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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든 예금에…신협·새마을금고, 회사채 시장 ‘큰손’ 복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지난 10일 현대제철(AA) 회사채(5년물) 수요 예측에서 신용협동조합중앙회(신협)가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들이 매긴 평균금리)보다 0.7%포인트 낮은 금리(연 4.276%)에 입찰에 나섰다. 입찰 참여 금액도 4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새마을금고중앙회도 민평금리보다 0.6%포인트 낮은 금리에 입찰에 응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새해 들어 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이 회사채 시장의 큰손으로 돌아왔다. 은행권의 예금금리가 떨어지며 시중 자금이 상호금융권으로 유입되면서, 밀려든 예금을 바탕으로 회사채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매니저는 “현대제철뿐 아니라 LG유플러스(AA)·포스코(AA+)·KT(AAA) 등 최근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이 민평금리 대비 낮은 금액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등 강한 매수 의지를 보였다”며 “AA급 이상 우량 회사채는 상호금융권이 싹쓸이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전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기관투자자 중 상호금융권(종합금융사 포함)이 회사채를 순매수한 금액은 2674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51.4% 증가했다. 상호금융권은 레고랜드 발 자금 경색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회사채 95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지만 지난해 11월 순매수로 전환한 뒤 올해부터 매수세를 키웠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상호금융권이 회사채 투자에 활발하게 나서는 건 풍부한 현금 유동성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권고 등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시중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리자, 상호금융권의 예금금리 매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시중은행 예금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4.29%로 전달보다 0.28%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지만 신협 예금금리(1년 만기 정기예금 기준)는 같은 기간 연 5.39%로 0.8%포인트 상승했다. 새마을금고 예금금리도 연 5.44%로 0.76%포인트 올랐다.

금리 매력이 부각되며 같은 달 시중은행 예금 잔액은 전달보다 0.17% 늘었지만, 신협과 새마을금고 예금 잔액은 각각 1.64%, 2.26%씩 증가했다.

고금리 매력에 시중 자금이 상호금융기관으로 들어오고 있지만 투자할 곳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일 국고채(3년물) 수익률은 연 3.33%로 기준금리(3.5%)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기침체 여파로 부동산 금융도 줄어드는 추세다. 이 때문에 고객이 맡긴 돈을 굴릴 만한 안정적인 투자처로 회사채가 부각된 것이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연 5%대 고금리가 적용되는 예금을 합리적인 수익률을 보장하는 곳에 투자해야 할 상황”이라며 “회사채의 경우 현재 금리 수준이 정점에 달했다는 인식이 있어서 신용등급 AA급 이상 우량 회사채 위주로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상호금융권은 채권 매수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며 “국고채 금리가 단기적으로 낮아진 상황에선 회사채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금융권의 회사채 매수세는 AA급 이상 우량 채권에 쏠려있지만, A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 투자 심리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 우량 회사채로 투자 수요가 몰리면, 채권 발행사 입장에서는 굳이 이전보다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하며 돈을 빌릴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량 회사채의 발행금리가 낮아지면, 투자 수요가 좀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비우량 회사채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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