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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탱크 지원 급하다”…獨 숄츠 “미국이 먼저 보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크라이나는 지금 시간과 싸우고 있다. 자유 세계가 (지원을) 고민하는 시간에 테러국가(러시아)는 살인을 저지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다보스포럼에서 18일 온라인으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다보스포럼에서 18일 온라인으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온라인 연설에서 서방 진영을 향해 탱크와 방공 시스템 지원 결정을 서둘러 달라고 촉구하며 이렇게 말했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세계는 오늘, 그리고 그 어떤 때도 주저해선 안된다. 서방은 방공 무기 체계를 러시아의 다음 미사일 공격보다 빨리 보내야 하고, 서방의 탱크는 러시아의 다음 침공보다 빨리 우크라이나에 도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의 연설은 폴란드·핀란드 등이 각각 자국이 보유한 독일산 전차 레오파르트2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독일의 승인을 기다리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지난 11일 자국이 보유한 레오파르트2 전차 14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위해선 제조국인 독일의 승인이 필요하다.

120㎜ 활강포를 탑재한 레오파르트2는 미국의 에이브럼스 전차와 함께 서방을 대표하는 신형 중무장 전차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이 교착 상태에 빠진 전황을 타개하려면 레오파르트2급 주력 전차가 배치돼야 한다고 분석한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노획한 러시아군 전차 수백 대와 폴란드·체코가 개전 초기 제공한 옛 소련제 T-72 전차 등을 운용 중이다.

독일이 제조한 레오파르트2 탱크. 로이터=연합뉴스

독일이 제조한 레오파르트2 탱크. 로이터=연합뉴스

그간 독일 정부는 러시아와의 확전을 피한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르트2 투입을 주저해 왔다. 폴란드가 요청한 자국 보유분 지원에 대한 승인도 미뤄둔 상태다. 대신 보병전투차량(IFV)인 마르더와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독일 DPA통신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원하는 건 미국의 에이브럼스와 독일의 레오파르트”라고 지적했다.

독일은 레오파르트2 지원의 선결조건으로 ‘미국의 에이브럼스 전차 지원 결정’을 내걸었다. 독일의 쥐트도이체자이퉁(SZ)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독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숄츠 총리가 최근 며칠간 비공개 석상에서 ‘미국이 먼저 탱크를 지원하면 우리도 레오파르트를 보낼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고 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미국이 먼저 에이브럼스를 지원하면 레오파르트2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미국이 먼저 에이브럼스를 지원하면 레오파르트2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이미 에이브럼스 전차 지원에 선을 그은 상태다.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이날 에이브럼스 지원 여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미8군 작전부사령관을 지낸 패트릭 도나호는 CNN에 “에이브럼스는 현재 운용 중인 전차와는 시스템이 매우 달라 상당한 규모의 훈련 프로그램을 거쳐야 한다”며 “오늘 배치하고, 내일 싸울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WEF에서 레오파르트2 지원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 있어 독일의 단독 행위는 없다”며 확답을 피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숄츠 총리가 탱크 지원에 대한 공을 미국에 떠넘기고 있다”며 “독일의 이런 태도는 서방의 탱크 지원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변국은 독일의 결단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지난 16일 “우크라이나의 패배는 3차대전의 서막이 될 수도 있다. 키이우 지원을 차단하고 연기할 이유가 없다”며 무기 지원에 소극적인 독일을 에둘러 비판했다. 서방 국가 중 처음으로 육군 주력 전차인 챌린저2 14대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로 결정한 영국의 벤 월리스 국방장관은 “독일이 혼자 가길 원치 않는다는 우려가 있었던 걸 안다. 그들은 혼자가 아니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캐나다 오타와를 방문 중인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장관은 18일 “영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더 멀리 더 빨리 가기로 하고, 주력 전차 챌린저2와 중대포 외에 200대 이상의 장갑차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M1 에이브럼스 전차. EPA=연합뉴스

미국의 M1 에이브럼스 전차.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차 지원 문제는 오는 20일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미국 주도로 열리는 ‘우크라이나 국방 연락 그룹’(UDCG) 회의에서 재차 논의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UDCG는 미국과 나토 회원국 등 50여개 국의 협의체로,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최근 취임한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과 대면한다. WSJ은 이 자리에서 독일의 레오파르트2 지원에 대해 논의가 진전될 것이란 낙관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정부가 UDCG 회의를 전후로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무기 지원 패키지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18일 보도했다. 지원 패키지에는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소구경 폭탄 등 새로운 무기가 포함된다. 스트라이커는 최대 시속 60㎞인 8륜 장갑차로 보병 수송에 쓰인다. 소구경 폭탄은 지상에서 발사해 160㎞ 떨어진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다. 폴리티코는 바이든 행정부의 소식통을 인용해 “육군 주력 전차인 에이브럼스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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