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흑인 첫 마블 여주부터 쿠바·베트남까지 오스카에 ‘다양화’ 바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인종·성별·국적의 다양화 바람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NYT)”

지난해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상) 레드카펫에 참석한 배우 윤여정. AP=연합뉴스

지난해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상) 레드카펫에 참석한 배우 윤여정. 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발표된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명단에는 올해도 ‘화이트 오스카’ 오명을 벗기 위한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노력이 드러나 있다. 특히 배우 부문에서 유색인종·여성 후보가 다수 지명됐다. 총 20명의 후보 중 7명이 아시아계·라틴계 등 유색인종 배우이고, 이 중 6명은 여성이다. 지난해엔 6명의 비(非) 백인이 후보에 올랐고, 이중 여성은 3명이다. 지난 2021년 한국 배우 윤여정이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뒤 후보 스펙트럼이 점점 확장되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NBC 등 외신은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아시아계 최초 여우주연상을 노리는 미셸 여(61)를 포함해 인종·성별·국적의 벽을 뛰어넘은 배우들에 주목했다.

‘와칸다 포에버’ 왕비 안젤라 바셋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에서 왕비 역할을 연기한 안젤라 바셋.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에서 왕비 역할을 연기한 안젤라 바셋.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마블 코믹스 시리즈에 등장하는 유일한 흑인 여성인 안젤라 바셋(64)은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에서 여왕 라몬다 역을 연기한 그는, 이미 제28회 비평가 초이스,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유력 후보다. NYT는 그가 가상의 아프리카 국가인 와칸다를 지키고 딸을 보호하는 역할로, 전편인 ‘블랙팬서 1’의 주인공 고(故) 채드윅 보스만의 빈자리를 채웠다고 평했다.

연기 경력은 30년에 이르지만 뒤늦게 빛을 본 그의 감회는 남다르다. 바셋은 “이 영화가 흑인 여성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극을 주도하게 한다는 점에서 자랑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휘트니 휴스턴 등 세 명의 흑인 여배우와 함께 공동 주연한 영화 ‘사랑을 기다리며(Waiting to Exhale·1995년)’를 언급하며 “전에도 지금도 흑인 소녀들에게 ‘우리도 이길 수 있다’는 교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美 섹스 심볼 연기한 쿠바 배우

쿠바 국적 아나 데 아르마스는 영화 '블론드'로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AP=연합뉴스

쿠바 국적 아나 데 아르마스는 영화 '블론드'로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AP=연합뉴스

넷플릭스 시리즈 ‘블론드’에서 마릴린 먼로 역을 맡았던 아나 데 아르마스(35)는 쿠바 국적으로는 처음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NBC에 따르면, 쿠바인으로는 90년 남우조연상 후보에 지명된 앤디 가르시아에 이어 두 번째다. 50~60년대의 아이콘이었던 먼로의 사적인 삶을 조명한 ‘블론드’는 사실 왜곡 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아르마스의 세밀한 연기로 큰 호평을 받았다. 그는 선데이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출생인 먼로의 억양을 따라잡기 위해 약 1년 간 코치를 받아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르마스는 국적 때문에 종종 인종차별 피해를 보기도 했다. 영화 ‘나이브스 아웃’에 함께 출연했던 제이미 리 커티스(64)가 지난해 그의 쿠바 국적을 언급하며 “경험이 없고 세련되지 못한 젊은 여성이라고 추측했다”고 발언했던 게 대표적이다. 커티스는 자신의 부끄러운 경험을 털어놓으며 발언한 것이었지만, 젊은 라틴계 여성에 대해 선입견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아르마스는 당시 이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난민 캠프에서 자란 베트남계 홍 차우

베트남계 미국인 배우 홍 차우가 ABC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ABC뉴스 캡처

베트남계 미국인 배우 홍 차우가 ABC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ABC뉴스 캡처

영화 ‘더 웨일’로 미국배우조합상에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홍 차우(44)는 이번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도전한다. 그는 초고도 비만인의 충직한 간병인인 리즈 역을 열연했다. 지난해 12월 ABC 보도에 따르면, 당초 아시아인 배우에게 배정 역할이 아니었지만, 차우가 맡으면서 시나리오가 일부 수정됐다고 한다. 그는 ABC와의 인터뷰에서 “리즈가 동네에서 유일한 아시아인으로 자라며 겪었을 일들을 상상했고, 이를 최대한 역할에 녹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양팔과 목에 문신을 그려 넣는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차우는 태국 난민 캠프에 머물던 베트남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자랐다. 그는 “내 정체성을 설명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스스로 배우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이 자체로 나를 유지하며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