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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정원, 민노총 사무실 압수수색 사유는 '北 지령문 은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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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지난 1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현직 간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당시 “북한 측 지령문과 ‘스테가노그래피’ 프로그램 등을 찾기 위함”이라고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24일 파악됐다. 국정원은 압수수색 영장 청구서에 북한이 민주노총 간부들을 오랫동안 포섭·관리해왔다고 볼 수 있는 정황도 길게 적시했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울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물이 든 상자를 들고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울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물이 든 상자를 들고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원은 앞서 지난 18일 서울 중구 정동의 민주노총 본부,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 제주 세월호 제주기억관 평화쉼터 사무실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민주노총 조직국장을 지낸 A씨와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B씨,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부위원장을 지낸 C씨, 제주 평화쉼터 대표인 D씨가 압수수색 대상이었다. A씨는 2016~2019년까지 캄보디아와 베트남으로 출국해 북한 노동당의 대남 공작 부서인 문화교류국 공작원 리광진 등을 접선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정원은 이후 A씨가 B·C·D씨를 각각 포섭해 관리하는 총책 역할도 맡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방첩당국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은 암호화 프로그램 스테가노그래피(기밀정보를 이미지 파일 등에 숨기는 방법)와 북측의 지령 내용 확보를 위해 A·B·C씨의 노동조합 사무실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영장에 명시했다. 특히 압수수색 장소에 노조 사무실이 포함된 이유에 대해 “다른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 대북 통신 장소로 활용한 바 있는 커피숍과 PC방 등 공개 장소를 이용한 정황이 포착되지 않았다”며 “가장 안전한 장소라고 할 수 있는 노조 사무실에 (프로그램을) 숨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또 “(북한 공작원) 리광진이 A씨 등 장기간에 걸쳐 민주노총에서 주요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을 포섭해 장기간 활용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피의자들이 노동계에서 활동하며 결성한 북한과 연계한 조직의 구성 및 체계, 조직 간의 규모 및 상호 간 연락 관계 등 조직적 범죄에 대한 전모를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과 연계된 민주노총 활동이 있는지도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리광진은 2021년 9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에 지령을 내렸으며 1990년대부터 수차례 국내 침투한 공을 인정받아 북한에서 영웅 칭호를 받은 인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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