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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DDR5에 희망 걸었는데…인텔·AMD가 구세주 될까

중앙일보

입력

12나노급 16Gb DDR5 D램.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DDR5를 지원하는 CPU가 늘어나면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 사진 삼성전자

12나노급 16Gb DDR5 D램.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DDR5를 지원하는 CPU가 늘어나면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 사진 삼성전자

‘수요 절벽’을 맞은 반도체 업계가 인텔·AMD 등 중앙처리장치(CPU) 업체의 신제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일찌감치 차세대 제품인 DDR5 D램 양산체제를 갖춘 상태다. 하지만 이를 지원하는 서버나 개인용컴퓨터(PC)가 보급되지 않으면 본격적인 판매가 어렵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텔·AMD 등 CPU 업체들이 새 D램 규격인 DDR5를 지원하는 CPU를 속속 내놓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제품 수요 감소로 출시를 미뤄왔지만 AMD가 PC와 데이터센터(서버)용 CPU를 출시한 데 이어 인텔도 지난 10일(현지시간) 서버용 신형 CPU를 출시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이들 신제품이 반도체 수요를 반등시킬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PC용 제품은 인텔과 AMD 모두 지난해 신제품을 내놨다. 모두 DDR5 D램을 지원하는 CPU다. 인텔은 지난해 9월 ‘13세대 코어프로세서(코드명 랩터 레이크)’를 출시했다. 인텔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데스크톱 CPU’라 명명한 ‘랩터 레이크’는 게임에서 24%의 성능 향상, 동영상 등 콘텐트 제작에서 34%의 성능 향상을 이뤄냈다.

AMD가 지난해 출시한 데스크톱용 CPU '라이젠 7000'.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를 지원한다. 사진 AMD

AMD가 지난해 출시한 데스크톱용 CPU '라이젠 7000'.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를 지원한다. 사진 AMD

인텔은 앞서 내놓은 12세대 ‘엘더 레이크’에서도 DDR5 D램을 지원했지만 본격적인 메모리 세대교체는 ‘랩터 레이크’부터일 것으로 기대된다. AMD도 DDR5를 지원하는 PC용 CPU인 ‘라이젠 7000’시리즈를 지난해 8월 출시했다. 두 회사 모두 올해엔 노트북용 CPU를 선보이면서 PC 경기 반등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리사 수 AMD 회장은 이달 초 열린 소비자전쇼(CES) 2023에 기조 연설자로 등장해 노트북용 프로세서인 ‘라이젠 7040’을 공개했다. 리사 수 회장은 “애플 칩보다 30%, 인텔 칩보다 45% 빠르며 30시간 이상 가는 배터리 성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인텔 역시 이번 CES에서 모바일용 ‘랩터 레이크’를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메모리 업계의 기대감을 더 높이는 건 서버용 CPU다. AMD가 지난해 11월 서버용 CPU인 ‘4세대 에픽’을 내놓은 데 이어, 인텔도 서버용 CPU인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코드명 사파이어 래피즈)’을 출시하면서 최근 주춤하고 있는 데이터센터·서버용 제품 판매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반도체 업계가 데이터센터에 희망을 품는 건 PC 시장보다는 전망이 낫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하락으로 PC 수요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신형 CPU 등장으로 교체 수요가 발생하긴 하겠지만 당분간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개선되긴 어렵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지난해 전체 PC 출하량이 2억9230만 대로 전년(3억5010만 대) 대비 16.5% 감소했다고 집계했다.

수요 부진 속에서도 데이터센터 수요는 지속할 것이란 게 IT 업계의 바람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대규모 데이터 저장과 연산이 필요한 사업군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테크 업계의 감원 바람이 무인 비즈니스의 증가로 이어져 클라우드와 같은 대규모 저장의 수요를 늘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현재 주력 제품인 DDR4와 비교해 최대 2배의 전송 속도를 가진 DDR5를 지원하는 CPU가 늘어나면서 가격 역시 하락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중반을 기점으로 DDR5가 DDR4를 제치고 시장의 제품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에는 DDR5의 시장점유율이 42%, DDR4는 8%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인텔이 10일(현지시간) 출시한 차세대 서버용 CPU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코드명 사파이어 래피즈). AMD에 이어 인텔도 DDR5 D램을 지원하는 서버용 CPU를 출시하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의 '메모리 수요 절벽'이 하반기에는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인텔

인텔이 10일(현지시간) 출시한 차세대 서버용 CPU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코드명 사파이어 래피즈). AMD에 이어 인텔도 DDR5 D램을 지원하는 서버용 CPU를 출시하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의 '메모리 수요 절벽'이 하반기에는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인텔

삼성전자는 지난해 이미 차세대 공정인 10나노미터(㎚·10억 분의 1m)급 5세대 D램과 8세대 V낸드플래시 양산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도 차세대 제품인 DDR5, HBM(고대역폭 메모리)3 등 고부가 서버용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하지만 기대만큼 시장이 살아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서버 시장 성장률을 당초 3.7%로 예상했지만 최근 2.8%로 낮췄다. 실적 악화로 주요 기업들이 관련 투자를 줄이고 있어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경기 하락에도 불구하고 한국 반도체 주력인 메모리가 살아나려면 결국 서버용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야 한다”며 “재고가 안정화하는 하반기부터는 투자도 늘어나면서 반등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베네시안 엑스포에서 리사 수 AMD 회장이 개막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베네시안 엑스포에서 리사 수 AMD 회장이 개막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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