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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임영웅도 등장했다...전세계 열광한 '남다른 머리' 세계 [비크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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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크닉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새해를 맞아 자타공인 중년 남성이 되어버린 마케터 한재동입니다. 월급 빼고 모든 것이 다 오르는 요즘에도 저의 위시리스트는 쉬지 않고 채워지고 있는데요. 그중 저를 포함한 또래 친구들의 가장 큰 고민을 담고 있는 아이템인 탈모 샴푸도 있습니다.

사실 ‘탈모 샴푸’는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에요.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 화장품’이 정확한 표현입니다(※하지만 저 역시 표현이 너무 길어 이하 탈모 샴푸라 칭하겠습니다). 원래는 별도의 허가가 필요 없는 의약외품이었다가, 2017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탈모 증상 완화 기능을 평가받아야 하는 기능성 화장품으로 분류되면서, ‘증상 완화’라는 기능성 표시가 들어가게 되었어요.

관심이 없을 때는 잘 몰랐는데 탈모 시장, 들여다 보니 어마어마한 시장이더라고요. 국내 탈모 시장만 2021년 기준으로 1조 1000억원 규모라고 합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탈모 인구 수가 10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하니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고요. 오늘은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탈모 샴푸 시장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탈모는 정확한 진단과 함께 유형별로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사진 pixabay

탈모는 정확한 진단과 함께 유형별로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사진 pixabay

탈모 샴푸가 뷰티업계의 블루오션이 된 이유

탈모의 사전적 정의는 ‘모발이 있어야 할 곳에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사실 잘 감이 안 오죠? 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권오상 교수에 따르면, 한국인의 경우 평균적으로 약 10만 개의 머리카락이 있다고 합니다. 머리카락은 매일 조금씩 빠지는데요, 하루에 약 50~100개 정도는 정상이고, 그 이상이면 탈모 증상으로 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탈모 증상이 있다고 생각해도 병원을 바로 찾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한국의 경우 약 7.3년, 평균 4.2회의 자가 치료를 시도한 뒤에 병원을 찾는다고 합니다. 다만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고요, 미국(3.4회)과 독일(2.3회) 등 서구권 국가들도 차이가 있을 뿐 자가 치료를 먼저 시도하는 것은 비슷합니다.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선택하는 자가치료법은 헤어제품 활용이에요. 모바일 리서치 기관 오픈서베이가 20~50대 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3%가 모발 건강문제로 고민했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탈모와 두피 건강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그런데 반전은 실제로 이를 해결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위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이 시도하는 두피관리 방법으로 ‘헤어제품 사용’이라는 응답이 나왔어요. 막상 탈모 방지를 위해 병원에 가거나 식이요법을 하는 것은 부담스럽고, 헤어 제품을 바르고 뿌리는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식약처에 탈모증상 완화 기능성 화장품 심사 건수는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식약처에 탈모증상 완화 기능성 화장품 심사 건수는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탈모 관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탈모 관련된 헤어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는 커졌습니다. 기업들이 이걸 놓치지 않았죠. 이제는 기존 헤어 제품을 생산하던 뷰티업계뿐만 아니라 종근당·유한양행 등 전문 제약사도 탈모 시장에 뛰어 들었습니다. 식약처의 심사를 신청한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 화장품의 수도 꾸준히 증가해 22년 상반기에만 818건으로 최근 1~2년간 연평균 32.7%씩 늘어났어요.

진열대 가득 채운 제품들…분위기가 달라졌다

거침없이 성장하는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소비자의 머릿속에 각인된 브랜드는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좀 알려진 건 손흥민과 GD, 임영웅 등을 모델로 써서 이슈가 됐던 ‘TS샴푸’ 정도예요. TS샴푸가 빅 모델을 기용한 건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같은 국내 화장품업계 강자들 사이에서 브랜드 각인 효과를 주기 위한 승부수였어요. 결과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로모니터의 통계 자료(2020년)에 따르면, 국내 샴푸시장 점유율은 아모레퍼시픽 ‘려’가 12.4%, TS트릴리온 ‘TS샴푸’가 12%, LG생활건강 ‘엘라스틴’이 9.1%, 와이어트 ‘닥터포헤어’가 8.5%, 애경산업 ‘케라시스’ 8.2% 순으로 나타났거든요. 특히 TS샴푸와 닥터포헤어는 ‘탈모 샴푸 시장의 양대산맥’이라 불릴 만큼 확실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국내 시장은 고객층이 좁은 편입니다. 탈모 샴푸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해도 남성 잡지에서 ‘에디터가 추천하는 제품’ 기사나 블로그 리뷰 정도예요. 그것도 예전에 비하면 정보가 많아진 겁니다. 탈모 샴푸의 타겟 고객 연령대가 낮아져 20~30대를 위한 제품이 늘어난 덕분이었죠.

