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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폭죽' 팡팡…11년마다 찾아오는 남다른 오로라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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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겨울 여행① 옐로나이프 오로라 투어

캐나다 옐로나이프는 미 항공우주국이 인정한 세계적인 오로라 관측 명소다. 밤이 길고 공기가 맑은 겨울에 오로라를 볼 확률이 높다. 현지시각 1월 12일 오로라빌리지에서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오로라를 촬영했다.

캐나다 옐로나이프는 미 항공우주국이 인정한 세계적인 오로라 관측 명소다. 밤이 길고 공기가 맑은 겨울에 오로라를 볼 확률이 높다. 현지시각 1월 12일 오로라빌리지에서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오로라를 촬영했다.

실내에서도 마스크 벗을 날이 머지않았다. 해외여행도 살아나는 분위기다. 일본이나 동남아 같은 근거리 말고 멀리 떠나는 사람도 많다. 이를테면 버킷리스트에 담아뒀던 ‘오로라 관광’ 말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에 따르면, 11년 주기로 반복되는 태양 활동 극대기는 2025년이다. 극대기 2년 전부터 태양 활동이 활발해지고 오로라를 볼 확률도 높아진다. 올해부터 이른바 ‘오로라 시즌’이 시작한다는 뜻이다. 지난 12~16일 ‘오로라 관광의 성지’로 불리는 캐나다 옐로나이프를 다녀왔다. 기대했던 대로 폭죽이 터지듯이 춤추는 초록빛 오로라를 만났다.

초록빛 불꽃 축제

오후 8시 30분. 밴쿠버 공항을 출발한 에어캐나다 76인승 소형기가 옐로나이프 공항에 착륙했다. 한국의 면 소재지 버스터미널만 한 공항 대합실, 박제된 북극곰을 보니 북극권(66도)에 접근한 게 실감 났다. 옐로나이프는 북위 62도에 걸친 도시다.

다운타운 한복판에 자리한 호텔이 불과 10분 거리였다. 침대에 몸을 던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옐로나이프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한밤중에 펼쳐지니까. 두툼한 방한복으로 갈아입고 호텔을 나섰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관광객이 거의 그대로 버스에 올라타 ‘오로라 빌리지’로 향했다. 오로라 빌리지는 오로라를 잘 보기 위해 빛 공해가 없는 도시 외곽 숲속에 조성한 관광지다. 목적지에 접근하던 중 버스 안에서 온갖 언어로 탄성이 터졌다. ‘엄마야!’ ‘스고이!’ ‘어메이징!’

옐로나이프 오로라빌리지는 원주민이 운영하는 오로라 관광지다. 티피 텐트에서 난롯불을 쬐다가 오로라가 나타나면 밖으로 나가 초록빛 향연을 감상한다.

옐로나이프 오로라빌리지는 원주민이 운영하는 오로라 관광지다. 티피 텐트에서 난롯불을 쬐다가 오로라가 나타나면 밖으로 나가 초록빛 향연을 감상한다.

아니 벌써? 오로라가 커튼처럼 물결치는 모습이 선명히 보였다. 차창이 TV 화면이 된 것 같았다. 옐로나이프에서 사흘 머물면 오로라 볼 확률이 97%라는데, 첫날 그것도 오로라 빌리지로 가는 버스 안에서 장관을 마주했다. 가이드 다카야 겐조도 “2022년 성탄절 이후 거의 3주 만에 강렬한 오로라가 나타났다”며 흥분해서 말했다. 겐조는 “기후 위기 탓인지 옐로나이프도 이례적으로 따뜻하고 흐린 날이 이어졌었다”고 덧붙였다.

옐로나이프에는 높은 산이 없어서 시야가 탁 트인 곳이 많다. 오로라 빌리지 '버팔로 힐'에서 본 오로라.

옐로나이프에는 높은 산이 없어서 시야가 탁 트인 곳이 많다. 오로라 빌리지 '버팔로 힐'에서 본 오로라.

오로라 빌리지에 도착했다. 원주민 텐트 ‘티피’에서 난롯불을 쬐다가 빌리지 직원이 “오로라가 나왔다”고 알려주면 설원으로 뛰쳐나가는 게 오로라 투어의 루틴인데, 이날은 달랐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모두 하늘을 올려보거나 삼각대에 카메라를 걸고 촬영하느라 바빴다.

