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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구애 끝에 백종원 잡았다…'전통시장 기적' 확산 지방의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충북도의회 최정훈 의원(왼쪽)과 이태훈 의원(오른쪽)이 지난 15일 충남 예산군 예산읍 예산시장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만났다. 사진 충북도의회

충북도의회 최정훈 의원(왼쪽)과 이태훈 의원(오른쪽)이 지난 15일 충남 예산군 예산읍 예산시장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만났다. 사진 충북도의회

예산시장 ‘백종원 효과’…일주일 만에 1만명 찾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추진하는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가 충청권으로 확대될 수 있을까. 충북도의회가 충남 예산시장에서 선보인 ‘구도심 지역 상생 프로젝트’를 본뜬 전통시장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주인공은 충북도의회 최정훈 의원(청주2)과 이태훈 의원(괴산)이다. 최 의원은 올해 41살, 이 의원은 한 살 더 많다. 이들은 설 명절을 일주일 앞둔 지난 15일 예산시장에서 백종원 대표를 만났다. 예산시장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충북 내 구도심과 전통시장을 소개하고, 활성화 방안을 조언해 달라고 했다.

예산은 백 대표 고향이다. 그는 2018년부터 예산군과 함께 예산시장 활성화 사업을 하고 있다. 공실로 방치됐던 상가를 더본코리아가 사들여 뜯어고쳤고, 그 자리에 음식점 5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가게 주인은 더본외식산업개발원에서 교육받은 창업자들이다.

닭 바비큐, 파기름·잔치 국수, 꽈리고추 닭볶음탕, 부속 고기 등을 파는 음식점이 지난 9일 개업했다. 예산군에 따르면 이들 업체가 문을 연 이후 일주일 만에 예산시장 방문객이 1만명을 돌파했다.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 진행 이후 예산시장의 모습. 사진 예산군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 진행 이후 예산시장의 모습. 사진 예산군

게시글·인스타DM·무작정 방문 ‘4년간 구애’ 

최 의원은 “다 쓰러져 가던 예산시장이 20대가 좋아할 만한 인테리어와 메뉴로 탈바꿈하면서 사람이 북적이고 있었다”며 “극심한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청주 중앙시장과 삼겹살 거리 상황을 설명하고, 상권이 되살아날 수 있도록 백 대표 측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에 있는 중앙시장은 1960년대 초 옛 청주역 자리에 형성됐다. 청주시청과 성안길·상당공원이 인접해 중심 상권으로 번영을 누렸다. 도시 외곽이 개발된 90년대 후반부터 쇠락의 길을 걸었다. 건물이 낙후하고, 빈점포가 많다. 서문시장 역시 삼겹살 거리를 조성한 2012년 반짝 특수를 누렸다가 지금은 발길이 뜸해진 상태다.

최 의원은 “중앙시장 모습을 촬영해서 백 대표에게 직접 보여줬다”며 “백 대표도 구도심이 처한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확답은 없었지만, 생각해보겠다는 말을 했다”고 했다. 이태훈 의원은 괴산 관광지와 시장을 연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도의회에 따르면 백 대표는 “충북을 잘 알고 있다”며 “더본코리아 지역개발부와 협의해 추후 만남을 잡고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2월께 도의회를 방문해 청주 또는 괴산 전통시장을 살펴볼 예정이다.

충북 청주시 북문로에 있는 중앙시장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사진 최정훈 충북도의원

충북 청주시 북문로에 있는 중앙시장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사진 최정훈 충북도의원

충북도의원 “청주 중앙시장·괴산시장도 도움을” 

최 의원이 백 대표를 만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초선인 그는 도의원이 되기 전인 2019년부터 백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백 대표가 출연하는 TV 프로그램인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 게시판에 글을 올려 “청주에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6월 당선 이후엔 더본코리아 인스타그램 계정에 메시지를 수차례 보내 같은 부탁을 했다.

지난해 12월 홀로 예산시장에 들렀다가, 지난 9일엔 이 의원과 함께 백 대표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예산시장을 찾아가기도 했다. 이날 더본코리아 관계자가 최 의원 일행의 사정을 들은 뒤 백 대표와 만남을 주선했다고 한다. 4년간 구애 끝에 백 대표와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최 의원은 “더본코리아 한 실무진이 ‘지방의원이 직접 찾아와 도움을 요청한 적은 처음’이란 말을 했다”며 “휴일인 15일 오전 9시쯤 예산시장에 도착했는데 백종원 대표가 먼저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한복 입기 활성화 지원 조례’도 준비 중이다. 지난해 12월 발족한 충북한복진흥협의회를 돕고, 한복 입기 문화를 장려하기 위해서다. 충북도의회는 지난 12일 열린 올해 첫 임시회에서 의원 35명 모두 한복을 입고 등원해 화제를 모았다.

한복을 입은 충북도의회 의원들이 지난 12일 충북 청주시 충북도의회 본회의장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도의회는 새해 인사와 잊혀져가는 전통문화를 계승하자는 취지로 한복을 입고 본회의를 진행했다. 뉴스1

한복을 입은 충북도의회 의원들이 지난 12일 충북 청주시 충북도의회 본회의장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도의회는 새해 인사와 잊혀져가는 전통문화를 계승하자는 취지로 한복을 입고 본회의를 진행했다. 뉴스1

최 의원은 “청남대와 문의문화재단지에 입장하는 관람객이 한복을 착용하면 입장료 50%를 할인하는 혜택 등을 담은 조례를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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