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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정진상·이화영…'비선' 3명 공통점이 이재명 방패 됐다

중앙일보

입력

28일 두 번째 소환조사를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각종 의혹들과 관련해 “단 한 푼의 이익도 사적으로 취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거듭하고 있다. 검찰은 이같은 입장을 “꼬리자르기 시도를 위한 프레임”(검찰 관계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건마다 등장하는 비선 실세

검찰의 이같은 해석은 이 대표 관련 수사의 3대 축인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쌍방울과의 유착 의혹 등 모든 사건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구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세 사건과 관련해 이미 기소된 이들의 공소장에는 이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받아 일 처리를 주도하는 대리인격의 인물들이 모두 등장한다. 대장동 개발 과정에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성남FC 운영과정에선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이, 쌍방울그룹과의 유착관계에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같은 역할이다.

유 전 본부장의 공소장을 보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2010년 10월께 그를 공사의 전신인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에 앉히면서 공단 이사장을 건너뛰고 자신에게 직보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같은해 12월 공단 인사규정을 개정해 아예 공단 이사장이 갖고 있던 직원 임용 권한과 인력관리 업무를 기획본부장 권한으로 옮긴 뒤, 이사장의 직무상 명령에 대한 기획본부장의 복종 의무를 삭제해버렸다. 공단 내부에선 유 전 본부장이 이사장의 견제를 받지 않고 대장동 개발업자들에게 특혜를 줄 수 있는 기형적 구조를 짠 것이지만 이 대표 측은 이를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을 통째로 유 전 본부장의 개인 비리로 치부하는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권한을 기회 삼아 전횡을 저질렀다”(이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는 식이다. 유 전 본부장이 의혹의 중심으로 떠오르던 2021년 10월 이 대표가 “측근이라면 정진상(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도는 돼야 하지 않느냐”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폭로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과의 친분을 부인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는 유 전 본부장. 뉴스1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폭로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과의 친분을 부인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는 유 전 본부장. 뉴스1

측근에 대한 전권 부여가 이 대표 책임 방어 논리돼 

성남FC 관련해선 정 전 실장이 그런 위치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이 대표가 2015년쯤 “성남FC 운영을 정진상에게 맡겨뒀다. 앞으로 성남FC 운영과 관련된 사항은 정진상과 상의해서 결정하라”고 말했다는 전 성남FC 대표이사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후 구단 운영과정에서 정 전 실장은 대표이사를 제치고 성남FC 마케팅 실장과 경영지원실장의 직보를 받아 구단의 대소사를 결정했다고 한다. 검찰은 전 성남FC 대표에게서 “정 전 실장이 사실상 구단주 역할을 했다”는 진술도 받아냈다. 특수부 검사출신 변호사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조직구조상 정 전 실장 위에 성남FC 대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한편, 성남FC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성남시장은 후원금이 오가는 과정에 관여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할 근거로 역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정 전 실장은 성남FC와 관련한 전권을 휘둘렀다는 의혹을 받고있다. 사진은 정 전 실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정 전 실장은 성남FC와 관련한 전권을 휘둘렀다는 의혹을 받고있다. 사진은 정 전 실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뉴스1

쌍방울 그룹과의 유착 의혹의 사건 구조에서는 이 대표와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 사이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서 있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 평화부지사에 취임한 후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경제협력 관련 합의서를 작성하는 등 쌍방울과 함께 경기도의 남북 협력사업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과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송금이 전개됐고 쌍방울그룹의 일부 계열사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이 전 부지사는 김 전 회장에게서 수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선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의 직접 관계에 대해선 함구했다고 한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쌍방울그룹의 대북사업을 지원한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쌍방울그룹의 대북사업을 지원한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일종의 비선 정치로 분석

 의혹의 진원지가 된 이들 사업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구조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문제 발생에 대비한 비선정치”라는 말이 나온다. 이 대표가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을 몰랐다”(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광고 계약(후원금)에 관여한 바 없다”(성남FC 후원금 의혹),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모른다”(변호사비 대납 의혹)는 등 모르쇠 전략으로 자신의 고의를 부인하는 것도 비선 실세들의 기능 때문에 가능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아직 정진상 전 실장과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서 ‘윗선’과 관련한 직접적 진술은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에게서 받아낸 이 대표과 관련 진술은 불완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유 전 본부장과 이 대표 사이엔 항상 정진상 전 실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도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지분과 관련한 대장동 개발업자들의 제안을 정진상 전 실장을 통해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적혀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 대표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비선들이 입을 다물더라도 이 대표의 결재 문서나 다른 증인들의 정황 진술 등 증거가 풍부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주관적 고의는 외부적 정황으로 추단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의 고의를 입증할만한 정황 증거가 이미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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