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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짜리라 미안"…'재명이네 마을'에 이런 글 쏟아진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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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 사진 중앙포토, 뉴스1, 연합뉴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 사진 중앙포토, 뉴스1, 연합뉴스

비명계 국회의원 일부가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로 대표되는 ‘팬덤 정치’를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이 대표 지지층이 이에 반발하는 청원을 올리는 등 맞불을 놓으면서 민주당이 내홍을 겪고 있다.

민주당이 운영하는 ‘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2일 “천원 당원을 비하한 의원들을 징계해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24일 오후 4시 30분 현재 1만 1000명이 넘는 당원들의 동의를 얻었다.

‘천원 당원’은 월 1000원 이상의 당비를 내면서 당내 선거에 투표권을 갖는 권리당원을 의미한다. 민주당 당대표나 대선·국회의원 후보 등을 뽑는 당내 선거에 투표권을 갖고 참여하려면, 최소 월 1000원 이상의 당비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대선 경선 때부터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개딸’들이 대거 당비를 납부하며 권리당원이 됐다.

청원 작성자 A씨는 “천원 당원을 비하한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의 징계나 탈당을 요청한다”고 했다.

그는 “당원들을 모욕한 의원을 징계해야 한다”며 “천원 당원? 땅을 파봐라. 천원이 나오냐”며 “민주당 의원이 당대표를 공격하고 당원들을 무시하다니.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천원당비 내는 당원이 그렇게 우습냐”라고 따졌다.

이어 “그럼 민주당을 나가 달라. 당신들이 있는 민주당에 단 1원도 내고 싶지 않다”며 “저 3명에 대해 낙선 운동을 할 것이다. 저들이 나가면 바로 당비를 올리겠다”고 분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운영하는 ‘청원 게시판’에 지난 22일 “천원 당원을 비하한 의원들을 징계해달라”는 청원글이 게시됐다. 청원은 24일 오후 4시 30분 현재 1만 1000명이 넘는 당원들의 동의를 얻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청원게시판 캡처

더불어민주당이 운영하는 ‘청원 게시판’에 지난 22일 “천원 당원을 비하한 의원들을 징계해달라”는 청원글이 게시됐다. 청원은 24일 오후 4시 30분 현재 1만 1000명이 넘는 당원들의 동의를 얻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청원게시판 캡처

이원욱, 재선의 김종민·조응천 의원은 당내 비명계로 분류된다. 이들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김종민 의원은 지난해 11월 토론회에서 “천원 당원 중심으로 가게 되면 동원(되는) 당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원욱 의원은 이 토론회를 김 의원과 공동 주최했다. 조응천 의원 역시 국회의원들이 강성 팬덤에 떠밀려 다니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의 발언은 최근 다시 소환돼 주목을 받고 있고, 이에 징계를 요구하는 청원까지 게시된 상황이다.

SNS 등 온라인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과 이재명 당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도 “천원짜리라 미안하다”, “나는 5000원 짜리인데 한마디 한다, 세상 어느 국회의원이 당원을 이따위로 깎아 내리냐”, “이재명 대표는 1000원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졸지에 천원 당원 됐다” “천원 당원을 비하한 의원들은 공천에서 떨어뜨려야 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김종민 "천원 당원만이 기준이 돼선 안 된다는 것, 당원 비하 아냐…李대표 지지자들도 돌아봐야" 

한편 김종민 의원은 이날 SNS에 올린 글을 통해 해당 논란이 '가짜 뉴스'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지난 11월, 저의 토론회 발언을 거의 가짜뉴스 수준으로 짜깁기 왜곡해서 전파하고 있다"며 "제 주장의 취지는 정반대다. 당원들의 참여 기회를 늘리고 권리를 확대하자, 정치인에게 동원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런 주장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당내 민주주의로 가려면 당원들이 주체가 돼야 하는데, 지방선거, 총선, 대선 등 선거 때마다 당비 대납, 6개월 당원 등 일부 정치인들에 의해 동원되는 사례가 없어지질 않고 있다"며 "천원 당비만을 기준으로 삼으면 동원 당원 논란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원을 비하한 게 아니다"라며 "오히려 자발적으로 천원 당비내는 당원들의 소중한 참여가 동원당원으로 오해받지 않고, 진짜 권리당원 대접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라고 부연했다.

김 의원은 다만 이재명 대표 지지층을 향해 "과도한 비난을 멈춰줬으면 한다"는 취지의 입장도 밝혔다.

김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도 한번 돌아봐야 한다. 이재명 대표가 당 게시판에서 악마화되어 공격받던 때가 얼마 전인데, 그 때하고 똑같은 일이 지금 당 게시판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에 대해 바른소리 좀 했다고 정치적으로 공격하고, 몰아내려고 하는 건 그만해야 한다. 이건 민주주의도, 민주당의 길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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