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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기업메시징 덤핑’ LGU+·KT…1조원대 시장 변수는 카카오?

중앙일보

입력

신용카드 승인, 택배 안내 등 기업의 문자 전송(기업메시징) 시장에서 최근 눈에 띄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이 시장 1, 2위 LG유플러스와 KT의 시장지배적 남용 행위를 고발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손을 들어준 것. 문제가 불거진 지 8년 만이다.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1조원대 규모의 기업메시징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무슨 일이야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공정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2일 LG유플러스와 KT가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취소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양사의 청구를 기각하고 공정위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5년 공정위가 무선통신망 이용 전송서비스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두 회사가 기업메시징 서비스를 지나치게 저가로 판매해 경쟁 사업자를 퇴출시킨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64억9400만원(LG유플러스 44억9400만원, KT 20억원)을 부과한 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

이게 왜 중요해  

공정위는 이번 판결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유형으로 이윤압착 행위를 규제할 수 있음을 판단한 최초 판례”라고 밝혔다. 이윤압착이란 원재료를 독과점으로 공급하면서 완성품도 동시에 생산·판매하는 기업이 원재료와 완성품 사이 가격 폭을 줄여 완성품 시장에서 경쟁자를 불리하게 만드는 행위다.

공정위는 원재료 격인 이동통신망을 보유한 LG유플러스와 KT가 기업메시징 사업도 하면서 전송 서비스의 평균 최저가격(9.2원)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기업들에게 이 서비스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경쟁 업체들을 고사시켰다고, 즉 이윤을 압착했다고 봤다. 해당 판결이 확정될 경우 현재 기업메시징 시장의 70%(KT 44%, LG유플러스 26%)를 차지하는 두 회사의 점유율과 이익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업메시징 서비스 전달 예시.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기업메시징 서비스 전달 예시.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기업메시징 시장은  

기업메시징은 카드·여행·택배사 등 기업과 공공기관이 고객에게 사용실적, 요금, 배송 알림 등을 안내하기 위해 보내는 메시지 서비스다. 이동통신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 이외 인포뱅크, SK브로드밴드 등이 문자를 통한 기업메시징 사업자다. SK텔레콤은 기업메시징 사업을 하지 않는다. 2010년 47%였던 LG유플러스·KT의 시장점유율은 2013년 이후 7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어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기업메시징 시장은 2011년 3400억원에서 2021년 1조1000억원으로, 약 3배 성장했다. 업계는 2025년엔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관련 서비스는 현재 특정 지역 타게팅 문자마케팅, 통화 종료 후 자동홍보문자 발송, 위치 문자, 메시지 기반 비대면 주문 등으로 확장했다. 이커머스와 핀테크 서비스가 커지면서 관련 마케팅 수요가 커졌다. 특히, 카카오톡으로 개인메시징 시장을 점령한 카카오가 ‘알림톡’으로 기업메시징 시장에 진출하며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알림톡 매출 등을 공개하지 않고 기존 사업자들과 운영방식이 달라 점유율 등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계속 성장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여기서 왜 나와?

2015년 기업메시징 시장의 판이 흔들렸다. 그해 9월 카카오는 ‘카카오톡 알림톡’을 출시하며 기업메시징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고 밝혔다. 카카오톡을 통해 쇼핑몰, 은행, 신용카드, 택배회사 등이 주문, 결제, 입출금, 배송 등 정보를 고객에게 보낼 수 있는 서비스다. 별도의 카카오톡 친구 추가 없이 전송할 수 있어 기업 호응이 좋았다.

‘톡채널’은 주문·배송 알림톡, 1:1 상담, 홍보 메시지 전송 등이 가능한 기업용 카톡 계정 서비스다. 사진 카카오톡 캡처

‘톡채널’은 주문·배송 알림톡, 1:1 상담, 홍보 메시지 전송 등이 가능한 기업용 카톡 계정 서비스다. 사진 카카오톡 캡처

그러자 2016년 부가통신사업자 협회는 ‘카카오는 플랫폼 사업자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시장 경쟁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알림톡은 부가통신역무에 포함되지 않아 간단히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카카오는 사업 방식과 환경이 다른 부분이 있고 기업메시징 관련 사건이 접수된 적 없어 현재는 경쟁 여부에 대해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문자 기업메시징은 광고 관련 규제와 조건이 있고, 스팸 신고를 하면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제재하는데 카카오는 예외”라며 “문자 메시징은 통신 원가가 들지만, 카카오는 그것도 없어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알림톡은 기업메시징과 성격이 다르다”며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알림톡으로는 정보성 메시지만 보내고, 기업 광고는 별도의 플러스 기능을 통해서만 전송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관련 법규를 준수하며 자율규제를 잘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KT와 LG유플러스는 내부 검토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2021년 기준 기업메시징 등이 포함된 항목의 매출은 KT는 1조928억원(엔터프라이즈 DX), LG유플러스는 4886억원(기업인프라솔루션)이었다. 양사 모두 해당 항목에서 기업메시징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관련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 또 공정위 시정명령에 따라 향후 5년간 관련 회계를 분리해야 하며 서비스 거래 내역 등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