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시 하장면 광동리에 있는 하장초등학교. 지난해 11월 초 정오에 찾아간 학교 앞은 한산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공사 현장 인부 몇몇과 보행기에 의지해 걷는 노인 서너 명이 한 시간 동안 머물면서 본 전부였다. 이 학교는 지난해 1‧2학년 3명을 복식학급(두 개 이상 학년이 한 교실에서 수업하는 학급)으로 운용했다. 6학년 5명은 12월 말 졸업했고, 올해 신입생 3명이 들어와 전교생은 16명이 된다. 강원도교육청이 정한 학교 통폐합 기준(10명)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
하장초 인근 고교 폐교, 중학교 전교생은 5명
문제는 그다음이다. 아이들이 졸업해도 하장면에선 진학할 학교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장초에서 차로 2분 거리인 하장고등학교는 지난해 폐교했다. 폐교 당시 학생 수는 3명이었다. 하장고와 같은 운동장을 쓰는 하장중 역시 폐교가 임박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교생은 2학년 3명, 3학년 2명이다. 4층짜리 고교 건물과 3층짜리 중학교 건물 전체에 학생 5명이 다녔다.
하장초 앞 슈퍼 주인은 “초등학교는 아직 잘 버티고 있지만 중‧고등학교가 다 없어지면 그나마 남은 애들도 떠나거나 멀리 통학을 해야 한다”며 “이러다 마을에 아이들이 다 없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하장면 인구는 1264명. 이 중 19세 이하는 51명(4%)에 불과하다. 7세 이하는 14명이다.
지방에선 상급학교가 폐교해 이사를 고민하거나 통학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삼척시 근덕면 용화리에 있는 장호초도 마찬가지다. 이 학교엔 4학급 13명이 다니지만, 인근에 있는 장호중학교가 지난해 문을 닫았다. 폐교 당시 학생 수는 단 2명이었다.
“힘 합쳐 학생 수 늘렸는데”...상급 학교 줄폐교
학교와 지역민의 노력으로 학생 수가 늘어도 진학할 상급학교가 없어 고민인 지역도 있다. 경남 남해군 고현면에 있는 고현초가 대표적이다. 이 학교는 2020년만 해도 전교생이 24명이었고, 1·2학년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학교와 지역민이 힘을 합쳐 전학 오는 이주 가족에 주택과 농지를 무상으로 제공‧임대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폈다. 신입생과 전입생에겐 50만~100만원의 장학금도 지급한다. 이런 노력으로 2021년과 지난해 고현초 학생 수는 각각 44명, 49명으로 늘었다. 고현초는 지역 작은 학교 살리기의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고현초 앞에서 만난 한 주민은 “학교가 잘돼서 너무 좋지만, 졸업하면 갈 중학교가 없으니 문제”라며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고현면에 있던 고현중학교는 학생 수 감소로 2019년 폐교됐다. 이 주민은 “중학교에 가려면 설천중(설천면)이나 남해중(남해읍)으로 가야 할 텐데, 지원을 받고 귀농‧귀촌한 학부모들이 언제까지 우리 마을에 살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강원도 영월군에 있는 신천초 역시 특성화 교육을 지원하고, 전·입학하는 2인 이상의 세대에 매월 주거비를 제공하는 등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2020년 23명이던 학생이 지난해 45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인근에 있는 신천중은 학생 수 감소로 지난해 폐교했다. 신천초와 같은 한반도면에 있는 쌍룡중 역시 재학생이 15명뿐이다. 영월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영월에 있는 10개 공립중학교 중 5곳은 전교생이 20명 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