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첼리스트 송희송, “꿈의 유럽 연주 이뤄주려 콘체르토 학과 만들었죠”

중앙일보

입력

국내 최초로 대구가톨릭대에 콘체르토 학과를 개설한 첼리스트 송희송.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국내 최초로 대구가톨릭대에 콘체르토 학과를 개설한 첼리스트 송희송.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논문을 쓰기 위한 대학원과 달리 콘체르토 학과에서는 레슨을 통해 실기를 익힙니다. 졸업하면 빈에서 유럽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합니다. 이번에 신입생 55명이 들어왔는데, 지원률이 적은 지역 음대 대학원에 고무적인 일이었습니다.”

대구가톨릭대 한국 최초 ‘콘체르토 학과’ 개설 #졸업 후 빈에서 유럽 오케스트라와 졸업 연주 #유튜브 채널 ‘송송첼로’ 운영하며 비대면 레슨

첼리스트 송희송(60)의 말이다. 그가 10년 전부터 교수로 재직 중인 대구가톨릭대에 올해 초 국내 최초로 콘체르토 학과가 개설돼 화제다. 학과 내에 두 개의 트랙이 있는데 일반 트랙은 기존의 음악 교육을 위한 과정이다. 유럽에서 여는 졸업 연주로 관심이 집중되는 콘체르토 트랙에는 피아노, 관현악, 성악, 관현악 지휘 등의 부문이 있다.

예원, 예고, 서울대 음대 등 전형적인 한국 연주자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송 교수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유학했다. 빈에서 알고 지낸 기획사 IMK 권순덕 대표를 대구가톨릭대에 초청해 특강을 연 게 콘체르토 학과 개설의 발단이었다.

“해외 공연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이 뜨겁더군요. 다른 지역의 대학도 마찬가지겠지만 교수들과 학생 유치 논의를 합니다. 대학원이 수요가 있다고 보고 논문을 안 쓰는 대신 일주일에 두 번 레슨을 하면서 연주에 전념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었죠.”

송 교수는 빈 국립음대 교수들이 마스터클래스를 하는 ‘비너 무지크 세미나’에 학생들을 데리고 2주간 방문했을 때도 본고장에서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열심히 가르치는 교수진에 감동하고 콘체르토 학과의 개설을 결심했다. 송 교수는 “지역의 음악도가 서울에 가서 공부해도 좋겠지만 본고장으로 직접 가서 현지 문물 속에서 연주도 해 보고 지휘자도 만나고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체험은 무척 귀중할 것”이라 말했다.

 국내 최초로 대구가톨릭대에 콘체르토 학과를 개설한 첼리스트 송희송.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국내 최초로 대구가톨릭대에 콘체르토 학과를 개설한 첼리스트 송희송.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송 교수는 첼로 만으로 구성된 단일 악기 체임버 오케스트라인 서울 솔리스트 첼로 앙상블을 이끌고 있다. 베를린 필 12첼리스트를 연상시키는 구성이다. 단원 15명으로 시작한 지 벌써 18년째다.
그동안 공연 뿐 아니라 아카데미나 콩쿠르도 하면서 앙상블을 키웠다. 군부대, 교도소, 고아원 등을 찾는 봉사 활동도 활발했다. 서울 솔리스트 첼로 앙상블은 첼로 전공자를 위한 ‘소사이어티앙상블’, 비전공자를 위한 ‘솔리스트카잘스 앙상블’, 장애 학생 대상인 ‘솔리스트푸르니에 앙상블’ 등 다양한 앙상블을 함께 키우고 있다.

“장애 학생들의 연주를 보면서 전보다 개선 되고 정서적으로 안정 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더 어릴 때부터 악기를 시킬 걸 하고 후회되는 학생들도 있었죠. 첼로를 몸에 안고 연주하면서 깨닫는 것이 많다고 합니다.”

송 교수는 유튜브 채널 ‘송송첼로’도 운영하며 첼로 교습법과 음악 지식을 네티즌들과 나누고 있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길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던 평소의 생각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기본기가 중요한데, 잘못 익힌 기본기를 고수하거나 뜯어 고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많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구독자들 관심이 커서 깜짝 놀랐죠.”

프로부터 아마추어까지, 그리고 유튜브로 첼로를 익히는 사람들까지 송 교수에겐 숱한 제자들이 있다. 2019년 '슈퍼밴드'(JTBC)의 초대 우승팀 '호피폴라'의 멤버인 첼리스트 홍진호도 그의 제자다. “제가 적극적으로 TV 출연을 권했어요. 클래식을 더 적극적으로 알릴 기회니까요.”

콩쿠르 입상자가 많은 것보다 악기를 연주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늘어날 때 클래식 강국이 되는 거라고 송 교수는 강조했다. 소득이 늘어날 때 엘리트 체육이 생활체육으로 이행하듯 음악도 그렇게 생활예술로 저변이 두터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첼로가 참 괜찮은 악기입니다. 많이 공부하면 배려하게 되고 안정되고, 그래서 인터넷 시대의 자극적인 정치와 들떠있는 사회를 가라앉히는 데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송송첼로’ 보면서 시작해 보시죠.”

류태형 객원기자·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ryu.taehy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