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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한파쉼터 보내라" 지시했지만…16곳중 10곳 문닫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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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전 10시에 찾은 신대 구립 경로당. 한파쉼터로 지정돼 있지만 자물쇠로 문이 닫혀 있다. 이찬규 기자

지난 24일 오전 10시에 찾은 신대 구립 경로당. 한파쉼터로 지정돼 있지만 자물쇠로 문이 닫혀 있다. 이찬규 기자

정부와 지자체가 난방 취약계층을 위해 문을 연 ‘한파쉼터’ 일부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24일 나타났다. 행안부는 서울이 영하 16.4도까지 떨어지는 등 한파경보가 발령되자 “난방이 어려운 세대는 한파쉼터에서 임시 거주할 수 있도록 안내하라”고 전날(23일) 각 지자체에 지시했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이날 서울 강서·관악·양천구 일대 한파쉼터 16곳을 찾아가본 결과, 운영 중인 한파쉼터는 단 6곳 뿐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처음 찾은 한파쉼터는 신월1동 주민센터였다. 그러나 설 연휴 마지막 날인 탓인지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맞은편에 위치한 신대 구립 경로당 역시 자전거 자물쇠로 출입이 통제된 상태다. 한파쉼터 안내번호로 연락해도 “응대 직원을 연결하겠습니다”라는 응답만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인근에 있던 신월동 신남어르신사랑방 역시 문이 닫혀있긴 마찬가지였다. 사랑방 앞에서 만난 김모(75)씨는 “코로나 이후 감염 위험으로 공휴일에는 경로당(한파쉼터)을 닫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며 “난방비가 부담돼 추위에 떠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개방하는 날짜를 더 늘려줬으면 좋겠다”며 아쉬워했다. 오전에 찾아가본 근처 다른 한파쉼터 4곳 역시 운영하고 있지 않았다.

지난 24일 찾은 신남어르신사랑방의 문이 닫혀 있다. 비상연락망으로 연락했지만 응대직원과 통화할 수 없었다. 이찬규 기자

지난 24일 찾은 신남어르신사랑방의 문이 닫혀 있다. 비상연락망으로 연락했지만 응대직원과 통화할 수 없었다. 이찬규 기자

반면에 이날 오전부터 문을 연 화곡동 푸른어르신사랑방에는 할머니 9명이 모여 고스톱 대결에 몰입하고 있었다. 이곳을 찾은 B씨는 “사랑방에 있으면 난방비도 절약되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외롭지 않다”며 “10명 넘게 이곳을 방문해 따듯하게 하루를 지낸다”고 말했다. 이날 문을 연 한파쉼터(화곡동 수명경로당)를 운영하는 이이순(72)씨도 “4년 전쯤 추위에 떨고 있는 30대 여성을 구한 적이 있다”며 “날이 추우면 주말과 공휴일에도 경로당을 열어 따뜻한 커피 한잔이라도 챙겨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에 등록된 한파쉼터는 모두 4만3448곳이다. 주민센터와 마을회관 등 지역내 중심 시설 위주로 등록돼있다. 운영중인 한파쉼터는 국민재난안전포털 홈페이지에서 안내하지만, 정부 홈페이지에서 안내하는 한파쉼터 위치가 불분명한 경우도 있었다. 안전포털 홈페이지는 서울 화곡역 6번 출구에 위치한 곰달래어르신사랑방을 한파쉼터로 안내하고 있었지만, 실제 현장을 찾아보니 곰달래어르신사랑방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지도에 표시된 건물에서 1년 동안 근무했다는 경비원 A씨는 “이곳에 한파쉼터가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국민안전재난포털에 위치한 곰달래어르신사랑방을 찾았으나 주차장만 존재했다. 이찬규 기자

지난 24일 국민안전재난포털에 위치한 곰달래어르신사랑방을 찾았으나 주차장만 존재했다. 이찬규 기자

신월3동 주민센터 역시 홈페이지에는 한파쉼터라고 등록돼있었지만, 실제 방문해보니 한파쉼터가 없었다. 신월3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무더위쉼터만 운영할 뿐 한파쉼터는 운영하고 있지 않다”며 “왜 한파쉼터로 등록된 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관악구 미성동 주민센터 한파쉼터는 개방된 한파쉼터가 사실상 무용지물인 경우였다. 넓은 주민센터 2층 대강당이 한파쉼터로 등록돼 난방에 취약해서다. 미성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이용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한파에 찾아오시는 주민 분이 없다”며 “취약 계층 연락에 힘을 쓰며 한파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한파쉼터는 행안부에서 지침을 주고 실제 운영은 지자체가 맡는다”며 “정보 기입이 잘못된 건 담당자 간 인수인계 과정에서 정보가 누락되거나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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