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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 밥솥'의 2배 팔았다…수없이 밥솥 터뜨린 쿠첸 비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재순 쿠첸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며 효자 상품인 121 밥솥(왼쪽 두 개), 트리플 밥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박재순 쿠첸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며 효자 상품인 121 밥솥(왼쪽 두 개), 트리플 밥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자체 조사를 해보니 일반 가정의 절반 이상은 잡곡밥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네이버에서 ‘솥밥’ 검색이 300%(2020년 3→10월) 늘었더군요. 바뀌는 식문화에 따라 제품도 혁신이 필요했습니다.”

전기밥솥 시장 2위인 쿠첸이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2021년 7월 선보인 ‘121 밥솥’은 현재까지 30만 대가 팔리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재순 쿠첸 대표는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디자인 살짝 바꾸고, 기능 한두 개 추가하는 것을 넘어 실패 위험이 감수하고라도 새로운 것에 도전한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장동건 밥솥’보다 두 배 팔린 밥솥  

121 밥솥은 1976년 쿠첸 창립 이래 최대 히트작이다. 2010년대 일명 ‘이효리 밥솥’ ‘장동건 밥솥’ 등 모델 이름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IH 압력밥솥과 비교해 두 배가량(출시 1년 기준) 많이 팔렸다. 부드러운 잡곡밥을 지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제품 이름인 ‘121’은 뚜껑을 여닫는 체결 구조를 바꿔 딱딱한 서리태도 100% 익힐 수 있는 2.1기압의 초고압, 121도 고온을 실현했다는 뜻이다.

“1기압을 높이려면 6배 이상의 압력을 견뎌야 해요. 더 단단하게 잡아주기 위해 뚜껑의 체결 면적을 기존보다 두 배로 늘렸습니다. 적절한 기압을 찾기 위한 시험 과정에서 밥솥이 터진 적은 셀 수 없이 많아요. 최종 개발까지 20㎏짜리 쌀 40포대를 테스트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통 6~9개월인 개발 기간이 20개월로 늘었습니다.”

삼성전자 출신으로 2020년 초 취임한 박 대표는 일하는 방식도 바꿨다. 기존에는 개발 조직이 중심이 됐다면 이번에는 상품기획·연구개발·품질·구매·제조·디자인·마케팅·AS팀에서 ‘121 태스크포스(TF)’ 구성원을 차출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1년 1히트’ 라는 새로운 과제를 내놨다. 121 밥솥 이후 나온 후속작이 국내 최초로 초고압(2.1), 중압(1.3), 무압(1.0) 3개 압력을 조절할 수 있는 ‘트리플 밥솥’이다. 박 대표는 “새로운 뚜껑 체결 구조를 적용해 잡곡밥(초고압)부터 돌솥밥(중압), 백미밥(무압)까지 즐길 수 있다”며 “스마트폰으로 외부에서 작동 가능하고, 취사 패턴 자동 분석도 할 수 있어 효자 상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원 5건 접수→자발적 리콜

도전이 쉽지만은 않았다. 지난해 초 새로 개발한 뚜껑에서 증기가 샌다는 민원이 5건 접수됐다. 일부 치수가 맞지 않는 부품이 들어간 게 문제였다. 회사는 곧바로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 박 대표는 “안전과 신뢰에 관한 일이었다”며 “이전에 생산한 제품까지 리콜을 알리고, 바로 무상으로 부품을 교체했다”고 말했다. 당시 리콜로 30억원 정도 손실이 생겼지만 이후엔 판매가 늘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기능성 혼합 잡곡으로 새 식문화 선도”

박 대표는 최근 경기 침체에 대해 “근본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쿠첸은 올해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농협양곡과 손잡고 기능성 혼합 잡곡을 개발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기반으로 밥솥에 넣기만 하면 별다른 조작 없이 최적의 밥을 지어준다는 설명이다. 조만간 이를 활용한 구독경제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해외 진출도 본격화한다. 박 대표는 “이달에 미국 법인을 신설했다”며 “미국·중국·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 영업도 늘려 2025년까지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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