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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만 남는 장사"…우크라, 러 드론 잡을수록 고민 커진다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드론이 전쟁의 판을 바꾸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드론의 활약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하는 이란제 샤헤드-136 드론.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하는 이란제 샤헤드-136 드론.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침공 초기 탱크와 장갑차를 앞세워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다. 러시아 측 명칭인 '특별군사작전'을 상징하는 'Z’ 표식이 붙은 탱크와 장갑차는 이 전쟁을 알리는 상징이었다.

하지만 전력상 상대적으로 열세로 간주됐던 우크라이나는 예상 밖의 선전을 보였다. 특히 전선 곳곳에서 드론을 이용해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 자체 드론 부대를 운영하고 있던 우크라이나군은 전쟁 초기부터 미국과 튀르키예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제공한 드론을 적극 활용했고, 러시아 군 탱크와 장갑차 수백대를 파괴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스위치블레이드(Switchblade)는 배낭에 넣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드론이다. 인명 살상용으로 설계된 스위치블레이드300, 탱크·장갑차 타격을 위해 제작된 스위치블레이드600 두 종류다.  스위치블레이드300의 경우 길이가 60cm가량, 무게는 2.5kg 정도로 최대 15분, 반경 10km까지 비행 가능하다. 별도의 대형 발사 시설 없이 사용할 수 있어 전장에서 활용하기 쉽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전술 드론, '피닉스 고스트(Phoenix Ghost)‘도 지원했다. 이름대로 유령처럼 몰래 날아다니다 불사조처럼 자폭하는 드론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스위치블레이드 100대를, 다음달엔 피닉스 고스트 120대를 각각 지원한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5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스위치블레이드 700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고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병사가 도네츠크 지역에서 러시아 국경을 향해 드론을 날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모습이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병사가 도네츠크 지역에서 러시아 국경을 향해 드론을 날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모습이다. AP=연합뉴스

튀르키예제 드론도 전장에서 맹활약했다. 중고도의 장거리 드론인 바이락타르는 러시아군의 탱크, 포, 장갑차, 레이더는 물론 헬리콥터까지 격추하는 눈부신 전과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흑해 지미니섬 인근에서 터키제 드론 바이락타르 TB2가 러시아 경비정 2척을 파괴하기도 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경비정이 파괴되는 영상을 공개해 군과 국민의 사기를 높였다. CNN은 바이락타르가 다양한 성과를 거두면서 우크라이나의 유행가 가사에 등장하고, 반려동물의 이름을 바이락타르로 지을 만큼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엔지니어의 이름을 따 지은 바이락타르는 튀르키예군이 2014년부터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에서 사용했다. 지난 2020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전쟁에도 투입된 적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바이락타르를 활용해 지상전을 준비했던 아르메니아의 방어망을 무력화시켰다. 정확한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경쟁사의 제품에 비해 가성비가 뛰어나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다.

드론은 수색용으로도 제격이다. 우크라이나군은 표적 조준 앱을 태블릿PC나 스마트폰에 설치해 활용한다. 표적을 입력하면 드론이 정확한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정교하게 타격할 수 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벡터 드론은 약 15㎞에 걸쳐서 고해상도 비디오를 제공하며, 최대 2시간 동안 비행이 가능하다.

이젠 러시아도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공습에 이란제 ‘샤헤드-136’을 투입하고 있다. 자폭용 드론으로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분야 등 다양한 기간 시설을 파괴해 전력을 약화시키는 데 활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의 방공 태세도 강화되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새해 시작이 이틀밖에 되지 않았는데 우크라이나 영공에서 격추된 이란제 드론의 수가 벌써 80대가 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군이 드론 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한다고 해도, 드론 공격이 러시아에겐 '남는 장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을 지원하는 현지 컨설팅회사 몰파의 아르템 스타로시크 대표는 “무인기를 발사하는 비용보다 미사일로 이를 격추하는 데 최대 7배의 비용이 든다”고 추산했다.

튀르키예의 무장 무인기 바이락타르 TB2. 사진 AA 제공

튀르키예의 무장 무인기 바이락타르 TB2. 사진 AA 제공

러시아가 사용하는 이란제 자폭 무인기의 가격은 약 2만 달러 수준이나, 이를 요격하는 지대공 미사일은 소련제 S-300은 14만 달러, 미제 첨단 미사일 나삼스는 50만 달러 정도다.

값싼 러시아의 자폭 드론을 고가의 미사일로 요격해야 하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드론을 놔둘 수도 없다. 드론의 공격으로 발전소 등이 파괴되면 비용은 물론 인명 피해 가능성도 커진다.

한편 러시아에 드론을 제공한 이란은 오는 3월 러시아로부터 차세대 전투기인 수호이(Su)-35를 받을 예정이다. 정확한 수량 등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군사전문매체인불가리안밀리터리닷컴,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은 이란으로 갈 수호이-35 전투기는 앞서 러시아가 이집트에 제공하기로 했던 물량으로 총 24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주요 외신들은 주요 외신은 이란과 러시아 간 전투기 거래가 최근 이란제 '자폭 드론'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된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가 이란의 '자폭 드론' 대량 공급에 대한 대가로 자국 주력 전투기를 제공하려 한다는 것이다. 최신 전투기와 맞바꿀 정도로 드론의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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