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입은 그는 자신에 총 겨눴다…ADHD 아들 보낸 母 통곡 [밀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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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병 깊은 군 上] 

 “먹어도 먹는 것 같지 않고…가슴에 돌덩어리를 얹고 살아요.”

 아들을 잃은 지 19개월이 지났지만, 박모(53)씨의 삶은 아직 그날의 기억에 갇혀 있다. “군대 안 가면 안 되냐”며 쪼그려 울던 아들 김민성(가명·당시 19세)씨가 입대(2020년 12월 14일) 6개월여 만에 차디찬 시신으로 돌아온 날. 김씨는 입대 3개월 전 정신의학과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아왔다. ADHD는 주의력이 떨어져 과잉행동, 충동성을 보여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증상이다. 입대할 때 군에 ‘ADHD약을 복용한다’는 소견서를 냈지만, ‘입영 대상자’란 판정을 뒤집을 순 없었다. 박씨는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7일 오전 故김민성(가명)씨의 어머니 박모씨가 경기도 자택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아들이 떠난 지 19개월이 지났지만 박씨는 아들의 생전 유품을 간직하고 있다.밀실팀

지난해 12월 7일 오전 故김민성(가명)씨의 어머니 박모씨가 경기도 자택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아들이 떠난 지 19개월이 지났지만 박씨는 아들의 생전 유품을 간직하고 있다.밀실팀

입영 후 복무적합도 검사에선 양호 판정이 나왔지만, 실제 군 생활은 고통이었다. 2021년 5월 9일엔 화장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고, 5월 27일엔 운전 연습 중 후진 사고를 냈다. 결국 6월 3일 사격훈련 중 자신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6일 뒤 세상을 떠났다. 박씨는 “민성이는 입대해선 안 되는 상태였다”며 “아들을 지켜주지 못한 국가에 책임이 있다”고 울먹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병사들의 정신건강이 위태롭다. 2020년 모든 병사가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등 복무 여건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극단적 선택을 하는 병사의 숫자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군 사망 사고는 2020년 55건에서 2021년 103건으로 오히려 크게 늘었다. 지난해에도 78건(2022년 12월 9일 기준)에 달했다. 특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2020년 42건에서 2021년 83건으로 대폭 늘었다. 지난해엔(2022년 12월 9일 기준) 57명이 군대에서 스스로 삶을 내려놓았다.

이같은 추세는 마음의 병을 앓는 청년들의 증가와도 맞물려 있다. 정신과 진료를 받는 20대 역시 7만6246명(2017년)에서 17만3745명(2021년)으로 5년간 약 128% 늘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14만 5916명이 군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서울지방병무청 정책자문위원인 김상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부회장은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20대의 정신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며 “이미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긴 상태라면 군이란 특수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문제가 심각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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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와 병무청도 문제를 알고 있다. 2016년 이후 병역신체검사규칙을 4차례 손질했다. 현재는 병무청 병역판정검사 때 정신건강을 평가하기 위해 인성검사(271문항), 인지 능력검사(89문항), 질병상태문진(13문항) 등의 검사를 시행한다. 여기서 이상이 발견되면 임상심리사가 생활기록부 등을 확인하고 개별 면담과 도구검사를 한다. 증세가 심하다고 판단되면 정신과 전문의가 검사결과와 치료기록을 참고해 신체등급을 정한다. 경과 관찰 대상의 경우 전문의료기관에 위탁해 검사를 마친 뒤 등급을 매긴다. 병역판정검사에서 현역(1~3급) 판정을 받더라도 입대 전 병무청이나 부대에서 입영판정검사나 신체검사를 한 차례 더 거친 뒤 군복을 입는다. 병무청 관계자는 “부적합자의 입대를 최대한 막기 위해 2021년 8월부터 입대 전 한 번 더 입영판정검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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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거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얼핏 촘촘해 보이지만, 여전히 빈틈이 많다는 것이다. 2019년 8월 5일 부대에서 극단 선택을 한 한모(사망 당시 20세)씨는 입대 전 우울증으로 7개월간 정신과 진료를 11차례 받았다. 고의로 허리를 비틀어 병역기피를 시도할 만큼 입대를 두려워한 한씨는 평소 ‘자살’을 입에 담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병역판정검사에선 현역 입영 대상자로 분류됐다. 2019년 5월 병무청 복무적합도 검사에서 ‘정밀관찰 요구’ 진단이 내려졌지만, 최종 판정이 바뀌진 않았다. 입대 후 상담에서도 “항우울제를 복용했다”고 하소연했지만, 군은 정밀진단을 의뢰하지 않았다. 결국 자대배치 10일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한씨의 아버지는 “아들은 입대 전까지 ‘자살’을 검색했다. 전문상담관이 아들에 대해 ‘우울감이 다소 있다’고 판단했는데도 조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故김민성(가명)씨의 군번줄과 사망확인서. 김씨의 어머니는 2022년 12월 7일 중앙일보와 만나 “이런 일이 또 있으면 안 될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밀실팀

故김민성(가명)씨의 군번줄과 사망확인서. 김씨의 어머니는 2022년 12월 7일 중앙일보와 만나 “이런 일이 또 있으면 안 될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밀실팀

 지난해 7월 21일에도 조모(사망 당시 22세)씨가 부대에서 목숨을 끊었다. 입대 전부터 정신과 약을 먹어온 그는 현역 판정을 받고 입대했다. 정확한 사망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병영 일기엔 ‘의사도 못 보고 약을 받았다. 훈련소에서 전출 전까지 너무 바빠서 약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김상욱 부회장은 “많은 인원을 검사하다 보니 대상자를 세세히 파악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한 국방부 관계자도 “심리검사 등으로 입대 대상자를 가르는 건 쉽지 않다. 일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자살이 발생하면 심리적 부검을 거쳐 3~4년에 한 번씩 심리검사를 보완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도의 우울장애’는 3급(현역) 판정을 받는다. 2021년 6월부턴 신병교육부대 귀가제도가 없어지면서 일단 입대하면 정신건강의 문제가 심해지더라도 군 병원의 조사에서 전역 또는 현역복무 부적합 처분을 받지 못하면 부담을 안은 채 복무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군 내부에서도 “우울장애가 있을 경우 7급(재검)으로 판정하고 치료가 끝나면 입대하도록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병역판정검사에서 현역 입영 대상이 되는 정신건강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러나 인구 감소와 복무 기간 단축에 따른 병역 자원 부족 현상을 고려하면 현역 대상 기준을 높이는 건 군에 적잖은 부담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33만4000명인 20세 남성은 2025년 23만6000명, 2045년 12만7000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병 복무 기간은 군 인력구조 재설계에 따라 18개월(육군 기준)로 축소됐다. “군이 병역자원의 확보라는 필요와 거름망을 촘촘히 해야 한다는 요구 사이에 딜레마에 빠진 형국”(전직 영관급 장교)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병무청 관계자는 “병역판정에서 정신건강 기준을 강화하면 현역 자원이 일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9년 간 군에서 근무한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군 역시 병력 수가 줄어드는 건 부담이지만 정신적으로 불안한 병사를 관리하는 건 더 힘들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위험 징후가 있으면 입대 시키지 않거나 집으로 돌려보내는 방향으로 가고 있긴 하다”며 “다만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관리하고, 그마저 안되면 과감히 돌려보내는 단계까지 가려면 지금보다는 국방부가 더 의지를 갖고 인력 확보와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군 내 사고를 더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간부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리도 더 신경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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