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이 그린 옥빛 나무 한 그루, 얼마나 짜릿하던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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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3호 18면

자연을 담은 사진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이 떠오르는 사진의 제목은 ‘바람의 화원’. 갑자기 휘몰아치며 변덕을 부리는 바람이 길가의 코스모스들을 흔들고 있다. [사진 김경빈]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이 떠오르는 사진의 제목은 ‘바람의 화원’. 갑자기 휘몰아치며 변덕을 부리는 바람이 길가의 코스모스들을 흔들고 있다. [사진 김경빈]

물 빠진 갯벌 위 갯고랑을 따라 옥빛 몸통의 나무 한 그루가 나타났다. 이파리는 하나도 없지만 가지마다 힘껏 멀리 뻗은 모습이 끝 간 데를 모르겠다. 썰물 때나 밀물 때나 갯벌의 생명력이란 이처럼 끈질기다. ‘나무와 돌고래’라는 작품명의 이 사진은 본지 2022년 3월 26일자 ‘와이드 샷(WIDE SHOT)’에 실린 사진이다. 본지 사진기자 김경빈씨가 SNS에서 작은 무인도 사진을 발견하고 이름도 모른 채(후에 알게 된 무인도의 이름은 ‘해섬’) 무작정 길을 나섰다가 전남 고흥 득량만 갯벌에서 우연히 만난 풍경이다. “모니터에서 갯벌이 그린 옥빛 나무 한 그루를 발견하는 순간, 얼마나 짜릿한지 드론을 영영 내리고 싶지 않더라”는 게 김씨의 소감이다.

‘와이드 샷’은 중앙SUNDAY가 2007년 창간 때부터 지속해온 사진 특화 지면이다. 처음에는 470×646㎜ 크기 베를리너판 신문 양면에, 지금은 470×323㎜ 사이즈 신문 한 면에 사진 한 장을 단독 게재한다. 휴일 아침, 독자들이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펼쳐든 신문에서 머리 아픈 정치·경제·사건사고 뉴스 말고 가슴 설레게 하는 사진 한 장을 통해 ‘쉼’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페이지다.

전남 고흥 득량만 갯벌에서 찍은 갯고랑과 무인도 사진의 제목은 ‘나무와 돌고래’. [사진 김경빈]

전남 고흥 득량만 갯벌에서 찍은 갯고랑과 무인도 사진의 제목은 ‘나무와 돌고래’. [사진 김경빈]

사진기자들에게도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지면이라 김씨 역시 와이드 샷에 참 많은 공을 들였다. 후배들과 순번을 돌기도 하지만 선임기자로서 ‘1주일에 1컷, 내용 있는 와이드 샷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꽤 컸기 때문이다. 주말 아침 신문을 펼칠 때마다 다음 주 컷 걱정에 한숨이 먼저 나왔을 정도다.

본지 김경빈 사진기자가 전시장 내 작품 ‘서해바다 버들선생’ 앞에 섰다. 본지 ‘와이드 샷’에 소개된 사진으로, 굵은 철사를 엮은 버들선생은 이일호 조각가의 작품이다. 최영재 기자

본지 김경빈 사진기자가 전시장 내 작품 ‘서해바다 버들선생’ 앞에 섰다. 본지 ‘와이드 샷’에 소개된 사진으로, 굵은 철사를 엮은 버들선생은 이일호 조각가의 작품이다. 최영재 기자

1월 19일부터 2월 8일까지 서울 봉은사로에 있는 캐논갤러리에서 ‘와이드 샷+자연이 그린 그림’ 사진전이 열린다. 김씨가 지난 7년간 와이드 샷을 위해 촬영한 사진 중 신문 게재 컷, 미공개 컷 90여 점을 소개하는 자리다. 주제를 ‘자연’으로 한 이유는 실제로 와이드 샷에 가장 많이 등장한 게 동식물을 포함한 자연 풍경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바쁜 현대인들이 눈을 돌려 잠시라도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자연”이라며 “사진가 입장에선 갈 때마다 항상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기대하지 않았던 극적인 장면을 연출해주며, 항상 예상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늘 가슴 설레게 하는 대상이 자연”이라고 했다. 자연에서의 촬영이 또 흥미로운 건 늘 ‘대타’가 있기 마련이어서 괴로워도 슬퍼도 결국은 웃게 된다는 점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일명 ‘얻어걸리는 사진’과의 만남이다. “합천 핑크뮬리 공원을 촬영하러 나섰다가 길가 이름 없는 코스모스 밭에 홀리고, 김제평야의 오후 풍경이 별로라서 뜬눈으로 밤을 새고 새벽에 만난 안개 풍경에 감사하는 식이죠.”(웃음)

전시장 사진들에는 각각 신문사 사진기자 특유의 친절한 해설이 붙어 있다. 덕분에 사실적이고 입체적이며, 때로는 그림 같고 몽환적인 사진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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