별이 총총히 박힌 맑은 밤, 북서쪽 하늘에서 오로라가 하늘을 수놓았다. 연기처럼 피어오르다가 파도처럼 일렁였고, 이따금 폭죽처럼 터지기도 했다. 지평선 너머 어딘가 오로라 공장이라도 있는 걸까. 이튿날 오전 2시, 빌리지를 떠날 때까지 오로라의 춤사위는 멈추지 않았다.

중요한 건 날씨

오로라 활동이 센 날은 온갖 모양의 빛 잔치를 볼 수 있다. 자연이 연출한 불꽃 쇼나 미디어 아트를 보는 것 같다.

오로라 활동이 센 날은 온갖 모양의 빛 잔치를 볼 수 있다. 자연이 연출한 불꽃 쇼나 미디어 아트를 보는 것 같다.

오로라는 태양풍과 지구 자기장이 만나 생기는 기상 현상이다. 극지방에서 주로 관찰돼 ‘북극광’이라고도 한다. 오로라가 나오는 지역에선 태양 활동 주기를 계산해 ‘오로라 예보’를 발표한다. 하나 오로라 투어에서 태양 활동 주기보다 더 중요한 건 날씨다. 대기가 깨끗해야 잘 보인다. 오로라는 지상 90~300㎞ 높이에서 형성된다. 구름이 지상 2~13㎞ 사이에 분포하니까, 아무리 센 오로라가 만들어져도 구름이 끼면 관광객 입장에서 ‘꽝’이다.

하여 ‘오로라는 무조건 추워야 잘 보인다’는 말이 통한다. 과학적이진 않아도 설득력 있는 말이다. 날이 몹시 추우면 구름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기가 건조하고 추운 고기압 상황일 때 관측 확률이 높아진다. 오로라 관측을 성공한 1월 12일 밤 기온은 영하 24도, 체감 기온은 영하 31도였다. 기이한 풍광에 홀려서인지, 춥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올겨울 옐로나이프에는 이례적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 눈을 뒤집어 쓴 가문비나머 뒤편으로 오로라가 일렁이는 모습.

올겨울 옐로나이프에는 이례적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 눈을 뒤집어 쓴 가문비나머 뒤편으로 오로라가 일렁이는 모습.

오로라 빌리지에서 내내 오로라만 보는 건 아니다. 텐트에서 ‘불멍’도 즐기고, 라면이나 핫초코도 먹는다. 원주민으로부터 오로라 전설도 듣고 전통문화를 배우기도 한다. 캐나다 원주민인 데네족 출신 아빈 랜드리는 “우리는 오로라가 먼저 떠난 가족과 친구의 영혼이 찾아온 것이라고 믿는다”며 “오로라를 만나는 순간 ‘감사하다’고 말하고 소원을 비는 전통이 있다”고 말했다.

오로라 빌리지에서는 원주민 문화도 배울 수 있다. 전통악기를 배우는 관광객의 모습.

오로라 빌리지에서는 원주민 문화도 배울 수 있다. 전통악기를 배우는 관광객의 모습.

오로라 빌리지에 가지 않고도 오로라를 보는 방법이 있다. 차를 타고 오로라를 찾아다니는 ‘오로라 헌팅’을 하면 된다. 호숫가나 주립공원 주차장처럼 탁 트인 곳이 명당이다. 옐로나이프 공항에 한국어 지도도 비치돼 있다. 그러나 옐로나이프에서 한겨울 직접 차를 모는 건 위험한 일이다. 옐로나이프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헬로오로라’라는 여행사가 있다. 자연과학을 전공한 정용훈 사장이 전문지식을 곁들여 설명하며 오로라 사냥을 이끈다.

오로라 사진 촬영 TIP

멋진 오로라 사진을 건지기 위한 정답은 없다. 오로라 세기에 따라 설정값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삼각대는 필수다. 강한 오로라가 나오면 스마트폰으로도 촬영할 수 있다. 셔터 스피드를 1초 이상 저속으로 설정하면 된다. 카메라는 '매뉴얼 모드'로 촬영해야 한다. 맨눈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희미하게 오로라가 나타나면 10초 이상 '장노출'로 촬영해야 한다. ISO는 800~1600, 조리개값은 최대 개방으로 한다. 초점은 가까운 피사체나 별에 맞춘다. 기사에 담긴 사진은 셔터 스피드 3~8초로 촬영했다. 오로라빌리지에서는 직원이 촬영 요령을 알려준다.