대형마트의 진열장 한 편을 모두 탈모 샴푸가 채웠다. 사진 한재동

대형마트의 진열장 한 편을 모두 탈모 샴푸가 채웠다. 사진 한재동

탈모 샴푸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기 전인 10여년 전만해도 이마선이 올라가기 시작한 중년 남성이 주요 고객이었습니다. 그러다 머리 숱이 풍성한 GD가 모델로 나와서 탈모가 오기 전 예방을 위해 두피관리를 위한 탈모 샴푸 광고를 찍는 시대가 왔습니다. 지금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의 탈모를 위한 헤어 제품이 나오고 있어요. 대형마트와 H&B스토어에는 탈모 샴푸로 가득 채운 진열대가 등장했습니다.

문 열린 한국 시장, 눈여겨볼 해외 브랜드는

우리나라 시장에는 글로벌 탈모 샴푸 브랜드를 찾기 어려워요. 그 이유는 제도적인 영향이 큽니다. 위에 말한 것처럼 탈모 샴푸를 유통하려면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요, 또 대표적인 원료 성분인 ‘미녹시딜’을 외국과 달리 약국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이에요.

하지만 한국 탈모 시장의 빠른 성장세를 보면 빠른 시일 내에 글로벌 브랜드들이 앞다퉈 국내 시장 진출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게 바로 보슬리엠디(BosleyMD)라는 브랜드입니다. 보슬리엠디는 1974년 미국 모발이식 전문가인 보슬리 박사가 설립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모발 복원 전문 기업입니다. 북미 지역에만 70개 이상의 모발이식 센터를 운영하는데, 40년 이상 경험을 가진 탈모 전문 연구원들과 헤어 스타일리스트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요.

관리 제품 따로, 스타일링 따로 분리돼 시장이 형성된 우리나라에선 꽤나 부러운 시스템이죠. R&D에 집중할 수 있는 규모 있는 기업이 만드는 제품으로 탈모 증상을 관리하고, 또 일반 헤어샵에서는 하기 힘든 탈모인의 헤어 스타일링까지 제공하는 종합 서비스 말입니다.

탈모 관련 브랜드 보슬리엠디(BosleyMD)는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것이 장점이다. 사진 보슬리엠디

탈모 관련 브랜드 보슬리엠디(BosleyMD)는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것이 장점이다. 사진 보슬리엠디

보슬리엠디는 처음엔 클리닉에서만 사용하던 전문적으로 쓰이던 제품만 생산했었는데요.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졌고 또 기술 발전으로 일반 헤어 제품으로 구현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자, 이곳의 이안 머피(Ian Murphy) CEO는 메디컬 제품 성격이 강했던 자사 제품을 소비자와 친숙하게 리브랜딩 합니다. 고객이 스스로 자기 모발에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든 거죠. 디펜스·두피케어·리바이브 등 탈모 상황에 따른 선택도 가능하게 하고, 헤어 스타일링을 위한 젤·스프레이 같은 제품들도 만들었어요. 현재 탈모에 관해서는 업계에서 가장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팬데믹 후 여성들의 탈모 샴푸 수요가 늘고 있다. 사진 보슬리엠디

팬데믹 후 여성들의 탈모 샴푸 수요가 늘고 있다. 사진 보슬리엠디

흥미로운 것은 특히 이들의 고객 중 상당 수가 여성이라는 점이에요. 브랜드 측에 따르면 여성 대상 제품 매출이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전체 매출의 절반에 육박한다고 하니,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코로나 19 이후 미국에서도 탈모에 대한 20~30대의 관심이 급증하면서, 특히 여성 탈모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간 탈모 샴푸 시장의 비주류였던 여성들이 갑자기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다양한 제품 구성을 가지고 있던 보슬리엠디가 선택을 받게 되었죠. 생리학적 이유로 여성이 쓰기 어려운 미녹시딜 같은 화학 성분 대신 자연 유래 성분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하는 등 탈모로 고민하는 여성을 위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었거든요.

현재 국내에서 보슬리엠디를 구매하는 방법은 해외직구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 사용 후기들이 꽤 올라와 있어요. 후기의 상당 수가 여성 사용자가 올린 것입니다. 한국 탈모 샴푸에 만족하지 못한 여성들이 장벽을 스스로 넘어 세계 시장의 탈모 샴푸를 찾아 나선 것이죠.

탈모 샴푸 시장의 미래가 궁금해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탈모 샴푸의 치료 효과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모발을 씻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의약품으로 오인·혼동할 수 있는 ‘탈모 치료’ ‘탈모 방지’ ‘발모·육모·양모’ ‘모발 성장’ ‘모발 두께 증가’ 등의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죠. 앞에 언급된 것처럼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 화장품’이 공식적인 표현이고, 치료는 병원에서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선 때 탈모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쟁점이 된 것처럼 아직 우리 사회에서 탈모 치료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선 샴푸같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부터 시도할 거예요. 더구나 우리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시니어들은 나이가 들어도 자기를 가꾸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탈모 샴푸 시장은 서부시대 골드러쉬를 연상하게 해요. 누가 금맥을 찾게 될지 궁금합니다.

비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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