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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와 사색] 목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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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3호 30면

목련
이대흠

사무쳐 잊히지 않는 이름이 있다면 목련이라 해야겠다 애써 지우려 하면 오히려 음각으로 새겨지는 그 이름을 연꽃으로 모시지 않으면 어떻게 견딜 수 있으랴 한때 내 그리움은 겨울 목련처럼 앙상하였으나 치통처럼 저리 다시 꽃 돋는 것이니

그 이름이 하 맑아 그대로 둘 수가 없으면 그 사람은 그냥 푸른 하늘로 놓아두고 맺히는 내 마음만 꽃받침이 되어야지 목련꽃 송이마다 마음을 달아두고 하늘빛 같은 그 사람을 꽃자리에 앉혀야지 그리움이 아니었다면 어찌 꽃이 폈겠냐고 그리 오래 허공으로 계시면 내가 어찌 꽃으로 울지 않겠냐고 흔들려도 봐야지

또 바람에 쓸쓸히 질 것이라고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이라고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창비 2018)

꽃봉오리가 붓처럼 보여 목필(木筆)이라 하기도 하고 옥 같은 꽃에 난초의 향기가 난다고 해서 옥란(玉蘭)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바로 목련(木蓮). 참고로 목련은 나무에 핀 연꽃이라는 뜻입니다. 시의 주인공은 사무쳐 잊히지 않는 이름이 있다면 모두 목련이라 해야겠다 다짐합니다. 목련은 겨우내 앙상하게 혹한을 견뎌온 것이지만 사실 한순간도 봄날을 잊지 않은 존재이니까요. 그러니 사무쳐 잊히지 않는 것들에게 목련이라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의 마음에도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이름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움을 땔감 삼아 피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나무에서도 연꽃이 피는데 사람의 마음에선들 못 피어나겠습니까.

박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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