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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도배한 버스 Go냐, Stop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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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버스 옆면 전체를 모두 광고로 채우는 '래핑(wrapping)버스' 의 위법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교통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현행법에 따라 광고대행 업체를 무더기로 형사처벌했다. 하지만 업체들은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 "교통안전 위협" vs "최신 마케팅"=래핑버스는 2002년 월드컵 때 한 TV연예프로그램에서 사용하면서 기업마케팅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가격에 비해 광고 효과가 큰 데다 소비자를 직접 찾아간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를 끌어 영화와 의류 브랜드, 아파트 분양 등을 알리는 데 주로 이용됐다. 지난해엔 서울 금천구청이 통근버스 전체에 홍보물을 붙여 구청 이미지 알리기에 활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불법이다. 법적으로 광고물은 차량의 창문을 제외한 부분의 절반을 넘지 않게 돼 있다. 정부는 2002년부터 법령으로 이를 규제해 왔지만 그동안 단속이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였다.

그러나 서울 혜화경찰서는 20일 대형 버스의 창문을 포함한 전체를 광고물로 부착한 뒤 운행한 혐의(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위반)로 C업체 대표 한모(43)씨 등 15개 광고 대행업체 관련자 2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씨 등은 2004년 3월부터 최근까지 자신들이 소유하거나 임차한 45인승 대형 버스에 영화.공연.학원모집 광고 등을 부착한 채 대학로.신촌.강남대로 일대를 운행하거나 주차해 왔다.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광고비가 건당 400만~1000만원으로 지상파 방송보다 싼 데다 단기간에 높은 광고 효과를 거둘 수 있어 광고주들이 선호해 불법인 줄 알면서도 의뢰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화려한 광고로 도배한 래핑버스가 다른 운전자들의 시선을 분산시켜 안전운전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 "불법" vs "외국은 허용" =옥외광고물 규제를 담당하는 행정자치부 살기좋은지역관리팀 관계자는 "래핑버스는 전체적으로 도시미관을 해치는 데다, 무엇보다 교통 안전을 방해할 수 있다"며 "안전을 이유로 자동차 선팅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래핑버스를 허용하는 것은 모순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래핑버스 업체 관계자는 "새로운 광고기법으로 떠오른 래핑버스에 대해 정부도 외국처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싱가포르의 경우 창문을 가리는 래핑버스까지 전면 허용하고 있다. 일본 도쿄시는 2001년 시내버스의 창문을 제외한 부분에 래핑광고를 도입하기도 했다. 광주대 김희진(언론광고학부) 교수는 "한정된 장소에서 정해진 기간에만 하도록 제한을 둬 허용한다면 교통안전이나 도시미관을 해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시행령 28조)=창문을 제외한 차체 옆면 면적의 2분의 1 이내에서 광고할 수 있다. 이를 어길 땐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 래핑(wrapping)버스는

-대형 버스에 광고물을 덧씌워 홍보효과를 극대화한 옥외 광고물

-도입 시기 : 2002년 월드컵 당시 TV 연예프로에 등장하면서 광고마케팅에 본격 활용되기 시작

-용도 : 아파트 분양, 학원생 모집, 영화.공연 홍보 등 단기 이벤트성 광고

-외국의 경우 : 싱가포르, 전면 허용. 일본, 지자체별 제한적 허용(도쿄는 2001년 시내버스의 창문을 제외한 부분에 한해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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