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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SIS "한국 핵무장 반대, 전술핵 재배치 대비 논의는 필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CSIS 회의실에서 '대북 정책과 확장억제 제언' 보고서'를 소개했다. 연합뉴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CSIS 회의실에서 '대북 정책과 확장억제 제언' 보고서'를 소개했다. 연합뉴스

미국은 북한 핵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그 일환으로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할 경우에 대비한 사전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미국 싱크탱크가 제언했다. 미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논의는 ‘비확산’이라는 선을 넘지 않으면서 동맹에는 약속을, 북한에는 결의를 보여줄 수 있다고 봤다.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한반도위원회는 18일(현지시간) ‘대북 정책과 확장억제에 관한 제언’ 보고서에서 미국의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정책의 하나로 한국에 전술핵 배치 가능성에 대비한 사전 기초 작업을 시작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로선 전술핵 재배치에 반대한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미국 주요 싱크탱크가 이 같은 가능성을 공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는 북한의 증가하는 무기 능력,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위협, 미국의 미사일 방어 요격 시스템 취약점 등으로 한국인들이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북한에 새로운 압박을 가하기 위해 미래에 저위력 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할 가능성에 대비한 준비를 하라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한미가 전략핵의 한국 재배치를 위한 테이블탑 계획 훈련을 검토해야 하며, 그 시기와 무기의 종류는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다룰 것을 조언했다. 또 전술핵 재배치가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최종 결정은 안보환경 변화와 북한 위협의 수위에 맞춰 조율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전 논의 단계에서는 전술핵 재배치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연구, 보관 시설을 둘 위치 지도화, 보관 안전ㆍ사고 대응ㆍ복구 작업 등 핵 안전ㆍ보안 관련 합동 훈련, 주한미군의 F-16 전투기의 합동 훈련 및 핵 임무 수행을 위한 인증 작업을 제안했다. 핵무기 저장시설 건설 같은 보다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조치는 마지막 단계로 설정했다. 다만 이 단계는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다른 모든 선택이 소진된 후, 북한의 위협 수준이 계속 증가할 경우에만 추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현시점에는 미국 전술핵을 한반도에 배치하거나 한국의 핵무기 획득을 용인(condone)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미국 정부가 핵을 공동 기획하고 다자 핵우산을 모색할 필요성도 제안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ㆍNATO)의 ‘핵 기획그룹(NPG)’과 유사한 핵 공동기획 협의체를 만들어 한미 양자, 한미일 3자가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할 것을 제언했다. 또 영국ㆍ프랑스처럼 미국과 같은 생각을 가진 파트너를 참여시키는 다자 핵우산 형성 가능성을 탐색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의 대비 태세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일본에 접근을 허용하고 있는 인공위성을 활용한 미사일 조기경보체계인 ‘우주 기반 적외선 시스템(SBIRS)’을 한국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도 담았다. 한국이 핵무장이 가능한 전투기를 확보해 괌 등 미군기지에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여부는 앞으로 동맹을 분열시킬 가능성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물리적 요인보다는 심리적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은 강력한 확장억제 역량과 의지를 담은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국의 전방위 국방 능력"을 동원해 한국을 방어하겠다고 언급할 때 주한미군 2만8000명이 미국과 한국을 한데 묶는 ‘운명 공동체’라는 점을 강조해 소통하라고 조언했다.

확장억제가 효과 있으려면 미국이 워싱턴이나 뉴욕을 위험에 빠뜨리는 한이 있더라도 서울이나 도쿄를 구하기 위해 확장억제력을 동맹 방어에 사용할 의지가 있다고 한국인들이 믿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선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훗날 대화가 재개될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위원회는 존 햄리 CSIS 소장과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를 비롯해 한반도 전문가 12명이 참여했다.

캐트린 캐츠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웬디 커틀러 전 USTR 부대표,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ㆍ군축 담당 특별보좌관,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 등 이 의견을 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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