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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넷플릭스 창업자 퇴진…치열해진 OTT 시장, 새판 짤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넷플릭스 제국’을 건설한 리드 헤이스팅스가 공동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다. 1997년 마크 랜돌프와 함께 넷플릭스를 창업한 지 만 25년 만이다.

무슨 일이야

넷플릭스 창립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19일(현지시간) 공동 CEO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넷플릭스 창립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19일(현지시간) 공동 CEO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헤이스팅스는 블로그를 통해 “넷플릭스 이사회는 오랫동안 후계 계획에 대해 논의해왔다”고 밝혔다. 2020년 최고 콘텐트 책임자(CCO)인 테드 서랜도스를 공동 CEO로 임명하고, 그레그 피터스에게 최고 운영 책임자(COO) 자리를 맡기며 ‘포스트 헤이스팅스’ 체제를 준비해왔다는 것. 헤이스팅스는 “지금이 승계 작업을 마무리할 적기라고 판단했다. 경영자도 이제 진화해야 할 때”라고 발표했다.

헤이스팅스는 CEO에서는 물러나지만 회장직은 유지한다. 그는 후임에게 CEO 자리를 넘긴 창업자들로 제프 베이저스 아마존 이사회 의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기술고문을 예로 들며 자신도 “두 CEO와 이사회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자선 사업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넷플릭스 주가가 잘 유지되도록 노력하겠다”고도 밝혔다. 일선 경영에선 한발 물러서지만, 회사의 핵심 전략과 방향엔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얘기다.

헤이스팅스는 누구

2021년 넷플릭스 최대 히트작 ‘오징어게임’ 유니폼을 입은 리드 헤이스팅스. 사진 넷플릭스

2021년 넷플릭스 최대 히트작 ‘오징어게임’ 유니폼을 입은 리드 헤이스팅스. 사진 넷플릭스

헤이스팅스는 판을 바꾸는 데 능한 게임 체인저다. 비디오·DVD 대여점인 블록버스터에서 영화 ‘아폴로 13호’를 빌렸다가 연체료 40달러를 물었던 경험을 토대로, 연체료 없이 집까지 DVD를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오프라인 매장에 매달린 블록버스터는 파산했지만, 헤이스팅스는 인터넷 기반 스트리밍 시대에 맞게 넷플릭스를 월 구독 서비스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2013년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시작으로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에 나서면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도약했고, 2016년 이후 글로벌 진출을 주도해 넷플릭스를 플랫폼 기업으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왜 지금이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넷플릭스에 최근 1년은 위기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1분기엔 11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가입자 수가 20만명 감소한 데 이어 2분기에도 97만명이 줄었다. 헤이스팅스는 코로나19와 최근 사태를 ‘불세례’에 빗대며 힘든 시간이었음을 고백했다. 그러다 다시 3분기 241만명, 4분기 766만명이 늘며 상승세를 회복했다. 이날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서 넷플릭스는 지난해말 기준 가입자 수가 2억 308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창업자의 용퇴 시점으론 지금이 적기일 수 있다.

그러나 숫자를 뜯어보면 썩 긍정적이진 않다.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78억 5000만 달러(약 9조 7000억원)를 기록했지만, 순이익은 5500만 달러(680억원)로 91% 급감했다. 넷플릭스 측은 강달러 영향으로 설명했다. 실적 발표 후 넷플릭스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6%가량 뛰었지만, 시장의 평가는 유보적.

미국 CNN에 따르면, 리서치업체 서드브리지의 제이미 럼리 애널리스트는 “경제 침체가 다가오고 있고 부진한 매출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헤이스팅스의 퇴진은 넷플릭스 미래 전략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한다”고 평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변화는 넷플릭스가 지난 1년간 시가총액의 3분의 1 이상을 잃은 가운데 진행됐다”며 “공동 CEO는 OTT 경쟁이 보다 치열해진 가운데 중책을 맡게 됐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과제는  

지난해 4분기 가입자 수 증가에 기인한 히트작 ‘웬즈데이’. 사진 넷플릭스

지난해 4분기 가입자 수 증가에 기인한 히트작 ‘웬즈데이’. 사진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ㆍ디즈니 플러스ㆍ애플TV 플러스ㆍHBO맥스 등 후발 주자들이 잇따라 OTT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졌다. 올 한 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한국 오리지널 콘텐트만 34편에 달한다.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웰메이드 콘텐트로 모객한 후 일정기간은 락인(lock-in, 묶어두기) 효과가 유지돼야 제작비를 회수하고 재투자하는 기존 수익모델이 최근엔 유효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OTT가 많아 가입자들의 구독 유지 기간이 짧아지다 보니 OTT엔 다른 수익모델이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로선 지난해 11월 한국·미국 등 12개국에 출시한 광고 기반 요금제 정착이 급선무다. 광고 보는 대신 월 구독료가 저렴한 상품이다. 넷플릭스 측은 “광고 요금제가 4분기 가입자 수 증가에도 한몫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남미에서 시범 출시한 ‘가족외 계정 공유 요금제’도 올 2분기 이후 확대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 추가 요금을 내면 거주지가 다른 사람과도 넷플릭스 계정을 공유할 수 있는 상품이다. 대신, 불법 계정 공유는 강하게 단속할 예정. 실제 가입자 증가 효과가 나타나면 다른 OTT들도 비슷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

후임 공동 CEO는 누구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세란도스(왼쪽)와 그렉 피터스. 사진 로이터ㆍ넷플릭스.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세란도스(왼쪽)와 그렉 피터스. 사진 로이터ㆍ넷플릭스.

신임 공동 CEO인 그렉 피터스는 광고 요금제를 주도한 인물이다. 2008년 넷플릭스에 합류해 일본 오리지널 론칭부터 게임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경험을 쌓았다. 공동 CEO인 서랜도스도 최고 콘텐트 책임자(CCO) 자리를 후임에게 물려주고 CEO 역할에 집중한다. 그는 2000년부터 넷플릭스의 콘텐트 분야를 이끌며 장르 확대와 함께 한국 등 해외 오리지널 제작 전략을 성공시켰다. 후임 CCO엔 글로벌 TV 사업 대표인 벨라 버자리아가 지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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