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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초대 장관 셋, 산하 기관장 19명에 사표 강요 혐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문 정부 초대 장관 3명과 인사수석을 줄줄이 재판에 넘겼다. 19일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서현욱)는 백운규(59)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던 유영민(72)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명균(66) 전 통일부 장관, 조현옥(67) 전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비서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백 전 장관 등은 장관 재직 시절, 정당한 사유 없이 산하 공공기관장에게 사표 낼 것을 종용한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산업부 산하 11곳(한국서부발전 등 발전 4사, 한전KPS 등), 과기부 산하 7곳(기초과학연구원·한국정보화진흥원 등), 통일부 산하 1곳(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공공기관장에게 반복적으로 사직을 요구한 끝에 사표를 받아낸 것으로 봤다.

수사 결과 백 전 장관과 조 전 수석은 대통령실에서 내정한 후임 공공기관장 인사들에겐 특혜를 제공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2018년 6월 문 정부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실에서 후임 한국지역난방공사장으로 황창화 전 국회도서관장(전 더불어민주당 노원병 지역위원장)을 내정하자 백 전 장관은 직원을 시켜 황 전 관장의 직무수행계획서를 대리 작성해 주고, 면접 예상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을 제공해 줬다고 한다. 면접위원들에게 특정인이 내정됐다는 사실도 미리 고지했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2018년 3~7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 3개 공공기관 임원 내정자 5명에게 비슷한 방식으로 특혜를 준 것으로 결론내렸다.

특히 백 전 장관은 공공기관장 내정자를 위해 기관장 모집 기간을 연장하고, 직원들에게 ‘해당 인사에게 최고 점수를 부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백 전 장관이 개인적으로 추천받아 한국디자인진흥원 후임 원장으로 내정한 윤주현 서울대 교수가 준비 부족으로 진흥원장 공모에 마감일까지 지원하지 못하자 담당 공무원에게 추가 모집을 요구하고 윤 교수에게 최고 점수를 부여하게 한 것이다.

검찰은 김봉준(56) 전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에게도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김 전 행정관이 백 전 장관과 함께 2018년 5월 산업부 소관 민간단체인 한국판유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에게 사직을 종용하고, 그 자리에 전문성이 없는 대선캠프 출신 인사를 임명하게 한 공범이라고 봤다. 김 전 행정관과 백 전 장관은 2017년 11월~2018년 3월 한국태양광산업협회·한국윤활유공업협회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낙하산 인사를 앉힌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인호 전 산업부 차관 등은 장관의 지시에만 따랐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마찬가지로 상급자 지시를 실행하는 데 그친 김우호 전 인사수석실 인사비서관(전 인사혁신처장)과 당시 인사수석실 행정관으로 있었던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백 전 장관 등은 검찰 조사에서 “그럴 의도는 없었다”며 대체로 사실관계를 부인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진 윗선이 관여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향후 재판에서 추가 증거가 나올 경우 기소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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