개썰매 타고 들소 고기 먹고

옐로나이프에서 개썰매 체험은 필수다. 알래스칸 허스키가 이끄는 썰매를 타고 호수와 숲길을 질주한다.

옐로나이프에서 개썰매 체험은 필수다. 알래스칸 허스키가 이끄는 썰매를 타고 호수와 숲길을 질주한다.

오로라 관광을 하면 밤낮이 바뀐다. 오전 2시까지 오로라를 보고 숙소로 돌아와 빨리 잠들어도 오전 3시다. 7시간 잔다면 오전 10시다. 그래도 대낮처럼 밝지는 않다. 그때야 해가 떠 오후 4시 즈음 진다. 해가 6시간만 얼굴을 드러내서인지 낮이 더욱 각별했다.

설피를 신고 숲길을 걷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전통 설피는 순록 힘줄을 엮어서 만든다.

설피를 신고 숲길을 걷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전통 설피는 순록 힘줄을 엮어서 만든다.

개썰매와 설피(스노슈잉) 체험이 옐로나이프의 대표 놀 거리다. 밤에만 찾던 오로라 빌리지를 한낮에 가봤다. 알래스칸 허스키 12마리가 이끄는 썰매를 타고 꽁꽁 언 호수와 숲길을 질주했다. 순록 힘줄을 엮어서 만든 설피를 신고 가문비나무 우거진 숲을 걸은 뒤 모닥불에 마시멜로를 구워 먹었다. 겨울동화에 빠진 기분이었다.

북극곰 가죽이 깔려 있는 노스웨스트 준주 의사당 회의장.

북극곰 가죽이 깔려 있는 노스웨스트 준주 의사당 회의장.

옐로나이프는 한국 면적의 13배에 달하는 ‘노스웨스트 준주(NWT)’의 주도이지만, 인구는 1만9569명에 불과하다. 다이아몬드 채굴이 주산업인 따분한 동네 같아도 소소한 매력이 많다. 북극곰 가죽을 회의장 한가운데 깔아둔 주 의사당, 사향소·무스 같은 동물을 전시한 박물관이 필수 방문 코스다. 적은 인구에 비해 예술가가 많아 개인 갤러리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옐로나이프 대표 맛집 ‘불록스 비스트로’에서 먹은 피시앤칩스, NWT양조장에서 맛본 바이슨(아메리카들소) 샌드위치도 잊을 수 없다.

올드타운에 자리한 'NWT양조장'은 다양한 수제맥주와 캐나다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맛집이다. 사진은 바이슨(아메리카들소) 고기로 만든 샌드위치.

올드타운에 자리한 'NWT양조장'은 다양한 수제맥주와 캐나다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맛집이다. 사진은 바이슨(아메리카들소) 고기로 만든 샌드위치.

쇼핑은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노스웨스트 준주는 주세 5%가 면제여서 의외로 저렴한 제품이 많다. 87년 역사를 자랑하는 상점 ‘위버앤디부어’에서는 고가의 방한 재킷 ‘캐나다구스’ 제품을 한국의 반값에 판다. 빈티지 제품에 관심 있다면 ‘에버 굿 스터프’를 추천한다. 허름한 물건 틈에 보석이 숨어 있다. 한장에 2캐나다달러(약 1800원)에 파는 CD를 10장 샀다.

여행정보

캐나다는 백신 접종 등 코로나 관련 어떠한 입국 증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입국 전 전자여행허가(eTA)만 받으면 된다. 7캐나다달러. 옐로나이프를 가려면 에어캐나다를 이용해야 한다. 인천~밴쿠버 노선은 매일 운항하며 밴쿠버 갈 때 9시간 40분, 인천 올 때 11~12시간 걸린다. 밴쿠버~옐로나이프 국내선은 약 2시간 30분 소요. 에어캐나다는 지난해 6월 ‘수하물 자동 환승(ITD) 서비스’를 한국 노선에 도입했다. 국내선 환승할 때 짐을 찾아서 다시 부칠 필요가 없어서 편해졌다. 거위털 재킷, 부츠 등 방한복은 오로라빌리지에서 빌릴 수 있다. 그 외에도 방한모자, 두툼한 양말은 직접 챙겨야 한다. 핫팩도 넉넉히 준비하자. 자세한 정보는 여행사 '헬로캐나다', 캐나다관광청 홈페이지 참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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