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필리핀에 자체 제작 슬롯머신 첫 해외수출

강원랜드는 지난 2017년부터 카지노 운영을 넘어 슬롯머신 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카지노 운영사가 슬롯머신을 직접 개발·생산하는 기업으로는 오스트리아의 ‘노보메틱’이 대표적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극소수다.

강원랜드의 자체 제작 슬롯머신 브랜드는 슬롯머신 제조 사업지가 있는 폐광지역인 태백시 문곡리 사배리의 지명을 따서 ‘KL Saberi’로  명명했다. ‘Saberi’는 페르시아어로 ‘인내, 꿋꿋함’이라는 뜻으로, 슬롯머신 국산화를 위해 강원랜드가 걸어나갈 과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강원랜드의 슬롯머신 제조 사업은 외화 획득, 비용 절감, 지역 상생, 한류 문화 확산 등 단순 신수익 사업 추진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강원랜드는 올해 처음으로 자체개발 슬롯머신 정식 해외 판매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계약된 슬롯머신은 태백 현장에서 제작해 올 상반기 내 필리핀 현지에 설치될 예정이다.

지난 12일 강원랜드는 필리핀 마닐라 소재 쉐라톤 마닐라베이 호텔에서 동남아시아 최대 슬롯머신 유통사인 RGB와 슬롯머신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강원랜드는 자체개발 슬롯머신 30대를 필리핀 소재의 한 카지노에 공급하게 됐다.

이전까지는 2019년 RGB와 맺은 슬롯머신 공급 계약을 통해 트라이얼 방식 트라이얼 계약: 해당 카지노에 신규머신을 일정기간 시범으로 운영 후 시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정식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총 38대의 ‘KL Saberi’슬롯머신을 필리핀 소재 카지노 5곳에 공급해왔다.

강원랜드는 이번 계약을 발판 삼아 올해 아시아 시장 대상 총 150대 판매, 약 17억 원의 매출을 창출하고, 장기적으로는 유럽과 미국까지 시장을 확대해 2027년 510대 판매, 100억 원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삼걸 대표는 “이번 계약은 강원랜드가 머신개발 사업을 시작한 이후 첫 해외 판매계약 체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슬롯머신 제조 사업은 국내 관련 중소기업 육성, 지역 고용 창출, 외화 획득 등 많은 장점을 가진 사업으로 향후 강원랜드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체 공급으로 96억 원의 비용 절감  

강원랜드의 카지노는 현재 테이블 193대·전자테이블게임 7대·머신게임 1360대를 운영하고 있다. 슬롯머신의 교체주기는 7년으로, 대당 4000만 원 내외의 슬롯머신을 평균 100여 대 교체하는 데에만 연간 4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강원랜드는 슬롯머신 제작을 통해 그간 미국과 호주, 오스트리아에서 수입하던 머신 대신 자체 제작 슬롯머신 ‘KL Saberi’ 280대를 당사 카지노에 공급함으로써 96억 원 상당의 비용대체 효과를 냈다.

이와 함께 다른 카지노 납품을 통해 수익 증대 효과도 내고 있다. 강원랜드는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에 있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골든크라운’에 자체 제작 슬롯머신 6대,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13대를 납품해 국내 판매 매출을 창출했다.

폐광지역에 일자리 창출

강원랜드의 슬롯머신 개발은 일자리 창출, 관련 국내 중소기업 육성 등 상생 측면에서 파생되는 경제적 효과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본격적인 머신 제작을 위해 강원랜드는 강원도 폐광지역 4개 시·군 중 하나인 태백시에 슬롯머신 생산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현재 태백시 머신 개발 사업지에는 개발 인력과 세일즈 직원 2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공장 설립 시 제조·교육·훈련·행정지원·서비스 등의 직무로 약 80명이 추가 고용될 것으로 예상돼 폐광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미’ 접목한 소프트웨어 수출

강원랜드는 한국의 전통무용인 부채춤을 접목해 개발한 게임 ‘부채춤 777’ 등 K-콘텐츠를 접목한 소프트웨어를 수출해 한류문화 확산에도 일조하고 있다.

‘부채춤 777’ 외에도 머신 내에 한글 자음 ‘ㄱ, ㄴ, ㄷ’, 태극 문양, 장구와 북 등 한국의 멋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심볼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0월 2년 만에 열린 국제 카지노 전시 박람회에서 인기부스 1위를 차지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강원랜드는 슬롯머신 국산화를 추진한 이후 현재까지 총 21종의 게임을 개발했으며, 동남아시아 지역을 겨냥해 9종의 게임을 새롭게 출시할 예정이다.

서명수 기자 seo.myong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