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혈압·고지혈증 4제 복합제도 나왔다…한국서만 뜬 이유, 알고 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JW중외제약의 리바로젯은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약이다. 2021년 9월 출시돼 그해 4분기 1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엔 56억원어치가 팔려 반년 새 매출이 3.3배나 커졌다. 리바로젯은 복합 개량 신약이다. 당뇨병 발생과 근육 이상 증상 가능성을 낮춘 피타바스타틴에 콜레스테롤 조절을 돕는 에제티미브 성분을 더했다. 리바로젯이 출시되기 전엔 각각 따로 약을 먹어야 했다.

복합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고지혈증 복합제인 JW중외제약의 리바로젯. 사진 JW중외제약

복합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고지혈증 복합제인 JW중외제약의 리바로젯. 사진 JW중외제약

고지혈증 복합제 시장 1년 사이 23% 커져  

한 알의 약으로 여러 가지 질환에 대응 가능한 ‘복합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5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유비스트에 따르면 고지혈증 치료용 복합제의 경우 2020년 4953억원이던 매출 규모가 2021년 6099억원으로, 불과 1년 새 23.1% 커졌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35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해 24.8% 성장했다.

반면 한 가지 성분 중심의 고지혈증 단일제(스타틴)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50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해 2.4% 줄었다.

고혈압 치료용 복합제 시장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2020년 8233억원에서 이듬해 8608억원으로 4.6% 커졌다. 단일제는 같은 기간 매출이 1.7%가 줄었다. 당뇨약 시장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시장 성장 배경엔 탄탄한 건강보험  

단일제보다 복합제가 유독 잘 팔리는 시장은 전 세계에서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배경은 건강보험제도다. 일반적으로 건강보험은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 치료제 약값의 50~70%를 부담한다. 환자 본인은 약값의 30~50%만 부담하면 된다. 건강보험이나 환자 모두 상대적으로 저렴한 복합제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내 1위 처방 치료제인 고지혈증 단일제인 리피토(80㎎)의 경우 약값이 1523원, 다른 계열의 이지트로 10㎎은 744원이다. 반면 이 두 가지 약의 복합제인 아토젯(10/80㎎)은 1434원으로 두 약을 각각 처방받을 때보다 833원 저렴하다.

복합제가 유독 한국에서 잘 팔리다 보니 한국산 복합제들이 세계 최초로 기록되기도 한다. 고지혈증 치료용 복합제인 한미약품 로수젯(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과 JW중외제약 리바로젯(피타바스타틴+에제티미브) 모두 이들 성분을 최초로 묶은 첫 개발 약이다.

익명을 원한 제약 업계 관계자는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제약업 역시 기본적으로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약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에서 복합제의 인기는 사(私)보험 중심인 미국 등 해외에서는 보기 힘든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환자 입장에서도 단일제보다 약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여러 알이 아니라 한 알의 약만 먹으면 되다 보니 복약 순응도도 높은 편이다. 제약회사는 제약회사대로 만성 질환자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인 만큼 복합제 시장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한 예로 당뇨 환자가 고지혈증을 앓는 등 여러 가지 질환을 동시에 앓는 경우가 많아서다. 나름 매력적인 시장인 셈이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1076만 명이던 3대 만성 질환(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환자 수는 매년 60만 명 가까이 늘면서 2021년에는 1315만 명을 기록했다. 국민 4명 중 1명꼴로 고혈압이나 당뇨병, 고지혈증을 잃고 있다는 얘기다.

만성질환 환자 수 느는 것도 한몫 

시장이 꾸준히 커지다 보니 제약회사들도 복합제 개발에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앓는 환자에게 하나의 복합제를 처방해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동시에 낮추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두세 가지 약을 섞는 2·3제 복합제가 시장의 주류를 이뤘다.

최근엔 4가지 성분을 섞는 4제 복합제 개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한미약품과 GC녹십자, 제일약품은 지난해 고지혈증과 고혈압을 동시에 앓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4제 복합제를 출시했다. 종근당과 유한양행도 4제 복합제 출시를 앞두고 있다. JW중외제약 역시 자사의 오리지널 전문의약품(단일제)에 기반한 3제 복합제 개발에 나섰다.

복합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GSK의 전립선 비대증치료 복합제인 듀오다트 캡슐. [사진 GSK]

복합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GSK의 전립선 비대증치료 복합제인 듀오다트 캡슐. [사진 GSK]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뿐 아니라 ‘해피드러그’(Happy Drug·젊음을 유지해주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약) 분야에서도 복합제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에는 비뇨기과 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전립선 비대증과 발기부전을 한 알에 치료할 수 있는 복합제가 인기다.

최근엔 ‘해피 드러그’ 분야서도 개발 활발 

예컨대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인 탐스로신에 발기부전 치료 성분인 타다라필을 섞은 한미약품의 구구탐스 캡슐은 출시 3년 만인 2019년 연 매출 100억원 고지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GSK의 전립선 비대증 치료 복합제인 듀오다트 캡슐이 출시돼 관심을 끌었다. 이 약은 전립선 비대증 치료는 물론 탈모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또 국내 제약사인 씨티씨바이오는 조루와 발기부전 복합제를 개발 중이다. 이 약은 조루증 치료제에 쓰이는 클로미프라민과 발기부전 치료제인 실데나필의 복합제로 올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