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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보다 더 해" 건설노조 횡포…월례비·전임비 50억 뜯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건설노조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건설단체 공동성명 및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건설노조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건설단체 공동성명 및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A건설사는 최근 4년(2019~2022년)간 노조의 강요에 따라 18개 현장의 타워크레인 조종사 44명에게 ‘월례비’ 등의 명목으로 697회에 걸쳐 총 38억원을 지급했다. 월례비는 월급 외에 별도로 지급하는 돈이다. B건설사는 2021년 10월, 한 현장에서 10개 노조로부터 ‘전임비’를 강요받아 한 달 동안만 1547만원을 지불했다. 각 노조당 100만∼200만원이었다. 전임비는 노조 전임자에 주는 임금이지만, 이 현장에 전임자는 없었다. C건설사는 2021년 10월부터 2022년 2월까지 4개월 동안 한 노조로부터 조합원을 채용하거나, 발전기금을 낼 것을 강요받았다. 결국 채용 대신 발전기금 300만원에 ‘합의’ 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2주간 건설현장 불법행위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전국 1489곳 현장에서 2070건이 접수됐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건설 관련 모든 협회를 통해 신청받았는데, 그간 신고에 꺼리던 업체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국토부는 이날 열린 민·관 협의체 4차 회의에서 이번에 접수된 사례를 면밀히 파악해 향후 법률 검토 등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노조의 불법행위는 전임비와 채용 강요를 비롯해 타워크레인 월례비, 태업, 현장퇴거 명령 불응, 출입방해, 임의 추가인력 투입, 레미콘 집단운송 거부 등이었다. 이 중 월례비 요구가 1215건으로 과반을 차지했고, 노조 전임비를 강요하는 사례가 567건이었다. 이처럼 ‘부당금품’ 수취가 전체 불법행위의 86%였다.

특히 공사 기간과 직결되는 타워크레인 기사의 경우 노조의 타깃이 되곤 한다. 지방의 한 건설현장의 현장소장은 “월례비를 안 주면 크레인이 자재를 안 떠주니까 안 줄 수가 없다. 단가(월례비) 협상은 있어도 (돈을) 안 주는 현장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하도급 업체가 많을 경우) 업체별로 받는 경우도 있다. 월례비를 안 낸 업체만 안 떠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월례비는 평균 100만~200만원이었다.

이번 조사 기간 중 대한전문건설협회에 접수된 건수는 310건이었으며, 이 중 절반이 타워크레인 월례비 요구였다. 평균 월례비는 500만~600만원이었다. 강석주 전문건설협회 노동정책팀장은 “타워크레인 월례비는 처음엔 수고비 형식의 담뱃값에서 시작됐는데, 이제는 고착화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업체 중 118곳은 피해액도 함께 제출했다. 이들 업체가 최근 3년간 노조에 지급한 돈은 1686억원으로 한 업체당 적게는 600만원, 많게는 5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입증자료(계좌 지급내역 등)만 집계한 금액이라고 국토부는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부당한 요구는 건달들보다 더하다”며 “건달은 자릿세를 받아가는 곳은 보호라도 해주는데 노조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돌아가면서 해 먹는다”고 말했다.

이번에 신청받은 사례는 온라인 송금 등 증빙이 가능한 곳만 집계했다. 현장에선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크지 않은 업체의 경우 월례비·전임비는 대부분 현금으로 준다”며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견적서에 ‘노조 운영비’라는 항목을 별로도 만들어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당금품 수취에 이어 불법행위로 공사가 지연된 현장도 329곳에 달했다. 적게는 이틀, 많게는 120일이었다.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한 현장은 4개 건설 노조가 외국인 근로자 출입 통제와 수당 지급 요구 등 쟁의행위를 벌여 4개월간 공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당초 지난 13일까지였지만, 신고가 계속 접수되는 상황이다. 다음 주부터는 건설협회별 익명 신고 게시판을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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