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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구속영장 심사 포기…도피생활 돕던 심복 캄보디아서 체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9일 오후 2시30분 수원지법 김경록 영장전담 판사 심리로 열리는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포기했다. “성실하게 조사받기로 했고 반성하는 의미”라지만 해외 도피 8개월 만에 붙잡힌 만큼 영장 발부를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회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선길 현 쌍방울그룹 회장도 영장 심사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앞서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이날 0시40분쯤 김 전 회장에 대해 횡령·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외국환거래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뇌물공여,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혐의는 빠졌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김 전 회장의 구속이 그동안 답보 상태였던 검찰 수사의 만능 키가 되지는 못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전 회장의 진술 태도부터 걸림돌이다. 김 전 회장은 귀국편 기내에서부터 동행한 수사관들에게 “돈 문제는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018년 11월과 2019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 등에 대해 그는 “자금 형성 설계와 운영은 재경총괄본부장이 해서 나는 잘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이 언급한 재경총괄본부장은 그의 전 매제인 김모씨다. 귀국 의사를 밝혔던 김 전 본부장이 태도를 바꿔 태국에서 송환 거부 소송에 나선 것도 검찰에는 악재다.

쌍방울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의 진술 태도가 바뀌는 것도 변수다.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의 뇌물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엄모 전 쌍방울그룹 회장 비서실장이 대표적이다. 검찰 조사에선 ‘이재명-이화영-김성태 커넥션’을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엄씨는 증인석에선 “(검찰 조사에서) 그렇게 말한 사실이 있다”는 정도로, 법정을 나와 기자들에겐 “친분이 있다는 설이 있었다”며 발언의 수위를 조절했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대북 송금 의혹의 키맨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도 김 전 회장과의 관계 등을 묻는 말에는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 태국 등지에서 김 전 회장의 도피생활을 거들던 박모씨가 지난 18일 캄보디아에서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김 전 회장의 ‘심복’으로 불리는 인물 중 하나다. 관련자 중 김 전 회장의 조카이자 수행비서 역할을 했던 서모씨의 행적만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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