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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올해 5%씩 더 받게 됐지만…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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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국민연금 수령액이 올해 5.1% 올랐다. 납입액수나 납입기금과 무관하다. 국민연금을 받고 있던 수령자 전원이 5.1% 오른 만큼을 지급받는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가파른 물가 상승이 연금 곳간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금 고갈 시기는 앞당겨질 전망이다.

20년 전 66만원, 올해는 105만원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 지급액 인상률은 지난해(2.5%)보다 2.6%포인트 올라 5.1%다. 지난해 연간 물가상승률(5.1%)을 그대로 국민연금 지급액 인상으로 반영하면서다. 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심의위원회는 매년 심의를 거쳐 지급액 인상률을 결정하는데 전년도 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에 따라 지난해 월 100만원을 받던 국민연금 수급자의 월 수령액은 올해 1월부터 5만1000원 오른 105만1000원씩을 연금으로 매달 받는다. 국민연금제도는 노후소득 보장을 목적으로 도입된 만큼 물가상승을 매년 반영해 연금의 실질 가치를 보장한다. 예컨대 2003년 월 66만4310원으로 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한 A씨는 20년이 지난 올해엔 105만9534원을 받는다. 매년 물가상승률이 반영되면서 20년간 국민연금 수령액은 60%가량 올랐다.

1999년 이후 수령액 인상률 최고

연금 수령자 입장에선 물가 인상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져 실질 연금액이 하락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이는 개인연금 같은 민간 연금상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공적연금만의 최대 장점이다. 민간 연금상품은 물가 변동을 반영하지 않고 약정금액만 지급하기 때문에 물가 상승에 따라 실질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국민연금 가입이 노후준비의 첫걸음'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민연금 곳간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래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지난해 이전까지 가파른 물가상승률은 나타나지 않아 왔다. 특히 2013년부터 2020년까지는 연간 물가상승률이 0.4~1.9%대에 불과했다. 연금 재정 부담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지난해 사정이 바뀌었다. 5.1%는 1999년(7.5% 인상)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이다.

16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민원실에서 시민이 상담을 받는 모습. 뉴스1

16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민원실에서 시민이 상담을 받는 모습. 뉴스1

공무원연금·사학연금 등 공적연금도 물가와 연동해 수급액이 늘어나는 구조다. 만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인정액이 기준액 이하인 이들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올해 5.1% 인상됐다. 단독 가구 기준 기초연금은 지난해 월 30만7500원에서 올해는 32만3180원이 됐다. 정부는 지급액 인상과 수급 대상 증가를 고려해 올해 기초연금 예산을 지난해보다 2조5000억원 늘렸다. 인플레이션의 여파가 국민연금뿐 아니라 공적연금과 정부 재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출산율 바닥…국민연금 고갈 빨라진다

저출산·고령화 등의 여파로 국민연금의 고갈 시점이 멀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 변수까지 더해졌다. 정부는 설 연휴 이후인 이달 말 국민연금의 재정 추계 전망을 새로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2003년을 시작으로 5년마다 재정 추계를 해왔다. 앞서 4차 추계를 발표한 2018년 당시엔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2057년으로 전망했다. 적자로 전환되는 시점은 이보다 이른 2042년으로 예상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당시 추계 때보다 출생아 감소 속도가 빠른 데다 물가까지 오르면서 보험료율을 높이지 않는 한 기금 고갈 시점은 더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2020년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2055년으로 내다봤다. 2018년 전망보다 고갈 시점을 앞당긴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인구구조와 물가·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가 국민연금 추계의 가장 중요한 두 변수”라며 “물가가 급격히 오르면 고갈 시점이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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