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표론’은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핵심 화두 중 하나다. 내년 4월 총선의 핵심 승부처가 수도권인 만큼 수도권 출신이 대표를 맡아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승리 가능성이 더 크다는 논리다. 이러한 ‘수도권 대표론’은 최근 ‘수도권 연대론’으로 진화했다. 친윤계 주류가 강하게 밀고 있는 ‘김장 연대’(김기현·장제원 의원)에 맞서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안철수·윤상현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이 힘을 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수도권 연대 전선이 형성됐다.
윤상현 의원은 수도권 연대의 한 축이지만 안 의원과 나 전 의원에 비해 지지세가 약하다. 지난 16~17일 리얼미터·미디어트리뷴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중 3.1%가 그를 지지했다. 그런 만큼 윤 의원은 수도권뿐 아니라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TK)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당원투표 100%’로 치러지는 이번 대표 경선에서 책임당원이 몰려있는 TK는 선거 전략상 요충지이기도 하다.
윤 의원 측 인사는 지난 1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지금 후보 중 TK의 압도적 지지를 받을 만한 후보가 없다”며 “수도권이면서도 TK의 적장자 이미지가 강한 윤 의원의 장점을 동시에 살리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수도권과 TK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겨냥하겠다는 취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친박계 핵심으로 활동한 그는 TK에서도 비교적 인지도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이를 의식한 듯 윤 의원은 수도권 연대를 강조하면서도 막상 전당대회 출정식은 지난 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었다. 그는 출정식에서 “아버지가 신혼 때 통신장교로 구미 금오산 레이더 기지에 근무했고, 그때 어머니가 저를 수태했다고 들었다”며 “‘박정희 정신’은 혁신이다. 수도권에서 강한 국민의힘을 만들어 달라”고 강조했다. 당시 출정식에 참석한 한 책임당원은 “TK 지지를 받아야 정통성을 인정받는 대표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뚜렷하게 적통 후보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래도 윤 의원이 가장 (적통에) 근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8일에는 보수 성향의 대구·경북 12개 시민단체 200여명 회원이 대구 서문시장에 모여 윤 의원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설연휴인 21일 고향인 충남 청양으로 내려가 선영을 참배하며 충청의 아들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전 중앙시장을 방문하고 청년 여성 당원과도 만난 윤 의원은 내년 총선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승리할 수 있는 당대표를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다음달 10일 예정된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하는 게 급선무다. 정확히 몇 명이 첫 관문을 통과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재의 낮은 지지율이 고착화될 경우 컷오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그래서 유력하게 나오는 시나리오 중 하나는 윤 의원과 안 의원의 단일화다. 예비경선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통과하더라도 지지율이 계속 낮을 경우 단일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윤 의원은 안 의원과 서로의 출정식 때 축사를 보내며 호흡을 맞췄다. 청년 공천 등 개혁 방향도 대부분 일치한다.
다만, 아직까지는 완주를 강조하고 있다. 윤 의원 측 인사는 “국민의힘에 수도권 대표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을 뿐 단일화에는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