픈 4강에 진출한 엘레나 리바키나. [AP=연합뉴스]

“테니스 변방 카자흐스탄 선수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유로스포르트는 최근 호주오픈 테니스 여자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엘레나 리바키나(24·세계랭킹 25위·카자흐스탄)를 이렇게 소개했다. 리바키나는 24일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단식 8강전에서 강호 옐레나 오스타펜코(17위·라트비아)를 2-0(6-2 6-4)으로 완파했다. 리바키나가 호주오픈 4강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리바키나는 이에 앞서 16강전에서 톱시드의 이가 시비옹테크(1위·폴란드)를 2-0(6-4 6-4)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해에만 두 차례 메이저(프랑스오픈·US오픈) 우승을 차지한 시비옹테크는 이번 대회 유력한 우승 후보였다.

키 1m83㎝의 리바키나의 주 무기는 시속 200㎞에 육박하는 강서브다. 이번 대회에선 여자 선수 중 가장 빠른 최고 시속 195㎞를 기록했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남자 톱시드인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의 이번 대회 최고 서브 속도는 시속 198㎞였다. 남자부에서도 서브가 시속 200㎞면 ‘강 서버’로 불린다.

리바키나의 서브는 단순히 스피드만 빠른 것도 아니다. 그는 이번 대회 서브 에이스도 35개로 가장 많다. 상대 라켓이 닿지 않도록 구석구석 찌르는 정확도도 뛰어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강서브를 무기로 세계를 제패한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42)를 닮았다고 분석한다. 리바키나는 이날 오스타펜코를 상대로도 시속 190㎞대의 서브를 원하는 곳에 자유자재로 꽂으며 손쉽게 승리했다. 무엇보다도 서브 에이스에서 11-1로 크게 앞섰다. 위기 대처 능력도 뛰어나다. 이날 첫 세트가 우천으로 30분 가까이 중단되자 주최 측은 돔구장인 로드 레이버 아레나의 지붕을 닫았다. 실내코트로 바뀐 환경에서도 그는 침착한 플레이로 승리를 따냈다. 리바키나는 “호주에서는 날씨가 수시로 바뀐다. 날씨 변화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바키나는 1999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태생이다. 그는 주니어 시절 러시아의 명문 테니스 클럽 스파르타크에서 훈련했다. 하지만 성인 무대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첫해인 2018년 6월 러시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국적을 바꿨다. 카자흐스탄 테니스협회가 미국 대학 진학 등 경제적인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리바키나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2000년대 마리아 샤라포바(36), 안나 쿠르니코바(42·이상 은퇴) 등 여자 테니스 수퍼스타를 보유했던 러시아는 이후 차세대 발굴에 실패했다. 2014년 프랑스오픈 우승 트로피를 든 샤라포바가 러시아 출신으로는 마지막 메이저 우승자다.

리바키나는 지난해 윔블던 단식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카자흐스탄 국적으로는 첫 메이저 우승이었다. 리바키나는 “나는 카자흐스탄 선수다. 내가 태어난 나라(러시아)를 선택하지 않았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나를 믿어줬고, 많은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리바키나는 26일 빅토리야 아자란카(24위·벨라루스)와 4강전에서 맞대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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