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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시론

새 생물다양성 전략 합의, 한국 역할 넓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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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원석 중앙대 법전원 교수·생물다양성협약 협상대표단 자문

박원석 중앙대 법전원 교수·생물다양성협약 협상대표단 자문

2050년까지 향후 27년간 전 세계 생물다양성과 구성 요소를 보전하기 위한 새로운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가 캐나다 몬트리올 시에서 지난해 12월 19일 채택됐다.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 개최 예정지였던 중국 쿤밍(昆明)과 이번에 실제 총회가 개최된 사무국 소재지 몬트리올이 지난 4년간 쏟은 노력과 희생을 기념한다는 취지에서 ‘쿤밍·몬트리올 GBF’라 부르기로 했다.

이번 쿤밍·몬트리올 GBF를 구체적·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추가적인 이행장치 5개도 일괄 패키지로 채택됐다. 쿤밍·몬트리올 GBF는 내용과 실행 수단 차원에서 기존의 이행전략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격적이고 수준이 높아 새로운 생물다양성협약이라고 평가받을 정도다.

파격·구체적 이행방안 최근 채택
“훼손된 생태계 최소 30% 복원”
지구촌 환경문제에 적극 나서야

새 생물다양성 전략 합의

새 생물다양성 전략 합의

먼저 당사국의 모든 육지 및 해양 공간에 대해 공간 계획을 수립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해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지역의 손실을 2030년까지는 제로에 가깝게 하자는 취지가 담겼다. 따라서 모든 당사국은 각자의 육지 및 해양 지역 전부에 대해 공간 활용 및 보전 계획을 수립하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은 더욱 집중적으로 보전해 생물다양성 손실이 거의 없도록 해야 한다.

둘째, 2030년까지 이미 훼손된 육지·내수·해안·해양 생태계의 최소 30%를 효과적인 복원 상태로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 훼손된 생태계조차 그대로 방치하지 말고 30% 이상을 효과적으로 복원하라는 주문이다. 셋째, 2030년까지 육지·내수·해안·해양의 최소 30%, 특히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기능 및 서비스가 중요한 지역을 보호 지역으로 지정하거나 기타 효과적인 수단을 통해 보전하고 관리해야 한다. 한국은 영토의 약 17%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좁은 영토에서 이를 30% 이상으로 추가 지정 또는 확대하는 것은 엄청난 과업이다.

쿤밍·몬트리올 GBF는 이런 파격적인 목표 외에도 목표 실현을 위한 이행수단 5개에 담긴 과감성 때문에 더 높게 평가받는다. 먼저 2030년까지 매년 최소한 2000억 달러(약 256조)의 재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개발도상국이나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국가의 생물다양성 전략계획과 실천계획을 효과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선진국과 ‘자발적 선진국 부담 국가’는 2025년까지 매년 200억 달러를, 이후 2030년까지는 매년 최소한 300억 달러로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는 공적개발원조(ODA)도 포함된다. 한국은 생물다양성협약상 선진국은 아니지만 세계 10대 경제 강국의 지위상 자발적 부담 국가로서 ODA를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를 통한 재원 조달도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쿤밍·몬트리올 GBF의 둘째 이행수단은 유전자원의 ‘디지털 서열 정보’(DSI) 이용에 대한 이익 공유 여부 및 방안이었는데, 합의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 생물다양성협약이나 부속의정서인 ‘나고야(名古屋) 의정서’는 다른 나라의 동물·식물 또는 미생물 등과 같은 유용한 유전자원 그 자체를 이용해 이익이 발생한 경우에 이익 공유를 명령하고 있다.

그러나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중국 팔각회향에서 유래)나 코로나19 치료제인 렘데시비르 개발에서 보듯 유전자원 자체를 이용하기보다 그로부터 유래한 정보인 DSI를 세계적 데이터뱅크에서 무료 취득해 왔다. 이렇게 선진국들이 이익 공유를 피해 가는 상황에서 개도국은 “DSI 이용에 대한 이익 공유 방안이 없으면 GBF는 없다(No DSI, No GBF)”며 버텼고, 결국 선진국들은 DSI 이용 이익에 원칙적으로 대가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그동안 ‘실용외교’를 내세워 경제적 규모와 위상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를 국제사회에서 다 하지 않고 무임승차 행태를 보여 ‘단물(cherry-picking) 외교’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에 처음 참석한 것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기둥(pillar) 외교’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환경 외교에서도 선도 국가의 위상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원석 중앙대 법전원 교수·생물다양성협약 협상대표단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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