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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성식의 직격인터뷰

소아과 문제 해법 없나..."의대정원 매년 1000명 늘리면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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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새해부터 난데없이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 진료 차질 때문에 야단이 났다. 산부인과·흉부외과·외과·응급의학과 등에 이어 의료 현장에서 소청과·신경외과 등의 한계 상황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자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2020년 9월 의사 파업 때 접어두었던 카드이다. 보건복지부는 "조속히 의료계와 협의를 시작하여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인구가 감소하고, 추가로 배출되는 의사가 매년 늘어 의사 부족이 아닌 공급 과잉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온다"며 반대한다.

신영석 한국보건행정학회 회장 #저출산·코로나로 소아과·산부인과 직격탄,놔두면 문닫는데 속출 #초고령화로 20년간 의료수요 급증,2035년 2만7232명 의사 부족 #국립대 의대 정원 늘리고 지역의무 근무의사제 도입 검토 필요 #진료과목간 불균형 수익구조,과도한 의료이용 개선 같이 다뤄야

신영석 한국보건행정학회 회장이 1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 했다. 배경 화면에 신 회장이 주도한 의사 인력 수급 추계 보고서가 띄워져 있다. 장진영 기자

신영석 한국보건행정학회 회장이 1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 했다. 배경 화면에 신 회장이 주도한 의사 인력 수급 추계 보고서가 띄워져 있다. 장진영 기자

신영석 한국보건행정학회장(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게 의사 인력 대책과 전공별 불균형 해소 방안을 물었다. 신 회장은 지난달 말 "2035년 의사 2만7000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해 의대정원 논란의 불을 댕겼다. 신 회장은 "의대 정원 늘리기에 이미 실기(失期·시기를 놓침)했다. 시급히 정원을 늘리고 진료과목 간 불균형 수익 구조를 개선하면 소청과·산부인과 등의 인력 부족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청과 전공의확보율 28%로 급락 

의사 부족이 심각한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부족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대형병원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으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지방에 가면 도드라진다. 그래도 괜찮은 거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소아 환자 진료받기가 어려워졌다. 
저출산에도 불구하고 소청과는 의사 업무량(진료량)이 늘고, 전공의 확보율도 괜찮았다(2014~2018년 100% 확보). 그런데 2020년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 소청과 환자의 병원 방문이 반 토막 나면서 병의원 유지가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전공의 지원자들이 소청과를 기피하기 시작했다. 2020년 전공의 확보율이 71%, 2021년 37%로 떨어졌고, 지난해 207명 모집에 57명(28%)만 뽑는 데 그쳤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데, 좀 나아지지 않을까. 
올해 지원율이 16%로 떨어졌다. 전망이 절대 밝지 않다.
이미 배출된 전문의도 부족한가.   
현재 소아과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건 아니다. 전공의 부족 문제는 다른 문제다. 전공의가 부족하면 진료에 당장 차질이 생긴다. 가천대 길병원의 경우 소청과 전공의가 없어 이들이 할 일을 전문의가 해왔는데, 더는 지속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병원들이 수익이 나면 중단할 리가 없다. 그렇지 않고 전공의마저 안 오면 어느 병원이든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길병원은 현재 소청과 전공의가 2년차 1명, 4년차 4명이 있다. 4년차는 2월 전공의 과정이 끝나는 데다 전문의 시험 준비에 매달려 있어 실제 전공의는 1명뿐이다.

소청과 동네의원도 부족하나. 
개업 의원은 부족하지 않다. 의원에서 해결하지 못하거나 수술할 환자는 대형병원으로 가야 한다. 지금 같은 추세로 가면 길병원처럼 입원 환자를 받지 않는 데가 늘어날 것이다. 

전문의로 충원할 수 있게 충분히 지원해야

지금 당장 어떤 대책이 있나. 
2017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법률(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주당 근무시간이 120시간에서 80시간으로 줄었을 때 호스피털리스트(입원환자 전담전문의)를 도입해 보완했다. 이번 소청과 문제를 해결하려면 병원들이 전문의를 채용할 수 있게 (예산이나 건강보험 재정으로) 충분히 보상해야 한다. 전국 수련병원(전공의가 수련하는 병원, 247개) 중 일정 규모 이상을 지원하거나 특정 지역을 지원하는 식으로 급한 불을 꺼야 한다. 또 수가를 올리되 수련병원의 수익이 늘게 수술 등의 수가를 올려야 한다.
신영석 한국보건행정학회 회장이 의사 인력과 관련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른쪽 그래프는 2035년 의사 인력 부족 현황 추계이다. 신 회장이 연구했다. 장진영 기자

신영석 한국보건행정학회 회장이 의사 인력과 관련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른쪽 그래프는 2035년 의사 인력 부족 현황 추계이다. 신 회장이 연구했다. 장진영 기자

지금의 의사 부족 사태가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신 회장은 2011~2019년 자료를 토대로 미래 환경 변화를 예측해 추정했다. 그랬더니 2035년 2만5300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나왔다. 의사의 성별·연령별 특성을 고려할 경우 2만 7232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과계(소청과 포함)가 1만42명, 외과계(산부인과 포함)가 8857명 부족하다.

