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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하면 문자로 "부장님, 왜?"…콜포비아 과외 1시간 10만원

중앙일보

입력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회사에서 업무상 전화 통화를 할 일이 많은데, 수화기를 들기 전엔 한숨부터 나와요. 평소 카카오톡·문자메시지를 더 많이 하지 않나요? 익숙하지 않거든요. 해야 할 말을 미리 적어놓고, 두세 번 연습한 뒤에야 수화기를 듭니다.”

지난해 입사한 신입사원 A(26)씨는 최근 중앙일보와 통화하면서 회사 생활의 어려움을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업무 통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 스피치 과외까지 받았는데 아직도 어색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입사한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 신입사원 사이에서 이른바 ‘콜포비아’(전화 공포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셜미디어(SNS) 등으로 짧은 메시지를 주고받는 데 젊은 층이 전화 통화나 대면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다.

A씨처럼 ‘콜포비아’를 극복하기 위해 ‘과외’를 받는 경우도 있다. 국내 전문가 매칭 사이트에선 시간당 3만~9만9000원 수준의 ‘비즈니스 스피치 과외’가 성행이다. 한 스피치 강사는 “주로 신입사원들의 수강 문의가 많다”며 “상사·동료에게 말하는 예절부터 어색할 때 써먹을 수 있는 ‘스몰토크’ 등을 전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전화 기술 컨설팅 업체 ‘더 폰 레이디’는 시간당 480달러(약 60만원)짜리 일대일 코치 서비스를 제공한다. 설립자 메리 제인 콥스는 “젊은 세대가 전화 통화에 두려움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가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라고 보고, 이에 집중해 컨설팅하고 있다”며 갑작스러운 통화에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의 경우 지정된 날짜에 컨설턴트의 전화를 받아 대화 연습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테크노밸리 전경. 임현동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테크노밸리 전경. 임현동 기자

대기업 과장급 B씨는 실제로 신입사원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부서 신입사원에게 전화를 걸면 전화는 받지 않고 ‘과장님 무슨 일이세요’라는 메신저 메시지를 보내올 때가 잦다”며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컴팩트하게 소통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는데, 오히려 메신저로 전화 통화가 필요한 이유를 허락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젊은 층의 ‘콜포비아’로 기업 내 소통의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전에도 ‘콜포비아’가 존재했지만, 비대면 상황을 길게 겪으며 전반적인 언택트 선호 현상이 심화한 것”이라며 “특히나 젊은 세대는 어릴 적부터 온라인·문자메시지 등을 접해온 터라 언택트 상황에 더 빠르게 적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특히 코로나 시대 신입사원의 경우 재택근무가 많아 회사나 동료·선배에 대한 친밀감이 없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며 “대면 교류를 통해 동료의 성격을 이해하고 부딪히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기회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 이 같은 ‘콜포비아’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곽 교수는 “재택근무가 줄어들고 회사 내에서 자연스럽게 대면하는 기회가 많아지면 콜포비아 등이 해소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상사들이 MZ세대 사원들과 빠르게 교류하기 위해 갑자기 회식을 제안하는 등 ‘꼰대식 친밀감 형성’을 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상사’들을 향해서는 “젊은 사원들과 소통할 땐 꼭 필요한 말만 빠르게 전달하라”고, ‘콜포비아’를 겪는 신입사원을 향해서는 “전화 통화의 즉답이 어렵다고 회피하면 안 된다. 가족·친구 등 친한 사람들부터 빈도를 늘려 익숙함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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