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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MMORPG 인기 뺨치는 '웰메이드' 캐주얼 게임…인기 끄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중국계 게임사 하비(HABBY)가 지난해 출시한 캐주얼 게임 ‘탕탕특공대’의 국내 흥행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 하비]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중국계 게임사 하비(HABBY)가 지난해 출시한 캐주얼 게임 ‘탕탕특공대’의 국내 흥행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 하비]

캐주얼 게임 불모지였던 국내에 변화의 바람이 부는 걸까.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게임회사 하비(HABBY)가 지난해 8월 출시한 ‘탕탕특공대’가 예상밖의 선전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6개월 간 구글 플레이·애플 앱스토어 등 국내 양대 앱마켓에서 10위권 안팎을 지키고 있다. 달려드는 괴물을 무찌르며 오래 버텨야 하는 이 게임은 한 판에 짧게는 수십초, 길어야 5~10분 안에 끝나는 캐주얼 게임. 오랜 시간 공들여 캐릭터를 키우고, 조작도 복잡한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이 주류인 국내 시장에서 캐주얼 게임 흥행의 의미를 따져봤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캐주얼 게임이란

단순하고 쉬운 조작으로 짜투리 시간에 즐기는 게임이다. 선데이토즈(현 위메이드플레이)의 ‘애니팡’,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오븐브레이크’나 핀란드 게임사 로비오의 ‘앵그리버드’ 등이 캐주얼 게임으로 분류된다.

데브시스터즈가 2013년 출시한 ‘쿠키런’은 그 해에 누적 이용자 수가 3200만명을 넘어서며 흥행에 성공한 캐주얼 게임이다. 이 지식재산(IP)은 ‘쿠키런: 퍼즐월드’와 ‘쿠키런: 킹덤’ 등 후속작에 활용되는 핵심 자산이 됐다. ‘똘똘한’ 캐주얼 게임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해외에선 초보 이용자도 쉽게 할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이 인기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전 세계 30억명(게임시장 조사업체 뉴주)으로 늘면서 가볍고 단순한 캐주얼 게임 시장은 더 커지고 있다. 미국 모바일 앱 분석기관 ‘앱토피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를 받은 10개 모바일게임 중 1, 2위는 캐주얼 게임이 차지했다. ‘서브웨이서퍼(3억400만회)’가 1위, ‘스텀블가이즈(2억5400만회)’가 2위다. 페이스북(8위·2억9800만회)과 스포티파이(10위·2억3800만회) 신규 다운로드 수와 비슷한 수준.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해외에서는 성별과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즐기는 캐주얼 게임의 인기가 높았다”며 “한국은 모바일 MMORPG 출시작이 워낙 많다 보니, 캐주얼 게임 수요는 간과된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성공의 비결은?

캐주얼 게임의 흥행 가능성을 보여준 탕탕특공대. 국내 게임 업계가 꼽은 성공 비결은 다음과 같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중국계 게임사 하비(HABBY)가 지난해 출시한 캐주얼 게임 ‘탕탕특공대’의 국내 흥행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탕탕특공대 게임 모습. [사진 탕탕특공대 캡쳐]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중국계 게임사 하비(HABBY)가 지난해 출시한 캐주얼 게임 ‘탕탕특공대’의 국내 흥행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탕탕특공대 게임 모습. [사진 탕탕특공대 캡쳐]

① “잘 만들었다”: 우선 게임의 완성도가 높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캐릭터의 그래픽과 조작감도 뛰어나고, 적을 무찌르기 위해 장착할 수 있는 무기도 다양하게 구성한 덕이다.익명의 중형 게임사 관계자는 “탕탕특공대를 분석해보니, 재미 있으면서도 적재적소에 현금을 결제해 아이템을 구매해야 게임 난이도가 낮아지는 등, 비즈니스모델(BM)을 잘 심었다는 평가가 많다”며 “그동안 조악한 중국산 캐주얼 게임들과는 차원이 달랐다”고 말했다.

② 리오프닝 수혜: 지난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약해진 효과를 탕탕특공대 같은 캐주얼 게임이 흡수했다는 분석도 있다. 복잡한 게임 이용에 집중해야 하는 대형 MMORPG는 대면 접촉을 제한하는 시기에 쑥쑥 컸지만, 직장과 학교 등 일상을 회복한 리오프닝 시기가 되니 통근·통학 시간에 단순한 조작으로 짧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

③ 10대를 잡았다: 단순하고 쉬운 게임으로낮은 연령의 이용자를 끌어들이며 흥행몰이에 성공한 것도 주목할 부분. 게임 출시 직후인 지난해 8월부터 이날까지 탕탕특공대 이용자 연령을 분석한 결과 10대(15.57%), 20대(38.12%)가 전체의 절반(53.69%) 넘겼다. MMORPG의 주 이용자는 30대나 40대다. 어린이나 청소년 이용자가 게임에 몰려들고, 앱마켓 인기순위에 노출되면서 입소문이 빠르게 났다.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앱마켓 상단에 고정돼 이용자한테 많이 노출되면, 흥행이 오래 이어진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업계에선 3N(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 등 대형 게임사가 향후 캐주얼 게임 개발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단순하고 즐기는 시간이 짧아 이용자를 끌어오긴 쉽지만, 게임 구조상 유료 콘텐트 구입까지 유도하기 쉽지 않다. 다만 소규모 게임사들에겐 기회일 수 있다. 단순한 캐주얼 게임으로도 유의미한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 해외 기업정보사이트 아올러(Owler)에 따르면 탕탕특공대를 개발한 하비의 임직원은 15명이다.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캐주얼게임은 대형 MMORPG보다 개발비가 덜 들고, 유지 관리에 필요한 인력도 적은 편이라 소규모 게임사가 주로 개발해왔다”며 “탕탕특공대의 흥행으로 소규모 게임사가 대형 게임사와 매출로 경쟁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