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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남산곤돌라'…남산케이블카 60년 독점 깰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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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대표관광시설인 남산 케이블카 모습. [중앙포토]

서울의 대표관광시설인 남산 케이블카 모습. [중앙포토]

남산케이블카는 서울의 대표 관광시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엔 한해 100만명 이상이 탔다. 하지만 특정 업체가 60년간 케이블카 운영을 독점해오면서 한쪽에선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이 업체의 개·보수 안건을 심의, 특혜 논란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市, 도시공원위 심의결과 곧 공개 

서울시는 지난 17일 시 도시공원위원회를 열고 남산케이블카 운영사인 ㈜한국삭도공업이 제출한 ‘남산1근린공원 조성계획변경 및 경관심의’ 수정 안건을 심의했다. 한국삭도공업은 4년 전 안전펜스 충돌사고로 이어진 케이블카 수동 조종시스템을 자동으로 바꾸고 48인용 케빈도 신형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기존 철탑형 지주도 2m가량 높이려 한다. 이번 개·보수에 소요되는 비용은 200억원가량이다.

한국삭도공업의 제출 안건은 수개월을 끌어왔다. 그간 심의위에선 탑승객 안전을 위해 노후시설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독점운영 논란을 정리해야 한단 의견 등이 제시됐다. 최근 도시공원위에선 일정 수준의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위원회 결과보고서 작성 등 과정을 거쳐 설 연휴 이후 공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19년 7월 남산케이블카가 승강장으로 내려오던 중 안전펜스에 부딪혀 7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당시 경찰 통제선이 설치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19년 7월 남산케이블카가 승강장으로 내려오던 중 안전펜스에 부딪혀 7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당시 경찰 통제선이 설치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씨 일가 소유 남산케이블카   

남산케이블카는 5·16 쿠데타 직후인 1961년 8월 대한제분 사장이었던 고(故) 한석진씨가 정부 허가를 받아 이듬해 운행을 시작했다. 당시 국내 첫 삭도(索道) 사업허가였다. 이후 허가권은 60년간 한씨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

한국삭도공업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은 2019년 136억566만원, 2020년 49억7092만원이었다. 2020년은 ‘거리두기’ 영향으로 매출액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1억869만원(37.5%), 4억4228만원(8.9%)으로 나타났다. 2020년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줄긴 했으나 그해 이자수익(영업 외 수익)으로만 영업액의 절반 수준인 1억9645만원을 얻었다. 2021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한국삭도공업은 남산 내 산림청 소유 일부 땅을 이용해 영업하고 있다. 매출액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의 토지사용료를 낸다고 한다. 일각에선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행법상 남산케이블카 사업 연한을 제한할 장치는 없다. 2018년 김정우 전 국회의원이 케이블카 등의 운영기한을 30년으로 제한하고, 이 기한을 초과해 운영 중인 케이블카도 재허가를 받는 내용을 골자로 한 궤도운송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임기 만료로 처리되지 못했다.

서울 남산 정상부근 모습. 뉴스1

서울 남산 정상부근 모습. 뉴스1

'남산 곤돌라' 사업이 독점깨나 

서울시는 과거 수차례 무산됐던 ‘남산 곤돌라’ 사업을 재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관련 용역도 발주했다. 남산 곤돌라가 현실화되면, 독점운행 논란은 비껴갈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사업방식이 관건이다. 재정부담을 줄이려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진행하게 되면, 참여 업체에 수십 년간 또 다른 특혜성 운영권을 줄 수 있어서다. 남산의 자연환경 훼손을 주장하는 환경단체 등을 설득하는 것도 과제다.

박영한 서울시의원은 지난해 11월 행정사무감사에서 “한국삭도공업이 1962년 5월에 개장한 게 남산 케이블카인데 지금까지 독점 사업을 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재추진하는 곤돌라 사업도 독점 사업이 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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