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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클럽’ K-브랜드, 배경엔 ‘플랫폼의 힘’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패션·뷰티 업계에서 100억원대 매출을 달성한 중소 브랜드가 속속 탄생하고 있다. 패션에선 무신사·W컨셉·하고 등의 온라인 플랫폼이, 뷰티에선 올리브영 등 채널이 중소 브랜드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100억원’이라는 꿈의 매출

온라인 패션 업계에서 매출 100억원은 상징적 수치다. 오프라인 매장 없이 온라인에서 탄생한 브랜드면서, 대기업에 속해있지 않은 경우는 더욱 의미가 크다. 최근에는 소규모 온라인 브랜드가 수십억~수백억원의 연 매출을 올리는 등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기도 한다.

하고엘앤에프는 자사 플랫폼 하고에 입점한 패션 브랜드 ‘마뗑킴’이 지난해 연 매출 500억원을 달성했다고 19일 밝혔다. 마뗑킴은 김다인 디렉터를 주축으로 2016년 시작한 브랜드로, 초반 김 디렉터의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팬덤을 형성해 브랜드를 키웠다. 하고 자체 브랜드로 2019년 출발한 가방 브랜드 ‘르아보네’ 역시 지난해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이밖에 하고 입점 의류 브랜드 ‘보카바카’ ‘드파운드’ ‘르917’ 도 지난해 말 기준 연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작은 브랜드가 플랫폼을 딛고 중견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론칭, 지난해 500억원을 달성한 마뗑킴의 화보. 사진 하고엘앤에프

성장 가능성이 있는 작은 브랜드가 플랫폼을 딛고 중견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론칭, 지난해 500억원을 달성한 마뗑킴의 화보. 사진 하고엘앤에프

무신사, 100억원 돌파한 국내 브랜드 비율 33%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도 거래액 100억원을 돌파한 단일 브랜드가 늘고 있다. 특히 국내 중소형 브랜드의 성장세가 두드러져, 무신사스토어 매출 상위 100개 브랜드 중 78개를 차지한 국내 중소형 브랜드는 총 거래액이 2020년 대비 9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브랜드는 36.3%, 대기업 브랜드는 39.8% 성장하는 데 그쳤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도 단일 거래액 100억원을 돌파한 국내 브랜드가 늘고 있다. 사진 무신사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도 단일 거래액 100억원을 돌파한 국내 브랜드가 늘고 있다. 사진 무신사

고무적인 것은 온라인 중심의 국내 패션 브랜드 매출 한계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간 거래액 100억원을 돌파한 국내 브랜드 비율은 2020년 15%에서 지난해 33%까지 늘어나 2년 만에 2.3배가량 증가했다. 2020년부터 무신사스토어 인기 순위 100위 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 국내 브랜드로는 ‘커버낫’ ‘디스이즈네버댓’ ‘인사일런스’ ‘라퍼지스토어’ ‘쿠어’ 등이 있다.

올리브영서도 ‘100억 클럽’ 뷰티 브랜드 21개 탄생

뷰티 업계 신진 브랜드의 활약도 눈부시다. CJ올리브영이 최근 3년간 입점 브랜드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올리브영에서 연 매출이 100억원을 넘어선 브랜드 수가 2021년 대비 38% 늘었다. 지난해 처음 매출 100억원을 넘긴 브랜드는 21개로, 그중 19개가 중소기업 브랜드다.

‘넘버즈인’ ‘어뮤즈’ ‘데이지크’ ‘어노브’ 등 신진 브랜드의 경우 입점 1년 만에 올리브영 ‘100억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남성 화장품 부문에서는 국내 브랜드 ‘다슈’ ‘포맨트’ 가 첫 100억 클럽 입성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14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2022 올리브영 어워즈 앤 페스타에서 국내 클린뷰티 브랜드 ‘라운드랩’이 고객들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CJ올리브영

지난해 12월 14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2022 올리브영 어워즈 앤 페스타에서 국내 클린뷰티 브랜드 ‘라운드랩’이 고객들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CJ올리브영

K-패션·뷰티 업계 ‘허리’ 만든다

대기업 브랜드가 아닌, 소규모 패션·뷰티 브랜드의 경우 주로 디자이너나 디렉터 한명이 주축이 돼 브랜드를 만들고,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홍보하면서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매출 규모를 늘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최근에는 이런 중소 브랜드를 모아 소개하는 플랫폼이 활성화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이들 플랫폼이 단순히 물건을 입점시켜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인큐베이팅(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신사의 경우 영업·마케팅 조직 중 상당수가 입점 브랜드 육성에 적극 참여, 관련 영상을 만들거나 무신사 테라스 같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팝업 행사를 기획하기도 한다.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상품 기획에 반영하는 것은 물론이다. ‘예일’ ‘디스이즈네버댓’ 등 국내 브랜드가 이런 과정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서울 성수동 무신사 테라스 공간에서 열린 디스이즈네버댓 팝업 현장. 온라인 중심 브랜드를 직접 만져보고 입어볼 수 있도록 오프라인 접점을 만들었다. 사진 무신사

지난해 서울 성수동 무신사 테라스 공간에서 열린 디스이즈네버댓 팝업 현장. 온라인 중심 브랜드를 직접 만져보고 입어볼 수 있도록 오프라인 접점을 만들었다. 사진 무신사

하고엘앤에프는 브랜드 인큐베이션 본부를 갖추고, 가능성이 있는 브랜드에 전략·재무·마케팅·물류 등 인프라를 지원하고 있다. 일부 브랜드의 경우 지분 투자를 통해 자금줄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올리브영 역시 판로 지원만이 아니라 어워드·라이브커머스와 같은 마케팅 채널을 통해 브랜드 매출 증진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홍정우 하고엘앤에프 대표는 “현재 국내 패션·뷰티 산업 생태계는 대기업이거나 아예 소규모 브랜드가 난립하는 식으로 양극화되어 있다”며 “이들 사이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동시에 주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중기·중견 브랜드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디자인을 제외한 사업 전반의 관리 역량을 지원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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