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우 김혜자씨가 『생에 감사해』란 책을 출간했다.
1962년 대학 2학년 때 KBS 공채 1기로 시작한 60년 배우로서
책에 담담히 풀어 놓은 그의 고백은 이러하다.
- “나는 직업란에 ‘탤런트’라고 쓰는 사람을 보면 무심결에 ‘아 저이는 저걸 직업이라고 생각하는구나’ 하면서 놀랍니다.아주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해와서 그런지 나는 연기가 직업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직업이라고 하면 왠지 자존심이 상합니다.‘마더’의 엄마가 아들 도준한테 ‘나는 나야’ 하듯이 연기는 나입니다.숨 쉬는 것처럼….”
이렇듯 그에게 연기는 직업이 아니라 들숨과 날숨이었던 게다.
숨 쉬는 것처럼 ‘나는 나’였던 배역의 선택 기준은 뭘까.
- “내가 맡은 배역이 아무리 인생의 속박에서 고통받는 역이라 해도 그 속에 바늘귀만 한 희망이 보이는가, 그것이 내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었습니다.”
바늘귀만 한 희망, 이것이 그가 배역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였던 게다.
2014년 연극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 연습 중 사진을 찍을 때였다.
온 나라가 비통할 당시 그는 하염없는 눈물로 위로를 전했다.
되돌아보면 이 또한 바늘귀만한 희망을 구하는 일이었다.
두 해 전 코로나가 한창인데도 아프리카로 떠날 준비를 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 “이제 내가 그 아이들을 얼마나 더 돌볼 수 있겠어요. 조금이라도 힘이 남아있을 때 가서 돌보고 싶어요.”
이 또한 바늘귀만한 희망을 구하는 일이었음을 이 책에서 고백하고 있다.
- “내가 힘을 쓸 때는 연기할 때와 아프리카에서 아이들 안아 줄 때밖에는 없습니다.”
배우 ‘혜자’로서의 삶, 자연인 ‘혜자’로서의 삶,
결국 모두 바늘귀만한 희망을 구하기 위해서인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