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최고위급이 북핵 대응책으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4일(현지시간)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한국에서 북핵 위협을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수준으로 완전히 억제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를 완화하려는 조치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보도에 따르면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전날 미 정책연구소 AFPI가 주최한 온라인 대담회에서 현재 미 관리들이 한국에서 '세 가지 옵션'(▶미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미국이 동맹국에 배치한 전술핵을 해당국과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 협약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화)이라고 불리는 북핵 대응 접근법이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는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최근 한국을 방문했을 때 고위 관리들이나 전문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핵 위협이 너무 큰데 미국이 (확장억제)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는 현재 한국에서 아주 우세한 입장"이라면서 "미국 관리들은 확장억제에 대한 이런 한국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할 수 없는 일들이 분명히 있기에 이 사안은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한다"며 "현재 한·미의 최고위급(very senior levels)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한반도위원회는 지난 18일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가능성을 언급하며 관련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당장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가 이 같은 가능성을 공개 거론한 건 처음이어서 주목됐다.
AFPI 대담회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 문제를 경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복귀시키기 위해 먼저 유인책을 제공하거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을 추구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 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도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2.0' 정책은 사실상 대북 정책에 손 놓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북한에 더 강력한 압박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루지에로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오늘 당장에라도 북한에 제재를 가할 수 있음에도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러시아, 이란과 공조할 수 있는 건 제재로부터 받아야 할 압박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과 북한의 석탄 수출로부터 얻는 수입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며 "북한이 대화에 복귀하고 싶으면 직접 찾아오라는 식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