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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3년만에 3억명 춘제 귀성…"이 참에 이직" 노동력 부족 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8일 중국 상하이 훙차오 기차역에서 춘제 연휴를 맞아 고향으로 가는 귀성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8일 중국 상하이 훙차오 기차역에서 춘제 연휴를 맞아 고향으로 가는 귀성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0%로 문화대혁명 마지막 해였던 1976년 이후 두 번째로 낮았던 가운데, 춘제(春節·설) 연휴 기간의 인구 대이동 ‘춘윈(春運)’이 올해 반등을 노리는 중국 경제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춘제가 지난 3년간 계속된 ‘제로 코로나’ 정책이 폐기된 뒤 맞는 첫 명절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봉쇄를 벗어나 농민공(農民工·농촌 출신 도시노동자) 2억9600만여 명의 귀향이 3년만에 본격화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춘제 이후 대규모 노동력 부족사태가 벌어질 것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9일 보도했다. 고향에 돌아간 농민공들이 연휴 이후 직장에 복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농민공, 3년만 자유 귀향에 장기 휴가 태세  

중국 최대 명절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앞둔 18일 베이징 최대 기차역인 베이징서역에서 중국인들이 고향 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최대 명절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앞둔 18일 베이징 최대 기차역인 베이징서역에서 중국인들이 고향 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중국 춘제 연휴는 공식적으로 설 전날인 21일부터 27일까지다. 하지만 대다수 농민공은 통상 설 전후로 짧게는 2주 길게는 4주 동안 쉰다. 일터에서 멀리 떨어진 고향에서 가족들과 장기간 머물다 다시 일터로 복귀하는 게 중국 내 춘제 연휴의 일반적 경향이다.

그런데 올해는 농민공들의 춘제 연휴 귀성 행렬 규모가 3년 만에 가장 크고, 고향에 체류하는 기간도 예년보다 길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실상 3년 만에 처음으로 춘제 기간 고향에 자유롭게 가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올해의 경우 농민공들은 정월대보름(2월 5일)까지 춘제 휴가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춘제 연휴 이후 노동력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중국 기업들 사이에선 공장 가동 중단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아이폰 생산·택배 배달 차질 이미 현실화

이미 중국 내에선 노동력 부족 현상이 지난해 말부터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자 많은 기업이 노동자들에게 미리 춘제 휴가를 주거나 노동자 스스로가 직장을 떠나 조기 귀성을 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으로 애플 아이폰 최대 생산 기지인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시 폭스콘 공장은 지금까지 아이폰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 내에선 호출 뒤 2∼3분이면 도착하는 공유 차량을 15분 이상 기다리거나 택배 배달이 지연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러한 ‘용공황’(用工荒·일손 부족사태)은 지난 2020년 춘제 때도 발생했다. 당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중국 당국은 춘제 연휴 직후 대규모 봉쇄정책을 쓴 다음 일정 기간이 지나자 방역 조치를 완화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농민공들은 생산 현장 복귀를 꺼렸고 이로 인해 기업들은 노동력 부족에 시달렸다. 2020년 6월이 되어서야 농민공의 노동시장 근무자 수가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추가월급·채용박람회 등으로 구인 안간힘

지난 14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의 한 자동차 조립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4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의 한 자동차 조립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특히 노동자 이탈은 주로 전자, 기계공업, 의류, 신발제조업 등 농민공들이 주로 종사하는 노동집약적 산업현장에서 벌어진다. 이 분야에선 전문직 종사자와는 달리 직장에 대한 애착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이른바 ‘세계의 슈퍼마켓’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세계 최대규모의 잡화 생산기지가 자리한 저장(浙江)성 이우(義烏)시 등에선 춘제 이후 노동력 확보가 기업의 사활을 거는 사안이 되고 있다. 춘제 연휴에 농민공이 고향을 방문한 이후 복귀하면 현금 보너스를 주는 등의 유인책도 나왔다.

이우시에서 식품 용기 등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촹주공예의 리충칭 회장은 블룸버그에 2월 이전에 복귀하는 직원에겐 추가 월급을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우시의 장난감 제조업체인 이우훙성 토이의 우지자오 총지배인도 직원들에게 고향 방문에 드는 여행 경비를 지원해 이른 시일 내에 직장에 복귀하는 걸 유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달 1일부터 임시로 일용직 노동자를 채용해 부족한 노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은 관영언론 등을 통해 춘제 연휴 이후 노동력이 부족 현상을 막을 대책을 내놓으라고 지방 정부에 촉구했다”며 “이에 지방 정부들은 채용 박람회 등으로 노동자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만만한 농민공…춘제를 이직 기회로 삼아

지난 18일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난닝 우수 국제공항에서 춘제 연휴를 맞아 중국인들이 고향으로 가는 여객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8일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난닝 우수 국제공항에서 춘제 연휴를 맞아 중국인들이 고향으로 가는 여객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하지만 농민공들은 이런 상황에도 직장 복귀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강력한 방역 조치가 사라져 연휴 이후에도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기에 일자리 구하기가 쉬울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춘제 연휴 기간을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할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간쑤(甘肅)성의 오지마을이 고향인 농민공 류쥔더(48)는 “이우시에 있는 직장이 춘제기간 20일 휴가를 주지 못한다고 하자 바로 그만뒀다”며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연휴가 끝난 뒤 다시 일자리를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의 일손 부족은 세계 경제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 초 중국의 경제 생산성이 빠르게 반등하지 않을 경우 위드코로나 전환으로 중국의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시장의 기대와 다르게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용보험회사 코파스의 버나드 아워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예상보다 빠른 ‘위드 코로나’ 전환은 경제 활성화에 대한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도 “수출 둔화와 소비 심리 부진 등으로 중국이 기대하는 경기 부양을 보지 못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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