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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 종량제봉투에 버리라고?"…반려동물 매장 3000만원 벌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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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 견주가 동물장묘업체에서 반려견의 입관식을 치르는 모습. 중앙포토

한 견주가 동물장묘업체에서 반려견의 입관식을 치르는 모습. 중앙포토

만으로 14살 반려견을 키우는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기력이 예전 같지 않은 반려견을 보면서 '이별의 순간'을 어떻게 맞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자신의 인생 절반 가량을 함께 한 가족 같은 존재가 떠난다는 생각만으로도 슬픈데, 장례를 어떻게 치러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이다.

이씨는 "반려견을 가까운 뒷산이나 조부모 산소 옆에 묻고 자주 찾아가고 싶지만, 매장은 불법이라고 하더라"면서 "현행법상 동물 사체는 쓰레기종량제 봉투나 동물병원을 통해 소각해야 한다는데 가족을 그렇게 떠나 보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장묘업체를 찾아봐야 할 것 같은데, 혹여 바가지를 쓸까 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씨처럼 반려동물의 마지막 순간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적절한 장례 절차 등을 알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실천이 어려운 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5년 이내에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41.3%가 주거지나 야산에 묻는다고 답했다. 이중 절반 가량인 45.2%는 해당 행위가 불법인지 몰랐다고 했다. 동물의 사체를 매장할 경우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동물권행동 단체 카라의 전진경 대표는 "인수공통 질병 등의 문제로 매장을 함부로 해선 안 되는 게 맞다"면서도 "화장을 해서 내 집 앞마당에 묻는 건 불법이 아니지만, 애초 동물 사체 소각이나 장묘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동물장묘업체의 납골당을 찾은 견주의 뒷모습. 중앙포토

동물장묘업체의 납골당을 찾은 견주의 뒷모습. 중앙포토

"공적 영역에서 장묘 논의 활성화돼야" 

적법하게 동물 사체를 처리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거나 동물병원에 맡겨 소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반려동물 주인의 정서와는 거리가 먼 방식이다.

전용 장묘시설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도 대부분 이를 선호한다. 하지만 합법적인 장묘업체는 전국에 60여곳뿐이라 찾아가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들 업체의 합법 여부를 분간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소비자원 조사 결과 2023년 1월 현재 정식으로 등록된 국내 동물장묘업체는 총 62개이지만, 이 중 32개소(51.6%)는 인터넷 등에 등록증을 올리지 않고 영업하고 있었다.

장례 비용을 제대로 명시하는 경우도 드물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다. 소비자원의 '반려동물 장묘서비스 이용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동물 사체 처리 과정에서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23.3%(233명)에 달했다. 가장 많은 피해 유형으로는 '동물장묘업체의 과다 비용 청구'로, 전체의 40.3%(94건)를 차지했다. '불성실한 장례 진행' 39.1%(91건), '장례용품 강매' 38.6%(90건), '합동화장 등으로 유골확인 불가' 31.8%(74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정부는 반려동물 장묘업종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동물복지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4월부터 동물 장묘업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무허가·미등록 영업을 하진 않는지, 시설과 인력 기준은 잘 지키는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영업실태도 확대 점검할 예정이다. 학대 예방과 불법 영업 근절을 위해 동물판매·장묘·미용업 등에 대한 폐쇄회로(CC)TV 설치 장소도 구체화한다.

전문가는 공적 영역에서 장묘 문화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전진경 카라 대표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반려동물 장례를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에서 논의하고, 공공재로써 장묘가 지원돼야 한다"며 "그래야 반려동물 탄생과 입양의 중요성을 강조하듯 마지막 순간도 문화적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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