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 괴물’ 김민재, 설날장사 백두급 꽃가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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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괴물’ 김민재가 민속씨름에 뛰어든 뒤 처음으로 참가한 설날씨름대회에서 우승했다. 황소트로피를 들어올린 김민재. [사진 대한씨름협회]

‘괴물’ 김민재가 민속씨름에 뛰어든 뒤 처음으로 참가한 설날씨름대회에서 우승했다. 황소트로피를 들어올린 김민재. [사진 대한씨름협회]

씨름판에도 ‘괴물 김민재’가 나타났다. 대학 무대를 평정하고 올해 민속씨름에 데뷔한 ‘수퍼 루키’ 김민재(21·영암군 민속씨름단)가 새해 첫 대회인 설날장사대회 백두급(140㎏ 이하)을 제패하며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김민재는 24일 전남 영암군 영암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 설날씨름대회 백두장사 결정전(5전3승제)에서 오정민(문경새재 씨름단)을 3-0으로 완파하고 꽃가마에 올랐다. 김민재는 올 시즌 유럽축구 무대에 진출해 맹활약 중인 동명이인 축구선수 김민재(나폴리)처럼 압도적인 기량을 갖춰 ‘괴물’로 불린다. 지난해 대학생(울산대) 신분으로 출전한 단오장사와 천하장사 대회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잇달아 우승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씨름판에서 대학생 천하장사가 탄생한 건 지난 1985년 당시 경남대 재학 중이던 이만기 이후 37년 만에 등장한 ‘사건’이다.

김민재는 영암군 민속씨름단에 입단하며 성인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설날장사 타이틀을 거머쥐며 괴물의 등장을 알렸다. 8강과 4강에서 선배 김진(증평군청)과 장성복(문경새재 씨름단)을 잇달아 꺾은 뒤 결승전에서 오정민마저 완파하고 포효했다. 첫판과 둘째 판을 잡채기와 밀어치기로 따낸 뒤 세 번째 판에서는 밀어치기를 시도하는 상대를 지능적으로 뿌리쳐 주저앉혔다.

김민재는 “강호동 선배와 경기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가장 존경하는 분은 이만기 선배”라면서 “민속씨름 무대에 진출하자마자 좋은 결과를 내 기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승이 목표”라고 밝혔다.

2023년 설날장사씨름대회 백두급을 제패한 김민재. [사진 대한씨름협회]

2023년 설날장사씨름대회 백두급을 제패한 김민재. [사진 대한씨름협회]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씨름을 한국 고유의 스포츠 브랜드이자 독창적인 문화 상품으로 키워낸다는 계획에 따라 지난 10일 ‘K씨름 진흥 방안’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3대 추진 과제로 ▶전통의 발굴과 현대적 재현 ▶대회 혁신으로 매력 창출 ▶모든 국민이 즐기는 씨름을 내걸었다. 전통에 품격을 더하고 신구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열린 콘텐트로 개편해 궁극적으로는 자생력을 갖춘 스포츠로 키워가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인 실천 과제로는 ▶설날·추석·단오·천하장사 등 4대 메이저대회 육성 ▶기술씨름 활성화를 위한 최경량급(소백급) 신설 ▶씨름 예능 TV프로그램 제작 지원 ▶2023년 중 세미 프로리그 출범 ▶2025년까지 5개 프로팀 창단을 포함한 프로화 모색 등의 세부 방안을 제시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2023년을 K씨름 부활의 원년으로 삼아 최전성기 시절의 환호와 갈채, 추억을 되살리겠다”면서 “대회 형식부터 규칙, 경기 환경까지 씨름의 모든 것을 혁신해 제2의 이만기와 강호동을 키워내겠다”고 밝혔다.

씨름계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팀 창단 열풍으로 이어져 씨름 저변 확대에 기여하길 기대하고 있다. 문체부가 씨름 진흥 방안을 발표한 당일, 충남을 연고로 하는 19번째 팀인 MG새마을금고 씨름단이 창단식을 통해 출범을 알렸다. 지난 2016년 여름 해체한 현대삼호중공업 씨름단 이후 7년 만에 다시 등장한 기업 씨름단이다.

문체부 씨름 진흥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만기 인제대 교수는 “씨름은 19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변화하는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침체를 겪었다”면서 “정부 차원의 씨름 진흥 방안이 만들어지고 기업 팀도 다시 생겨나면서 좋은 기회를 맞았다. 이번 기회에 씨름이 국민스포츠로 재도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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