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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도, 이유도 제각각…감독 옆자리 지킬 '특급' 수석코치들

중앙일보

입력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4개 팀이 새 감독과 함께 2023년을 맞았다. 네 명의 신임 사령탑은 고심 끝에 자신과 뜻이 맞는 코치진을 꾸렸다. 특히 '감독의 오른팔'로 여겨졌던 수석코치 자리에 유독 거물급 야구인들이 포진했다. 삼성 라이온즈 감독을 지낸 김한수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 LG 트윈스의 영구결번 레전드인 이병규 삼성 수석코치, 전력분석의 일인자로 꼽히는 김정준 LG 수석코치 등이 그렇다.

지난 16일 두산 창단 41주년 기념식을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한 김한수 수석코치. 뉴스1

지난 16일 두산 창단 41주년 기념식을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한 김한수 수석코치. 뉴스1

두산의 새 사령탑은 선수 시절 별명조차 '라이언 킹'이었던 삼성의 대표 레전드 이승엽 감독이다. 이 감독은 삼성이 아닌 두산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뒤, 새 팀에서 함께할 첫 번째 동반자로 김 전 감독을 택했다. 이 감독보다 5년 선배인 김 코치 역시 삼성에만 몸 담았던 '원 클럽 맨' 출신이다. 다른 구단의 영입 제의를 받고 고민하던 김 코치는 이 감독의 조심스러운 영입 제안에 곧바로 동행을 결심했다. 김 코치는 "이승엽 감독은 한국 야구의 보물과도 같은 사람 아닌가. 이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는 시점에 코칭스태프로 합류하게 돼 내가 영광"이라고 했다.

김한수 수석코치는 이승엽 감독과 인연이 깊다. 김 코치가 중앙대를 졸업한 뒤 1994년 삼성에 입단했고, 이듬해인 1995년 경북고를 졸업한 이 감독이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이승엽이 1루, 김한수가 3루를 지키는 동안 삼성 코너 내야진은 프로야구 최강으로 평가받았다. 1998~1999년과 2001~2003년에는 다섯 차례나 골든글러브를 동반 수상하기도 했다. 이 감독이 일본 프로야구(2004~2011년)에서 뛰는 동안 김 코치는 현역에서 은퇴한 뒤 2008년 삼성 타격코치로 부임했다. 이후 김 코치가 계속 팀을 지키고 이 감독이 2012년 삼성으로 복귀하면서 인연이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두산의 마무리캠프를 지켜보고 있는 김한수 수석코치(왼쪽)와 이승엽 감독.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두산의 마무리캠프를 지켜보고 있는 김한수 수석코치(왼쪽)와 이승엽 감독. 연합뉴스

2017년과 2018년 역시 두 사람에게는 특별했다. 김한수 코치는 2017년 삼성 사령탑에 올랐고, 이승엽 감독은 KBO리그 최초로 '은퇴 투어'를 하면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 시즌을 보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는 함께 성화 봉송을 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팀 선후배, 선수와 코치, 선수와 감독으로 끊임없이 관계가 바뀌는 동안에도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김한수 코치는 "수석코치로서 이승엽 감독과 두산이 좋은 성과를 내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라며 "마무리 캠프를 지켜 보니 두산에 성실하고 재능 있는 선수가 많더라. 이승엽 감독과도 '새 얼굴을 발굴해 한국 야구에 활기를 불어넣어 보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KBO 40주년 레전드 40인에 선정돼 잠실구장에서 팬들에게 인사하는 이병규 코치. 연합뉴스

KBO 40주년 레전드 40인에 선정돼 잠실구장에서 팬들에게 인사하는 이병규 코치. 연합뉴스

LG는 창단 후 세 명의 선수에게만 영구결번의 영광을 허락했다. 김용수의 41번, 이병규의 9번, 박용택의 33번이다. 그 주인공 중 한 명인 이병규 코치가 처음으로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벗고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는다. 박진만 삼성 신임 감독이 이병규 코치를 일찌감치 수석코치로 내정했다.

천부적인 타격 재능을 뽐낸 이병규 코치는 LG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이다. 데뷔 첫 해인 1997년 전 경기에 출전하면서 신인상과 골든글러브를 석권했다. 1999~2001년 3년 연속 최다 안타 1위에 올랐고, 1999년에는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통산 타율 0.311을 남겼고, 골든글러브도 7차례 수상했다. 3시즌(2007~2009년) 동안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LG에서만 선수로 뛰었고, 지도자 생활도 그랬다. 2018년부터 LG 1군, 2군, 육성군을 오가며 유망주 육성에 힘썼다.

정작 박진만 감독과는 별다른 접점이 없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함께 국가대표로 뛴 게 전부다. 1976년생인 박 감독보다 나이도 두 살 많다. 그러나 박 감독은 지난 시즌 직후 '대행' 꼬리표를 떼자마자 이병규 코치에게 수석코치 자리를 제안했다. 대부분의 감독이 수석코치 자리에는 오랜 기간 친분을 이어온 최측근 인사를 영입하는데, 박 감독은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박진만 감독은 "나는 조용하고 묵묵한 편이지만, 이병규 코치는 벤치에서 계속 선수들을 격려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는 스타일이다. 나와는 다른 장점"이라며 "내가 못하는 부분을 수석코치가 해주면 좋을 것 같아서 러브콜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또 "수석코치지만 선수들의 타격에도 도움이 될 거다. 이 코치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가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을 잘 잡아준다는 점"이라며 '일거양득'을 기대했다.

이병규 코치는 현재 호주 프로야구에서 뛰는 한국팀 질롱 코리아의 사령탑으로 활약하고 있다. 질롱코리아의 2022~2023시즌이 오는 22일 끝나면, 본격적으로 '박진만 호'에 합류해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이 코치는 호주 출국 전 "우선 질롱 코리아에 집중하고, 이후 어느 팀에서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4일 LG 선수단 신년 하례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김정준 수석코치(오른쪽 끝). 사진 LG 트윈스

지난 4일 LG 선수단 신년 하례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김정준 수석코치(오른쪽 끝). 사진 LG 트윈스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를 거쳐 LG 사령탑으로 복귀한 염경엽 감독 역시 뜻밖의 인사를 수석코치로 영입했다. 지난해 통합우승팀 SSG의 데이터센터장을 맡았던 김정준 코치다. 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의 아들로 잘 알려져 있다. 염 감독은 "나와 야구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을 수석코치로 쓰고 싶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김정준 코치의 현역 시절 성적은 초라했다. 1992년 LG에서 5경기에 출전해 14타수 2안타를 기록한 게 전부다. 그러나 LG의 제안을 받고 전력분석원으로 변신한 뒤 새로운 날개를 달았다. 독보적인 데이터 분석과 활용 능력을 앞세워 구단과 선수의 신뢰를 받는 전력분석 전문가로 거듭났다. LG 이후에도 SK와 한화에 몸 담았고, 2006년과 2013년 WBC,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등에서 국가대표팀 전력분석도 맡았다. 방송 해설위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염경엽 감독과 김정준 수석코치는 이전까지 "밥 한 번 같이 먹은 적 없는 사이"라 더 이례적인 조합이다. 염 감독은 "김 코치와 같은 팀에 소속된 적도 없고, 따로 식사도 한 적 없다. 지난해 미국에서 산책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마음을 정하고 연락해 '내가 언젠가 감독이 되면 수석 코치로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고 했다. 또 "김 코치에게 '야구를 폭넓게 봐 달라'고 요청했다. 김 코치가 (아버지인) 김성근 감독님 밑에서 경기 운영을 습득했을 테니, 내게 또 하나의 방안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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