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 체육대회는 어디서 하나요"…주민 추억에 자물쇠 채웠다 [4500㎞ 폐교로드⑦]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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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군 목도고는 폐교 후 1년제 전환학교로 바뀐다. 김태윤 기자

충북 괴산군 목도고는 폐교 후 1년제 전환학교로 바뀐다. 김태윤 기자

“오로지 학교를 지키고 싶어서 동문과 주민들이 발버둥을 쳤는데 결국 폐교되고 말았어요.”

충청북도 괴산군 불정면에 있는 목도고등학교. 이 학교는 개교 47년 만이 지난해 3월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문을 닫았다. 괴산군에 있는 둘뿐인 고등학교였다. 이로써 괴산군 전체에 남은 고교는 괴산고 한 곳뿐이다.

폐교 후 굳게 잠긴 충북 괴산군 목도고 정문. 김태윤 기자

폐교 후 굳게 잠긴 충북 괴산군 목도고 정문. 김태윤 기자

괴산 전체에 고교 한 곳 남아…“폐교 막기 위해 수년간 시위”

지금은 공장 터로 쓰이는 목도중학교 폐교(2013)를 지켜본 동문과 불정면 주민들은 수년간 목도고 폐교 반대 운동을 벌였다. 목도중‧고를 나온 장용상 불정농협 조합장은 “기수별로 일주일에 서너 번씩 청주에 있는 교육청을 찾아가 피켓 시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폐교하면 마을도 다 죽는다며 불정면 사람들도 시위에 함께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목도고는 지난해 2월 20명의 졸업생을 끝으로 폐교됐다. 올해부턴 1년제 전환학교(목도나루학교)로 바뀌어 문을 연다. 고1 학생들이 1년간 진로 탐구 등 위탁교육을 받은 후 원적 학교로 복귀하는 일종의 대안 학교다. 장 조합장은 “매년 가을 총동문 체육대회를 여는데 모교가 폐교되고 자물쇠가 걸려 있으니 운동장을 쓸 수 없었다”며 “이번엔 교육청에 사정해 학교에서 행사를 치렀지만, 내년부터는 어찌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제야 학교를 잃은 서글픔이 밀려오더라”고 토로했다.

충북 괴산군에 있던 장연중학교는 2013년 폐교 후 발효 아카데미로 활용 중이다. 김태윤 기자

충북 괴산군에 있던 장연중학교는 2013년 폐교 후 발효 아카데미로 활용 중이다. 김태윤 기자

목도고가 폐교되면서 중학생을 둔 괴산군 학부모들의 속도 타들어 갔다. 군내 유일한 고교인 괴산고 정원이 한정돼 다른 지역으로 전·입학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충북교육청은 지난해 하반기, 괴사고의 입학 정원을 5학급 100명에서 6학급 132명으로 확대했다.

휴교 중인 경북 군위군 효령고는 향후 항공 특성화고로 바뀐다. 김태윤 기자

휴교 중인 경북 군위군 효령고는 향후 항공 특성화고로 바뀐다. 김태윤 기자

“어차피 학생도 없는데”…군위군에 인문계고 1개 남아  

올해 7월 경북에서 대구시로 편입되는 군위군 중학생들 역시 진학할 수 있는 관내 인문계고가 군위고 한 곳뿐이다. 여러 해 신입생을 받지 못해 폐교 위기에 놓였던 효령고(효령면 중구리)가 항공 특성화고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새 학교 부지는 현재 위치가 아닌 인근 마시리다.

효령고 인근에서 30분을 서성이다 어렵게 만난 한 주민은 “어차피 중구리엔 학생들이 거의 없어서 학교가 사라진다고 달라질 것도 없다”며 체념하듯 말했다. 군위교육지원청에 따라면, 군위에선 지금까지 25개 학교가 사라졌다. 현재는 초등학교 7곳, 중학교 4곳, 고교 4곳에 1023명이 다닌다. 서울 강남에 있는 대도초등학교(2025명) 한 개 학교의 절반 수준이다.

2019년 폐교한 경북 의성군 금성여상 학교 건물에 '태평여자고등학교'라는 가짜 간판이 붙어 있다. 김태윤 기자

2019년 폐교한 경북 의성군 금성여상 학교 건물에 '태평여자고등학교'라는 가짜 간판이 붙어 있다. 김태윤 기자

금성여상에서 폐교 후 태평여고로 바뀐 사연 

폐교 후 ‘가상 학교’로 변한 곳도 있다. 경북 의성군 금성면에 있던 금성여자상업고등학교. 11월 초 찾아간 학교 운동장에선 중장년 10여 명이 게이트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교적비엔 분명 금성여상으로 돼 있었는데, 학교 건물엔 ‘태평여자고등학교’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알고 보니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촬영지로 활용하기 위해 가짜로 붙인 것이었다.

1976년 개교한 금성여상은 경북 지역에선 취업률 높은 특성화고로 유명했다. 하지만 2019년 졸업생 28명을 끝으로 폐교됐다. 금성면에서 만난 한 70대 주민은 “한때는 구미나 안동에서도 찾는 학교였는데 학생들이 점점 줄더니 결국 저렇게 됐다”며 “금성면만 아니라 의성 전부가 똑같은 처지”라고 말했다.

1992년 폐교한 경북 군위군 보성초. 김태윤 기자

1992년 폐교한 경북 군위군 보성초. 김태윤 기자

전국 기초단체 중 경북 군위군과 함께 인구 소멸 위험 지수가 가장 높은 의성은 1990년 이후 61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 초등학교 분교에서 시작된 ‘도미노 폐교’는 2010년대 중반 들어 단밀중‧안평중‧비안중(2016), 다인정보고‧가음중(2017), 금성여상 (2019) 등 중‧고교 폐교로 이어졌다. 학생 수 10명 이하로 통폐합 중점 대상인 학교는 지난해 기준 4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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