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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손씻고 나온 조폭과 골프친 경찰...법원은 "김영란법 위반"

중앙일보

입력

경찰 로고. 연합뉴스

경찰 로고. 연합뉴스

 조직폭력배 출신 사업가와 함께 골프를 친 경찰관에 대해 정직 1개월 징계 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 정상규)는 총경 A씨가 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징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1년 사업가 B씨, 경찰 선후배들과 함께 골프모임을 가졌다. B씨는 10대 때 조직폭력에 연루됐는데, 20여년이 지난 2021년 초까지 경찰로부터 ‘관심 대상 조폭’으로 분류됐다. 관심 대상 조폭은 다시 조직원으로 활동하지는 않는지 경찰이 지켜보는 대상으로, '관리 대상 조폭'과는 성격이 다르다.

당시 골프모임에서는 B씨가 90여만원의 비용을 결제했는데, 이 사실을 안 경찰청은 A씨가 청탁금지법을 어겼다고 보고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고려해 불필요한 모임을 취소하도록 한 복무 지침도 어겼다는 이유도 덧붙었다. A씨는 이 징계 처분에 불복해 인사혁신처 소청심사를 거치며 정직 기간은 1개월로 감경됐지만 A씨는 이 처분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A씨는 “지인 소개로 B씨를 알게 돼 두세번 정도 만난 사이고, B씨가 사업가인 줄만 알았지 관심 대상 조폭인 사실도 몰랐다”고 항변했다. 또 “골프모임 당시에는 B씨가 이미 관심 대상 조폭 명단에서 해제된 상태였다”고 했다. 자신과는 아무런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취지다. A씨는 또 “골프모임 당일에 참석자들이 자기 몫의 현금을 모아 B씨에게 전달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것이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와 B씨 사이 특별히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B씨가 추후 사업과 관련해 고소·고발인 또는 피고소·고발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B씨가 골프장 예약과 비용 계산을 도맡아 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한 점까지 고려하면, A씨가 경찰 내에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을 기대하고 이익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A씨 등이 골프 비용으로 현금으로 정산했다는 주장에 대해 법원은 “객관적인 근거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직무 관련 청탁을 받았다고 볼 근거가 없고 평소 친분이 있던 경찰 선후배와의 관계를 고려해 골프모임에 참석했을 것”이라며 참작할 만한 사정을 덧붙였다. 하지만 경찰청과 인사혁신처가 이 같은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린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처분을 통해 달성될 공익상의 필요가 A씨가 입을 불이익에 비해 작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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