인구 감소가 이미 시작됐는데, 왜 의사가 더 필요하나. 
노인, 특히 초고령 노인이 늘기 때문이다. 2040년대 초반까지는 의료 수요가 늘고, 그 후에는 감소한다.

의료 이용 두 배인데 의사는 3분의2에 불과

다른 나라보다 의사가 적은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2020년 기준)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3.7명인데, 한국은 2.5명으로 훨씬 적다. 한국의 외래진료 방문횟수, 입원일수 등이 OECD 평균의 두 배 넘는데 의사는 3분의 2에 불과하다. 그러니 한국은 1~2분 진료하고, 선진국은 10~15분 진료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하나.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여있다. 2000년 의약분업 파동 때 줄어든 인원(약 200여명)이든, 전 정부가 추진한 연 400명씩 10년간 4000명을 늘리든 간에 빨리 결정해야 한다. 의사 양성에 10년 걸리기 때문에 이미 늦었다.
정원을 늘린다고 소청과·산부인과·외과 등의 기피과로 갈까. 
연간 1000명씩 늘리면, 즉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이런저런 조건을 붙이지 않아도 (기피과로) 인력이 흘러갈 것이다.
다른 건 손보지 않아도 되나.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를 보면 2020년 의원급 의사의 연 소득이 2억5442만원(병원급 의사는 2억3690만원)이나 된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소청과 의원은 1억875만원으로 가장 적다. 안과·정형외과는 4억원이 넘는다. 이런 불균형 수익 구조를 그대로 두면 전공의가 소청과 같은 데로 안 간다. 낮은 곳의 문제는 제기되지만 높은 데는 얘기하지 않는다. 30년간 그랬다. 낮은 데를 올리자면 높은 데는 내릴 수 있어야 하는데, 그리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는 환자가 늘어도 수입이 크게 늘지 않고, 소청과처럼 환자가 줄어도 수입이 크게 줄지 않게 파이가 나뉘게 제도를 바꿔야 한다.
지역 근무를 조건으로 의사를 선발하면 어떠냐. 
일본처럼 학비 등을 지원하고 10년 지방 근무(전공의 근무기간 포함)를 조건으로 시행하는 것을 검토해볼 만하다. 일본은 그 지역을 벗어나면 지원금의 수 배에 해당하는 페널티를 물게 한다. 다만 지역 의사와 일반의사 간 교류가 안 된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어 이런 점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

미국은 전공의 양성에 2억 지원 

전공의 교육비를 정부가 지원해야 하나. 
미국은 전공의 한명당 18만달러(2억2185만원)를 지원한다. 전공의와 지도의사, 병원에 간다. 왜 지원하는지 의아해 할 수 있지만 면허 취득 후 국민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일본도 일부 지원한다. 이렇게 지원하되 필요한 분야 전공의 정원을 조정한다.
의대나 공공의대를 신설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공공이니 뭐니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 국립대 의대는 교육여건이 갖춰져 있으니 여기에 정원을 추가하는 게 바람직하다. 40명짜리 신설 의대가 생기면 교육이 되겠느냐. 미국은 교육에 필요한 최소 정원을 80명으로 본다. 40명짜리 의대가 생기면 2017년 폐교한 서남대 의대 꼴이 될 거다.
의료 이용 체계는 어떻게 고쳐야 하나. 
한국 의료의 이용과 공급은 자유방임 시장에 맡겨져 있다. 환자가 연 평균 17회 이상 병원을 방문하고 있다. 현행 시스템이 유지되면 방문 횟수가 계속 증가할 것이다. 그러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 무조건 수도권의 큰 병원으로 올 게 아니라 지역 내에서 의료 이용이 완결될 수 있게 바꿔야 한다. 대신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은 건강보험료를 낮추고, 서울·수도권은 좀 더 부담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국·영국·일본·독일 의대정원 대폭 늘려 

병원이 많이 생긴다. 
서울아산·서울대·세브란스 등의 9개 대형병원 분원이 수도권에 속속 들어선다고 한다. 그러면 7000개의 병상이 늘어난다. 전국의 의사·간호사 등 의료 인력이 연쇄적으로 수도권으로 빨려들 것이다. 의료비 지출을 조장하는 형태를 방치하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지금부터라도 관리해야 한다.
다른 나라는 의대 정원을 어떻게 하나. 
프랑스가 정원을 장기간 묶었다가 2021년 풀었다. 교육할 여건이 돼 있다고 판단하면 대학이 알아서 늘릴 수 있다.

미국은 지난 20년 동안 의대 입학정원을 38% 늘렸다. 영국은 2002년 4300명에서 2021년 9280명으로 늘렸고, 그해 10월의과대학협회는 5000명 확대를 제안했다. 일본도 2007년 7625명에서 2019년 9330명으로 늘렸다. 독일은 2020년 9월 입학정원을 50% 늘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영국의 일간 텔레그래프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유럽의 의료대기 수요 급증과 의사·간호사 부족 사태를 조명했다. 의사 부족이 선진국의 공통 현상이라고 했다.

◇신영석=보건사회연구원에서 30년 넘게 보건의료 분야를 연구해온 전문가. 의사 보수나 인력, 진료 수가에 해박하다.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올해 들어 한국보건행정학회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